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내가 주포다

2012.04.04유지성

스파이크만큼 이름값도 센 프로배구 6개 구단의 주공격수들을 낱낱이 평가했다.

대한항공 점보스
김학민 서전트 점프를 90센티미터나 뛴다. 뛰어난 탄력으로 때리는 스파이크가 일품이다. 원래 위치는 라이트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라이트를 담당하면서부터 수비 부담이 있는 레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김학민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많았다. 조영준(한경닷컴 <엑스포츠 뉴스> 기자)
점프해서 짜장면을 먹고 내려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체공시간이 길다. 세터 한선수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덕에 세트 플레이도 능하다. 단, 누구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지향하지만 아직 큰 경기와 연이 없다. 지난해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전 내내 침묵하며 생애 첫 통합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권혁진(<뉴시스> 기자)

마틴 대한항공의 서브는 6개 팀 중 가장 위력적이다. 특히 마틴은 세트 당 0.514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에 자신을 받쳐줄 공격수가 많다는 점도 마틴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조영준
한 시즌 만에 서브도사로 자리매김했다. 손목 스윙이 무척 빨라 때리는 공에 가속도가 붙는다. 상대 수비수들이 코스를 알고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경기 방식이 다소 둔탁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권혁진

삼성화재 블루팡스
박철우 가빈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화재의 키 플레이어는 단연 박철우다. 기복이 심하고, 간혹 한 부분이 꼬이면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곤 하지만 박철우에겐 포기하기 어려운 여러 재능이 있다. 스텝이 좋고 스윙이 빠른데다 일직선과 대각선을 가리지 않고 공을 때린다. 조영준
199센티미터의 큰 키, 가벼운 몸, 왼손잡이. 라이트에 어울리는 신체조건이지만, 가빈의 존재로 인해 레프트와 라이트를 오가고 있다. 기흉 수술 여파에서 오는 기복도 아쉬운 부분. 2경기 연속으로 잘하는 경우가 드물다. 힘든 재활 후 이 정도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권혁진

가빈 팀 공격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경기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가빈은 국내 최고 수비수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공격수다. 많은 감독이 가빈의 기술이 다른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높이와 파워가 출중하기 때문에 블로킹이 낮은 국내 무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영준
370센티미터가 넘는 타점에서 내리꽂는 강타는 다른 팀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게다가 체력도 좋다. 어깨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부항의 힘으로 극복하고 있다. 3년 연속 득점왕 타이틀에 이어 사실상 정규리그 MVP까지 손에 넣었다. 정말로 갑인甲人이다. 권혁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문성민 공을 때리는 스윙과 스파이크를 할 때 움직임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국가대표 공격수들 중 유일하게 유럽 리그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다. 문성민은 “처음에는 유럽식 스피드 배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세터의 빠른 토스에 익숙해지면서 세계 배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팀엔 그의 활약이 절실하다. 조영준
현대캐피탈이 최고 인기 구단의 위치를 유지하는 데는 문성민의 역할이 크다. 그렇다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윙 속도와 서브는 국내 선수 중 단연 최고다. 문제는 리시브. 대학 시절까지 공격만 해왔기에 리시브는 평균 이하다. 늘 상대팀의 목적타 서브의 표적이 되곤 한다. 권혁진

수니아스 1라운드에서 수니아스는 외국인 선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적응이 늦어서였다. 쇼맨십 넘치는 수니아스는 경기방식도 화려하다. 사이드 블로커의 능력도 뛰어나 블로킹 부분 3위에 올라 있다. 문제는 중요한 고비에서 번번이 실책이 나온다는 점이다. 조영준
블로킹을 피해 대각선 끝을 향하는 스파이크가 전매특허. 그러나 ‘새가슴’이란 주포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 코트가 아닌 블로킹에 공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 올스타전에서 한 남자 관중의 여자 친구와 장난치던 담대함이 승부처에서도 필요하다. 권혁진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
김요한 높이, 파워, 다양한 공격 각도, 상대의 블로킹을 의식하지 않는 과감성까지 나무랄 데가 거의 없다. 올 시즌 김요한은 국내 선수 중 가장 위력적이다. 런던올림픽 예선에서도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 선수들과 싸워도 김요한의 높이와 힘은 경쟁력이 있다. 조영준
올 시즌 급성장했다. 외국인 선수가 일찌감치 짐을 싸면서 주포 역할을 담당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2단 연결된 공을 처리하는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그러나 수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LIG는 김요한을 수비 부담이 적은 라이트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대다수 배구 관계자들은 김요한이 팀의 미래를 위해 레프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혁진

이경수 신진식의 계보를 잇는 ‘리시브가 되는 대형 공격수’다. 애석하게도 이경수의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는 문성민, 김요한, 박철우는 수비가 약하다. 2002년,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이경수는 탄탄한 리시브에 주포 역할까지 도맡아 금메달 획득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이제는 기교파로 변신했다. 조영준
수비와 공격 모두 수준급이다. 역대 득점 1위, 디그 7위에 동시에 올라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부상이 너무 잦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크고 작은 대회에 너무 자주 불려 다닌 탓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이경수가 제대로 된 몸 상태로 한 시즌만 치러줬다면 LIG가 지금까지 우승을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진

KEPCO 45
안젤코 돌아온 안젤코는 역시 한국 배구에 적합한 공격수였다. 한국과 비교해 한층 빠른 일본 리그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일직선 토스보다 포물선이 크고 높이 올라가는 토스를 선호하는 국내 리그에서는 KEPCO의 수호신이 됐다. 조영준
희생정신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형 용병이다. 선수 네 명이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KEPCO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순전히 안젤코 덕분이다. 선수들을 독려하는 일도 용병 안젤코의 몫이다. 그러나 가공할 파워를 자랑했던 삼성화재 시절보다 연타의 비중이 높아졌다. 경험이라기보다 힘이 부치는 모습. 권혁진

서재덕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왼손잡이 레프트 공격수다. 성균관대 시절엔 라이트로 활약했지만 안젤코가 버티고 있는 KEPCO에서는 왼쪽 공격수로 뛰고 있다. 올 시즌, 만년 하위였던 KEPCO가 꾸준하게 4위 안에 머물 수 있었던 데는 서재덕의 활약이 컸다. 하지만 서브 리시브와 수비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다. 조영준
프로 입단 후 본격적으로 레프트 수업을 받았지만 적응력이 뛰어나 무리 없이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다. 상대 블로커들이 접해보지 못한 유형인데다 공격 각도도 넓다. 다만 키가 상대적으로 작고 수비 경험이 적다. 권혁진

서울 드림식스
김정환 드림식스는 외국인 선수 복이 없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국인 선수가 약했기 때문에 김정환이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 강영준과 교체되기도 하지만 드림식스의 해결사는 단연 김정환이다. 단점은 라이트치고 타점이 낮다는 것.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조영준
외국인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기량이 늘었다. 타점은 높지 않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젊은 선수답게 잘되는 날은 펄펄 날아다니지만 반대의 경우 공을 치는 날이 종종 있다. 경기 후반으로 가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풀 세트를 모두 소화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권혁진

최홍석 ‘제2의 신진식’을 꿈꾸는 한국 남자 배구의 미래다. 지난해 열린 월드리그에서 한국 배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최홍석과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전광인이었다. 이들은 문성민, 박철우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주전 공격수 노릇을 해냈다. 최홍석은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도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목표를 이루려면 더욱 더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조영준
신인답지 않은 활약이다.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 받긴 했지만, 이 정도로 잘해줄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레프트와 라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시절에 에이스였던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기본기가 부족해 수비까지 믿고 맡기긴 좀 어렵다. 권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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