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권의 검정 커버 책에서 힌트를 얻은, 1월에 해볼 만한 작은 일.
01 너세네이얼 웨스트 <미스 론리하트>
미스 론리하트가 퇴근해보니 날씨가 아주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공기를 덥혀놓은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그는 한잔 걸치기 위해 델리핸티 선술집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 술집에 가기 위해서는 자그마한 공원을 가로질러야 했다. 게이트의 아치 밑에서 짙은 그늘의 공기를 몇 모금 들이마셨다.
02 무라카미 하루키 <잠>
졸음이 올 때까지 책이나 읽자고 생각했다. 침실에 들어가 책장에서 소설 한 권을 찾아왔다. 내가 골라온 책은 <안나 카레니나>였다. 내가 그때 읽고 싶었던 것은 길고 긴 러시아 소설이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 그것이 첫 문장이었다.
03 오스카 와일드 <캔터빌의 유령>
이제 전날 밤의 어지럽게 날뛰던 혼란스러운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미친 듯이 거리를 헤맸던 일, 극심했던 감정의 고통이 유치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가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 고통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불가피한 일에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고 어리석게 굴었는지 의아했다.
04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그날 아침에도 클러터 씨는 사과 하나와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커피나 차에는 손도 안 댔다. 찬 속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이 맑은 정신에 이롭기 때문이었다. 사실 클러터 씨는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자극적인 음식은 모두 거부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클러터 씨의 인간관계가 좁아지지는 않았다.
- 에디터
- 패션 / 강지영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