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운동을 하는 비범한 순간들.
애니멀 플로우 | 최세환
GQ 애니멀 플로우가 뭐예요?
SH 보통 동물을 떠올리는데, 사실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죠. 인간 또한 동물이라는 명제 아래, 잃어가고 있는 인간 본연의 움직임을 더 살려서 움직이자는 뜻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GQ 그렇네요. 호랑이, 토끼,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하나 보다 싶었는데, 인간도 동물이죠.
SH 맞습니다. 그리고 운동이라고 하면 보통 헬스장에서 하는 것만 생각하는데, 기구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조금 단순한 움직임을 많이 하게 돼요. 애니멀 플로우는 보다 3차원적인 움직임을 하는 게 핵심이에요. 다방면의 움직임을 지향합니다.
GQ 어떻게 애니멀 플로우를 접하시게 됐나요?
SH 2017년쯤 배우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 이 운동을 소개한 마스터 트레이너와 친해 그분 옆에서 계속 이 운동에 노출되다 보니 괜찮다 싶어 뒤늦게 배우게 됐습니다. 지금은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요.
GQ 어떤 점에 매료됐어요?
SH 제한이 없어요. 만약 달리기를 한다 치면 운동화도 신어야 하고, 무게 운동을 한다 치면 원판이나 덤벨 같은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애니멀 플로우는 내 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휴가지 잔디밭 위에서 할 수도 있고, 일부러 바닷가 모래밭에 가서 해보기도 하고요.
GQ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이시죠.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업으로까지 삼게 된 연유가 궁금해요.
SH 군대 있을 때 웨이트를 하면서예요.(웃음) 그땐 웨이트를 잘 몰랐고, 제대하자마자 헬스장에서 일하면서 배웠어요. 보통 이러한 스텝을 밟는 게 보디빌딩식 운동을 먼저 접하면서인데, 그러다 보면 한계가 좀 느껴지기도 해요. 몸은 좋아지는데 작동 기능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예를 들어 저는 웨이트와 함께 요가도 했는데 웨이트에 비중을 많이 둘 때는 요가 동작에 제한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웨이트로는) 근육이 펌핑되는 느낌은 좋지만 움직임의 범위가 좀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죠. 애니멀 플로우는 하나의 근육을 타깃으로 하기보다 메인 근육, 주변 협력근, 전신을 다 쓴다는 점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다.
GQ 이 운동을 통해 평소 이런 움직임에는 둔감했구나 하고 깨달은 점이 있나요?
SH 민망하지만 저는 습득력이 좋아서 어렵지 않게 한편이지만(웃음), 함께 운동하시는 분들을 보니 방향 감각, 공간적인 감각 능력이 좋아져요. 왜냐면 필라테스 같은 일반적인 운동은 거울을 보고 많이 하는데 애니멀 플로우는 몸의 방향이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시선도 계속 바뀌죠. 바닥 봤다가 천장 봤다가, 90도 돌 때도 있고 45도만 돌 때도 있고, 예측 불가하게 계속 바뀝니다. 그런 내 몸을 컨트롤해야 하니까 내 몸과 뇌의 연결이 더 끈끈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버퍼링이 걸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이 버벅거릴 때가 있는데 이 운동을 하면 협응력이라고 하죠, 머리로 듣고 몸으로 표현하는 협응력이 좋아집니다.
GQ 하고 나면 아주 개운한, 좋아하는 동작은요?
SH 리치 Reach라는 동작이 있어요. 쭉쭉 뻗는 동작인데 저는 그 동작을 좋아합니다.
GQ 손끝, 발끝을 쫙쫙 펴는 건가요?
SH 맞습니다. 그리고 홀딩하는 거예요. 원래 애니멀 플로우는 물 흐르듯 계속 흐르는 운동인데 리치는 뻗고 홀딩. 멈춰 있는 거예요. 왜, 태권도 선수가 하늘을 향해 다리를 쫙 찬다고 하면, 그 상태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멈추는 게 의미가 큰 게, 되게 어려운 동작이거든요? 멈춘다는 건 쉰다는 게 아니라 힘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힘을 더 써야 해요. 어깨가 아픈 분들은 손을 앞으로 나란히 할 때보다 만세 동작에서 많이 불편해하죠. 어깨 움직임의 끝 범위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동작을 많이 하지 않아서예요. 리치 동작은 움직임의 끝 범위에서 멈춰보는 거예요. 끝 범위의 환경에 계속 노출시켜주면 조절력이 좋아집니다. 조절력이 좋아지면 몸의 가동 범위도 좋아질 수 있고요.
