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시페어러 컬렉션이 현대적인 카레라 크로노그래프 감성으로 돌아왔다. 시간만 알려주는 게 아니다. 포르치니 버섯을 따기 좋은 때와 파도 타기 좋은 시간까지 알려준다.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을 보낸 사람이라면, 애버크롬비 앤 피치를 새빌 로의 맞춤 트위드 세계를 뒤흔든 브랜드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문 앞에는 셔츠를 벗은 남자들이 서 있고, 매장 안에는 하우스 음악이 울려 퍼지던 그 시절 말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다. 1892년 열렬한 아웃도어맨 데이비드 T 애버크롬비가 창립하고, 8년 뒤 변호사였던 에즈라 피치가 합류한 오리지널 애버크롬비 앤 피치는 초부유층을 위한 아웃도어 장비를 판매하던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계도 팔았다. 그것도 태그호이어가 만든 시계였다. 당시에는 아직 호이어라는 이름이었고, 태그는 1985년에야 붙었다. 그 시계 중 하나였던 시페어러가 무려 77년 만에 부활했고, 아주 특별한 컴플리케이션 덕분에 다시 한 번 파장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태그호이어 헤리티지 디렉터 니콜라 비뷔이크는 이렇게 설명한다. “첫 번째 시페어러는 월터 헤인스라는 인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그는 미국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사장이었죠. 그는 그 시절 호이어의 CEO였던 샤를 에두아르 호이어, 잭 호이어의 아버지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열정적인 낚시꾼이기도 했던 그는 시계만 보고 만조 시점을 알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이 요청을 샤를 에두아르에게 보냈죠. 그랬더니 샤를 에두아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스위스에 있는데, 스위스에서 조수 표시가 무슨 소용이 있지?’”
그 말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샤를 에두아르는 ‘솔루나 이론’을 알고 있었다. 이 이론은 달의 위치가 바다 생물뿐 아니라 모든 가축과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준다. 조수를 알면 농업과 채집 식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정한 중력 지점이 다른 때보다 더 풍성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집 활동 중 하나는 버섯 사냥인데, 샤를 에두아르 역시 그걸 즐겼다. 당시 15세였던 잭은 헤인스의 요청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투입됐고, 고등학교 물리 교사와 함께 계산을 다듬었다. 발쥬 무브먼트는 재설계됐고, 크로노그래프 서브 다이얼 배치는 다시 짜였으며, 특허가 출원됐다. 그렇게 1949년, 애버크롬비 앤 피치의 사장은 조수와 솔루나 주기를 추적하는 시계를 손에 넣었고, 샤를 에두아르는 포르치니 버섯을 따러 나갈 타이밍을 알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미친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새로운 시페어러가 카레라 케이스에 담겨 돌아왔다. 2026년을 여는 태그호이어의 핵심 컬렉션으로, 이 시계는 브랜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항상 엔진 오일에 뒤덮여 있고 F1 배기가스 냄새가 나는 이미지와는 다른 면이다. 2024년에 호딩키와의 협업이 있었던 걸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 모델은 순수한 태그호이어다.

이 변화가 사람들에게 태그호이어를 다르게 보이게 할지에 대한 질문에 비뷔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글로벌 파트너십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건 분명 우리 DNA의 거대한 일부죠. 하지만 세일링 역시 중요한 축입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의 다른 면들이 많고, 그 대부분은 훨씬 더 니치한 영역에 속해 있어요.”
그리고 그 니치함이 바로 이 시계의 매력이다. 레트로한 컬러 팔레트, 2023년에 도입된 글래스박스 디자인, 그리고 헤리티지 비즈 오브 라이스 디자인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7열 스틸 브레이슬릿까지, 시계 자체가 정말 보기 좋다.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TH20-04가 탑재됐고, 주말을 넘겨도 문제없는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다행히 케이스백을 통해 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조수 표시 설정도 의외로 간단하다. 온라인에서 지역 조수표를 찾아보거나, 더 레트로하게 가고 싶다면 현장 가이드를 구하면 된다. 예로 우리는 GQ의 마이크 크리스텐슨이 파도를 타는 콘월의 폴지스를 선택했다. 1월 20일 기준, 오전 만조와 간조는 각각 12시 04분과 6시 03분이고, 오후 만조와 간조는 12시 26분과 6시 20분이다. 측면에 ‘TIDE’라고 표시된 푸셔를 사용해 서브 다이얼을 돌리고, 외곽 트랙의 만조와 간조 표시를 정확한 시간에 맞추면 된다. 한 번 설정해두면, 이 트랙은 밤사이 자동으로 진행되며 앞으로 다가올 네 번의 조수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음력 한 달인 29.5일 동안 파도를 타기 가장 좋은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비뷔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다이빙 워치를 차고도 실제로는 수영장에서 2미터밖에 안 들어가는 것, 혹은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를 차고 가장 가까운 모터스포츠 경험이 TV로 포뮬러 원을 보는 것과 비슷하죠. 이 시계는 분명 바다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어릴 때 딩기 세일링을 했거나, 바다 카약을 즐겼거나, 저처럼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자랐다면, 이건 좋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죠.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열정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열정이 포인트 브레이크보다는 트러플 헌터에 더 가깝다 해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