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진. 올해로 연기 6년 차. 아직 ‘한 방’이 없음. 혈기왕성. 어떻게 남자에게 사랑이 인생의 첫 번째일 수 있냐고 따짐.
2년 전에 인터뷰했었죠?
네, 여름에. 생각나요. 책 나온 걸 보고, 진짜 말한대로 나왔네, 했어요.
혼났어요?
아뇨. 뭐 친구들이 걱정을 좀 하긴 했죠. 그런 거 말해도 되냐고. 인터뷰하다 보면 어떨 땐 입에 발린 말도 하는데, 아마 그날은 그냥 터놓는 버전의 저였나 봐요. 물론 오늘도. 확.
왜 여전히 신인 느낌이 나는 거죠?
뭔가 못 만났으니까요. 이제 거진 6년이 채워지는 마당에 ‘반짝’하는 걸 기대하기에는 짬이 많이 찼죠.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계속 100을 채워가는 거죠. 그 이상을 해야죠. 지금은 그것밖에 할 게 없어요.
하석진은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
뭐, 인터넷 보면, 나쁜 얘기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바로 밑에 이런 게 쓰여 있어요. ‘아니, 하석진이 누군데?’ 내가 아직 이렇구나. 근데 왜 그렇지?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지?
싫어하는 사람이 생겨야 하는 걸지도요. 2021년까지도 이러면 글쎄요, ‘아, 내가 배우로서 매력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10년 남았네요? 아직은 판단하고 싶지 않아요.
코에 손을 안 대서 그런가?
음, 외모로 고민을 가끔 하기도 하는데, 저보다 덜 생긴 사람도 잘되는 걸 보면 뭐,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문제를 연기에서 찾고 있어요. 더 잘해야 하는 거죠.
여자들이 ‘오빠 오빠’ 따라다닐 스타일은 아니지요.
여자가 없는 환경에서 엄청 오랫동안 살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남자 학교에 공대에. 뭔가 여자들 많은 곳에서는 뭔가 잘 못 하겠어요. 남자들끼리 낄낄대고 웃고 욕하고 그런 게 편해요.
중년이 된 자신을 생각할 수 없다고 했었죠?
네,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오늘과, 오늘과, 오늘만 있는 건가요?
아뇨, 오늘이라기 보다는, 5년 정도?
아까는 10년 후를 보겠다더니?
아까 것도 5년으로 줄일게요 그러면.
뭔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요? 배우의 미래라는 게, 하석진의 미래라는 게.
제 친구들은 이제 직장 다니면서 3년 차, 4년 차 대리도 달고 그래요. 그 친구들은 10년 후의 자기가 그려지거든요. 내 월급이 얼마쯤 되고, 과장이 돼 있거나, 장가 가서 애가 몇일까 그런 것도. 그런데 저는 좋게 보려면 너무 좋게 볼 수도 있고, 안 좋게 보려면 거의 막막해 보이기도 하고요. 알 수 없어요.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장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