GQ 끝 범위 확장, 조절력, 가동 범위 개선. 마치 과학철학 용어 같기도 하네요.
SH 누구나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뇌를 활성화시키는 건 움직임이라고 하잖아요. 이 움직임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로 인해 다른 여러 가능성이 파생된다고 느껴요.
주르카네 | 한얼
GQ 주르카네가 뭐예요?
HE 고대 운동의 하나예요. 일종의 리추얼 Ritual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에요. 페르시아어로 주르 Zur는 힘, 카네 Khaneh는 집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주르카네 문화지인 이란에서는 힘을 기르는 공간을 일컬어 주르카네라고도 해요. 그러니까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힘을 기르는 운동이기도 하고요. 의식적으로 보자면 본원적인 공격성이나 포용성을 의식화하는 것이기도 해요.
GQ 공격성과 포용성, 극과 극의 단어가 한데 묶이네요.
HE 맞아요. 공격성을 먼저 설명드리자면, 사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주르카네 운동 모습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쉽죠. 그 자체가 공격적이잖아요. 인류가 수렵 채취 사회에서부터 했던, 공격해서 사냥하려던 활동에서 나온 움직임이니까요. 혹시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 이> 보셨나요? 영화 초반에 유인원들의 진화 과정이 나와요. 어떤 유인원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우위를 점하고, 그러다 그 유인원이 놓쳐서 하늘로 솟구친 방망이가 다음 화면에서 우주 전함으로 바뀝니다. 과학적 총체라 볼 수 있는 그 복잡한 우주 전함도 기원을 따라가면 방망이라는 거예요. 모든 문물의 원형은 결국 방망이라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모든 문물 속에는 공격성이 깃들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유기적인 차원의 공격성을 체감하고, 그 힘을 잘 정제해서 진취적으로 활용하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는 해석하거든요. 포용성은, 우리가 무언가를 안거나 품는 행위가 어쩌면 포용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팔로 안을 때의 움직임과 무언가를 휘두를 때의 움직임 패턴이 거의 같아요.
GQ 둘 다 팔을 뻗어야 하니까 말이죠.
HE 맞아요. 그러니까 공격성과 포용성은 우리 모두 다 갖고 있는 원형이자 본질이고 이걸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걸 관념이나 정서적으로만 이해하기보다 실체가 분명한 휘두르기 움직임, 그러니까 고대 운동 주르카네를 통해 체감할 수가 있는 거예요.
GQ 주르카네라는 운동에는 어떻게 닿게 된 건가요?
HE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별 이유 없어요. 방망이를 돌리는 그 움직임 자체에 매료됐어요. 요즘 와서 스스로 정리된 건, 제가 뭔가를 선택할 때 5가지 기준을 가지고 한다는 거예요. 원형적인지, 정통적인지, 심미적인 아름다움이 있는지, 매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속적으로 이를 가져갈 수 있는지. 주르카네는 이 5가지 기준에서 완벽하게 부합됐던 것 같고, 그걸 제가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아요.
GQ 운동 시간은 어떻게 구성돼요?
HE 60분에서 90분 정도 이뤄지는데, 가장 핵심은 리듬을 느끼는 거예요. 음악으로 들리는 리듬이 있을 거고요, 그 리듬에 맞춰야 하는 내 몸의 신체 리듬이 있겠죠. 리듬을 탄 상태에서 조금씩 기술적인 디테일이 붙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하게 돼요.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리추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이 끝나면 다 같이 차를 마십니다. 실제로 이란 주르카네에서 무조건 하는 문화이기도 하고요. 하나의 운동을 리듬에 맞춰서 다 같이 하고 나서 함께 얘기를 나누면 정신 건강에도 참 도움이 많이 돼요.
GQ 단순히 방망이를 돌리는 것만이 아니었네요. 이 운동을 통해 얻는 어떤 순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HE 방망이를 돌리는 시간이 제일 재밌어요. 되게 쉽게 몰입 상태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생각보다 굉장히 극적인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어요. 오늘 제가 들고 온 방망이 한 개의 무게가 4킬로그램 정도 하는데 이걸 돌리는 모습이 보기에는 격렬하잖아요. 그런데 극적인 몰입감으로 들어가는 순간 굉장히 차분해져요.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아주 차분한 명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세상이 격렬하잖아요.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도요. 다이내믹한 세상 속에서 내면은 평온해야 하잖아요. 그 방법을 방망이를 돌리면서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엘라스코 | 편정인
GQ 엘라스코가 뭐예요?
