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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수록 질리게 만드는 사람 특징 4

2023.05.05정은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가 죽죽 빨리지?” 당신 몸에서 이 사람은 아니라고 거부하는 거다. 더 이상 그 사람과의 대화가 즐겁지 못하다면 관계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말도 있다. 남자도 여자도 예외없이 해당되는 지금 당장 피해야 할 사람 특징을 공개한다.

리액션이 없다

친구 소개로 어떤 남자와 단 둘이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무거운 스타일이라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태 툭하면 농담따먹기만 하는 가벼운 남자들만 만나왔던 나는 오히려 그런 태도가 호감이면 호감이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뿔싸, 무겁다는 게 혹시 입이었을까. 첫 만남에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눈만 쳐다본 채 물만 홀짝이는 게 아닌가. 어색한 걸 견디지 못하는 나는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내 얘기를 들을 때도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 그렇군요.” 따위만 내뱉을 뿐 본인의 이야기나 다른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내가 유병재도 아닌데 말이 없는 그를 위해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처절해서 몰래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내가 생각했던 무거운 스타일이 입이 무거운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K, 27, 여)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강요한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연락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은 날이다. “연락을 안 하는 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거니까 그런 애랑은 헤어져, 그런데도 계속 걔랑 만나면 나는 너 안 봐.” 나는 내 남자친구가 바쁜 사람인 것도 잘 알고 있었고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인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 지를 몰라서 그저 친구에게 털어놓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내 친구의 태도는 너무 강경했다. 어렸던 그 때의 나는 결국 친구 말에 홀려 그만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고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 그와 오해가 풀려 재회를 했을 때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너 남자친구 생겼더라? 걔는 어떻게 만났어?” 본인이 그렇게 헤어지라고 했던 그 남자친구인 걸 전혀 기억도 못 하는 상태였다. 이래서 연애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 (L, 26, 여)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한다

지금은 헤어진 그녀와의 1년 전 어느 날이 떠오른다. 그 날은 친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 주는 자리였다. 내 친구의 자기소개를 듣던 그녀는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저보다 1살 많다고요? 한 10살은 많게 생겼어요.” 초면인 사람에게 인신 공격이라니. 안 그래도 노안인 얼굴이 콤플렉스던 친구였기에 그녀의 한 마디로 우리 테이블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혹시 그녀의 뇌에 필터가 고장난 걸까? 가끔 필터 교체가 필요할 것 같은 말을 한 적도 있긴 했지만 이 날은 교체는 무슨 그냥 필터를 집에 두고 온 건지 그 뒤로도 계속 듣기 거북한 말들을 콸콸 쏟아 냈다. 결국 내 친구는 그녀의 무례함을 견디지 못하고 담배를 피러간다는 핑계로 도망을 갔다. 다음 날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왔지만 사실은 내가 더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는 걸. (J, 28, 남)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지금 10분 째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가 머릿 속에 줄곧 떠올리고 있는 한 문장이다. 만나자마자 내게 꼭 해줘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던 내 여자친구는 메뉴 주문을 하지도 않은 채 냅다 이야기부터 테이블 위에 꺼냈다. “자기야 내가 어제 A랑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 밥집이 인스타그램에서 엄청 유명한 맛집이거든? 근데 A가 남자친구랑 싸운 상태란 말이야, 거기 오므라이스 진짜 맛있었는데 우리 다음 주에 같이 가자! 아니 그래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맛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A의 연애사를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근데 자기야 나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지?” 난 아마도 그녀를 자기라고 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만 같다. 다음 주에 오므라이스 먹자는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자기야. (C, 29, 남)

에디터
글 / 정은아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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