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에 뿌려 먹으면 환상, 이탈리아의 술 3

2024.05.08김창규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향긋한 이탈리안 리큐르를 곁들여보자. “부오노!” 절로 외치게 된다. 술을 마시고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본 경험이 있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❶ 팔리니리몬첼로

팔리니는 로마의 유서깊은 리큐르 제조사로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리몬첼로 레시피를 활용해 1999년 사진의 술을 론칭했다. 아말피 해변에서 자란 껍질이 두껍고 산미가 덜한 레몬을 재료로 만드는 이 술은 알코올 함량이 26%로 소주보다 독하지만,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상큼한 레몬맛이 지배적이다. 원래는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리큐르로 쓰인다. 하지만 플레인한 맛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이 술을 뿌려 마시면 레몬의 상큼함과 유크림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레몬 슬라이스나 레몬 제스트로 장식하면 꽤 근사한 디저트가 되기도 한다.

말로노치노

노치노는 덜 익은 호두로 만드는 이탈리아의 리큐르다. 알코올이 38%나 되지만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는데다 호두의 고소함이 느껴져 베일리스와 조금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술을 호두 아이스크림에 뿌려먹으면 견과류의 고소함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시작하게 된다.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이 조합으로 멋진 디저트를 완성하고 싶다면, 설탕을 직접 녹여 만든 캐러멜 파편들과 넛맥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그 두가지 재료로 더욱 완벽한 식감과 꽉 찬 맛의 레이어를 완성할 수 있다.

❸ 티냐넬로그라파

와인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에서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안티노리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들의 수많은 명작들 중 슈퍼 투스칸의 효시로 꼽히는 티냐넬로는 토스카나 와인이 가야 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바로 그 티냐넬로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압착하고 나면 부산물이 남는데, 이를 원료로 만든 증류주가 바로 사진의 술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라파를 식후주로 많이 즐긴다. 에스프레소 커피에 넣어 카페 코레토로 변형해 마시기도 하고, 커피를 다 마신 잔에 몇 방울 떨어트려 헹궈 마시기도 한다. 이런 문화에서 딴 아이디어로 커피 아이스크림에 이 술을 뿌려 마시면 카페 코레토와 비스무레하다. 티냐넬로의 그라파에서는 다양한 견과류와 흰 건포도, 포도씨, 곶감, 사워 크림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커피맛 아이스크림의 맛에 고급스러운 복합미를 더해준다. 

김창규

김창규

프리랜스 에디터

김창규는 주류, 푸드, 시계, 남성 클래식 패션을 다루는 칼럼니스트입니다. 대학에서 시각영상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이전에는 시계 잡지 'Chronos' 디렉터, 남성패션지 'Arena Homme+' 에디터, 이외 다수 남성 패션 매거진에서 게스트 에디터로 활동한 20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웨어, 남자의 옷'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제주도에 거주하며 바코라는 이탤리언 클래식 와인바의 사장 겸 셰프로 일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 메탈 밴드 멤버로 활동했으며, 오랜 시간 락/메탈 음악을 즐겨들어와서 80~90년대 락/메탈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뉴진스 팬클럽 버니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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