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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기록 갱신, 역대 가장 비싸게 팔린 까르띠에 시계

2026.04.29.조서형, Cam Wolf

까르띠에 시계는 1987년부터 계속 해온 사업이다. 그 시절 내내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시계를 살펴보자. 이 결과가 2026년 시계 시장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All photos courtesy Sotheby’s

2022년 5월, 한 점의 크래시가 150만 달러, 약 20억 원에 낙찰되며 당시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이 독특한 형태의 시계에 지불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이 거래는 그 해 전체 시장의 분위기를 결정지었고, 파리 주얼러 까르띠에가 다시 시계 수집 시장의 정점으로 치고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26년, 또 한 번 기록이 깨졌다.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또 다른 크래시가 1,560만 홍콩 달러, 약 26억 원에 낙찰됐다. 이 모델은 물론, 까르띠에 전체를 통틀어서도 역대 최고가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따라온다. 2026년 역시 ‘까르띠에의 해’가 될까?

크래시는 원래 이런 위치에 오를 시계가 아니었다. 2021년 말, ‘런던’ 크래시가 약 100만 달러에 팔리며 기준을 세웠을 때만 해도 더 오를 여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몇 달 뒤 150만 달러 기록이 나왔고, 이번에는 또다시 그 한계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런던’ 크래시는 무엇일까? 크래시의 전설은 늘 과장된 이야기와 함께한다. 불타는 자동차 사고로 녹아내린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도시 전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 시계는 1967년 런던에서 탄생했다. 당시 까르띠에는 파리, 런던, 뉴욕 지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였고, 영국 지사를 이끌던 장 자크 까르띠에는 1960년대 ‘스윙잉 런던’의 창의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이 비대칭 디자인을 만들었다. 그래서 초기 모델에는 다이얼에 ‘London’ 표기가 들어간다.

2022년에 팔린 모델이 특히 가치 있었던 이유는 1967년 첫 해 생산품이었기 때문이다. 극소량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록을 세운 1987년 모델 역시 단 3점만 제작된 희귀한 시계다. 이미 1970년대에 브랜드 구조가 통합되면서 각 지사의 개성은 약해졌지만, 이 시계는 여전히 초기 디자인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계 시장에서 가장 큰 승자는 단연 까르띠에다. 스위스 럭셔리 시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고, 젊은 수집가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런 흐름이 크래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경매는 시작에 불과하다. ‘쉐입스 오브 까르띠에’라는 이름의 시리즈 경매가 이어질 예정인데, 한 컬렉터가 보유한 300점 규모의 희귀 시계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제네바와 뉴욕에서도 추가 경매가 예정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리즈가 빈티지 까르띠에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는 크래시뿐 아니라 1973년산 베누아르, 1967년 탱크 노말 등 다른 희귀 모델들도 기록적인 가격에 낙찰됐다. 특별한 까르띠에 시계는 원래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디자인이 중심이 된 새로운 수집 시대에서 까르띠에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크래시뿐 아니라 아시메트리크, 클로슈, 그리고 시계가 들어간 펜이나 라이터, 립스틱 케이스 같은 독특한 오브제까지, 브랜드 전체가 ‘수집 가치’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이제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면, 가장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 바로 크래시다. 누군가가 이 시계에 200만 달러를 지불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