JI 엘라스코는 감정을 담은 다이내믹한 스트레치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캐치프레이즈는 ‘Where Art Meets Wellness’, 웰니스와 아트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뜻인데 저는 이걸 ‘엘라스코 안에서 우리 삶은 예술이 된다’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5가지 컬러와 그리스 신화의 상징을 담은 10가지 시퀀스가 있고, 플로우 Flow라는 수업에서는 1시간 동안 스토리텔링과 함께 진행해요.
GQ 예를 들면요?
JI 기본적인 시퀀스를 예로 들면 무릎을 굽히면서 상체를 아래로 숙이는 ‘포세이돈’ 동작이 있는데,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죠. 어떤 의미냐면 깊은 바닷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듯 다이빙한 다음 우리의 해묵은 감정을 바닷속에 다 녹여내고, 해방감을 느끼며 가벼워진 몸으로 스스로 다시 롤업하며 일어나는 동작이에요. 여기에 시즈널 플로우라고 해서 계절마다 메시지가 바뀌는데, 가령 봄 시즌 메시지는 “Reach For The Light”, 빛을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그럼 포세이돈 동작 같은 경우 깜깜한 어둠 속으로 거센 파도를 헤치고 들어가서 빛, 그 빛은 운동 도구인 볼인데요, 볼을 찾아 물 밖으로 올라오게 되는 거죠. 이런 스토리에 어울리는 조명, 음악, 향, 티칭 보이스 등이 한데 어우러져요.
GQ 마치 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느낌이네요.
JI 맞아요. 실제로 운동 기구인 프레임을 두고 “나만의 무대라고 생각하면서 입장하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운동이 시작돼요. 바깥 세상의 고민과 걱정을 내려두고 지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보세요, 라고.
GQ 그 점이 요가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JI 요가는 종교적인 철학이 바탕이라서 ‘머리를 비우고 이 동작에 집중하면서 몸을 움직여 머리를 맑게 하자,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하는 명상이라면, 엘라스코는 오히려 나 자신을 막 탐구해야 해요. 오늘 하루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내 감정을 곱씹어 봐야 하고, 그런데 어떤 하나의 감정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여러 감정을 거쳐 결국에는 평정심의 상태로 돌아와야 해요. “당신의 빛을 찾으세요”라고 하면 단숨에 그 빛이 무엇인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이 그 답을 던져주지는 않거든요. 스토리 속에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면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그걸 느껴보는 과정이라고 저는 체감하고 있어요.
GQ 이 운동과 어떻게 닿게 됐어요?
JI 저는 원래 요가를 했어요. 아버지가 요가를 즐기는 요기여서 자연스레 접해왔어요. 그러다 엘라스코 수업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첫 번째는 저는 원래 예술적인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그런 부분을 혼자 취미로 즐겨왔는데, 기구를 하나의 자신의 무대로 삼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두 번째는 저는 제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어서, 감정을 배제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만이 프로페셔널하다 생각하고 일상에서도 내 감정을 미뤄뒀어요. 그런데 이 운동을 하며 수많은 감정과 감각을 느끼는 게 굉장한 축복인데 그동안 놓치고 살았구나 싶은 거예요. 이 아름다운 것을. 오히려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혹은 슬픈 일을 묻어두기보다 털어놓으며 해소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내게 필요한 운동이다 싶었어요.
GQ 이제는 그간 숨겨온 감정을 보다 자연스레 터낼 수 있게 되셨나요?
JI 그날그날 조금 처지고 우울한 감정에 대해 스스로 좀 편해졌어요. 전에는 그런 감정을 필사적으로 밀어내려고 했어요. 물론 지금도 이걸 특별하게 해소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렛 고 Let Go’라는 동작이 있거든요. 내려놓는다는 뜻대로 허공에 팔다리를 툭툭 털어내며 몸통을 움직이는 동작인데, 그렇게 몸과 마음을 풀어내서 재정비하는 걸 스스로 적용하고 있어요.
GQ 오늘 촬영하면서는 어떤 감정을 좇았어요?
JI 셀레네라고 달의 여신이라는 동작이에요. 볼을 달빛 삼아서 원을 그리며 내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거예요. 박애적인 의미를 담은 동작이라 우아하고 부드럽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달빛처럼 따뜻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하고.
크라브 마가 | 이대환
GQ 크라브 마가가 뭐예요?
DH 이스라엘에서 군인과 경찰을 가르치려고 만든 무술인데 제가 배우는 크라브 마가는 일반인들에게 특화된 거예요. 쉽게 말하면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GQ 호신술로서 무엇을 배우나요?
DH 흔히 격투기 같은 운동과 호신술을 헷갈리시기도 하는데 호신술은 정정당당할 필요가 없어요. 스포츠는 심판이 있고, 만약 경기 중에 뒤로 도망가면 벌점을 주기도 하잖아요. 호신술은 점수를 따는 게 아니라 내 몸만 지키면 돼요. 도망가는 법을 배우고, 위험한 순간에 대처하고 모면하는 법을 배워요.
GQ 그런 위험한 순간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DH 호신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맞지 않는 거예요. 먼저 상대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며 “하지 마세요”, “왜 이러세요” 말하면서 뒷걸음질치라고 가르쳐요. 상대와 거리가 유지되기도 하고, 손바닥을 위에 올려두면 불시의 공격을 막기 쉽거든요. 360도로 오는 공격을 다 막는 ‘360 디펜스’라는 훈련, 벽을 두고 벽에 몰린 사람은 방어만, 반대 사람은 공격만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연습하면 아무렇게나 날아오는 발, 손에 눈이 적응하게 돼요. 예를 들어 칼이 공격해오면 우리가 100퍼센트 막을 수는 없어요. 다만 크라브 마가를 배우지 않았을 때 죽을 확률이 만약 90퍼센트라면, 배움으로써 죽을 확률을 50퍼센트, 40퍼센트, 30퍼센트 내리는 거예요. 그러려면 그 상황에 많이 노출돼봐야 하기 때문에 모형 칼을 들고 훈련하는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운동합니다.
GQ 들으면 들을수록 어쩐지 슬퍼지는 기분이에요. 어쩌다 이 운동에 빠졌어요?
DH 아내와 해외 여행을 하다 여러 명의 호객꾼들과 시비가 붙을 뻔한 적이 있는데, 제가 무에타이나 킥복싱도 했지만, 막상 그런 위험한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호신술을 알아야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칼이나 흉기 대처법’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서 이 운동을 찾았어요. 그런데 저희 체육관에 실제로 칼에 찔렸던 사람, 데이트 폭력을 당해서 온 여성 분도 많아요.
GQ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겠어요.
DH 맞아요. 겪어보신 분들은 진심으로 열심히 하시는데,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실전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죠. 저는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마르고 자신감이 없다 보니 어머니가 태권도장에 보냈는데, 제가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었더라고요. 거기서 자신감이 붙어서 여러 운동을 배워 나갔어요. 제가 작은 사람이기 때문에 저와 비슷한 조건의 여성들도 남자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인지를 항상 생각해왔어요. 그 어떤 스포츠를 배워도 50킬로그램인 여성이 80킬로그램인 남자를 이기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크라브 마가에서는 뒷걸음질치다 낭심을 차는 훈련도 하고, 그걸로 심사를 보기도 합니다. 급소를 때리는 훈련만 하는 무술은 없어요.
GQ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실생활에서 크라브 마가를 써보신 일이 있나요?
DH 써볼 일이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비슷한 상황까지 간 적은 있어요.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던 차의 운전자가 오히려 시비를 걸려고 내리더라고요. 저도 내려서 “왜 그러세요?” 했더니 다시 가시더라고요.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든 여자든 내가 정말 무서워서 참는 것과 참아주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봐줬다’와 ‘휴, 살았다’는 다르잖아요.
GQ 그것이 크라브 마가를 배우기 전의 나와 배운 후의 내가 달라진 점이기도 하겠어요.
DH 맞아요. 그리고 이 운동을 배운 3년 동안 체중이 12킬로그램 빠졌어요. 체형이 변하고 체력이 좋아지는데서 오는 자신감이 있잖아요. 그게 일할 때까지도 이어지더라고요. 영상 감독으로 일해서 밤샘 작업할 때가 많은데, 체력이 없을 때 버티면서 하던 것과는 달라요. 삶에 대한 자신감과 태도가 좋아졌어요. 아까 크라브 마가는 죽을 확률을 내리는 운동이라고 했는데, 그건 곧 살 확률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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