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천의 얼굴

2015.02.27GQ

스스로 열을 내거나, 아무리 열을 가해도 타지 않는 게 있다. 철벽같이 바람을 막아내기도 하고, 깃털처럼 가벼운 것도 있다. 고기능 천의 네 가지 면면.

[케블라 KEVLAR]

고기능 원단인 아라미드는 강하다. 1965년 발명 이후 인간을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했다. 웬만해선 타지 않고, 총알을 막아내며, 쉽게 잘리지 않는 ‘천’이기 때문이다. 아라미드 원단을 이용해 소방복과 방탄복을 가볍고 편하게 만들었다. 아라미드는 강도가 세고 충격 흡수가 뛰어난 파라 아라미드와 열과 불에 강한 메타 아라미드로 나눌 수 있다. 아라미드를 처음 개발한 듀퐁Dupont사는 파라 아라미드 섬유를 케블라, 메타 아라미드를 노멕스라는 브랜드로 제작한다. 특히 케블라는 잘 잘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섭씨 427도까지 견뎌서 방탄조끼, 다리를 지탱하는 케이블, 타이어, 우주선에도 사용한다. 그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건 역시 장갑이다. 공의산업에서 만드는 케블라 장갑이 대표적인데 게이지별로 있다. 게이지의 숫자가 낮을수록 장갑이 두꺼워지고 열과 절단에 강하다. 7게이지로 만든 장갑이 가장 두꺼운데, 섭씨 100도에서 60초까지 버틸 수 있다. 다른 장갑의 내피로 사용할 때 더 유용하다. 6천원대. 

 

 

 

[히텍스 HEATEX]

‘스마트’라는 단어는 이제 옷까지 수식하는 걸까? 코오롱글로벌에서 개발한 히텍스는 리튬배터리와 연결해 열을 내는 섬유다. 전도성 고분자, 즉 전기를 전도하는 플라스틱을 섬유에 인쇄하고 전자회로와 연결했다. 덕분에 발열이 가능하다. 2분이면 섭씨 35~40도까지 높일 수 있고, 최대 7시간 동안 열을 유지할 수 있다. 리모컨을 따로 제공해 세밀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전기장판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쉬울 텐데, 전자파 대신 몸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나온다. 배터리만 제거하면 세탁도 어려움이 없다. 히텍스가 장착된 코오롱스포츠 라이프텍 재킷은 조난과 같은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러 기능을 함께 탑재했다. 라이프 캠으로 주변 상황 녹화도 가능하고 풍력 발전기처럼 윈드 터빈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기능만큼 가격도 끝내준다. 2백50만원.

 

 

 

[큐벤 CUBEN]

케블라의 기반이 아라미드이듯이 큐벤은 다이니마가 원천기술이다. 다이니마란 아라미드와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의 DSM사가 개발한 신소재로, 파라 아라미드와 같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방탄복과 헬멧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무엇보다 엄청 가볍다. 물에 쉽게 뜰 정도인데, 덕분에 낚싯줄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고성능 소재 다이나마를 UV수지로 코팅해 필름처럼 만든 것이 큐벤이다. 큐벤은 완벽하게 방수가 되고, 같은 중량 기준으로 철보다 열다섯 배 정도 더 튼튼하다. 게다가 어떤 섬유와 비교해도 가벼운 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백패킹 용품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초경량 텐트와 배낭이 대표적이다. HMG(하이퍼라이트 마운틴 기어)의 3400 윈드라이더 팩은 55리터(추가 주머니 10리터)로 큰 배낭에 속하지만 무게는 겨우 848그램이다. 비슷한 크기의 배낭과 비교하면 무게가 1/3에 불과하다. 38만6천원.

 

 

 

[립스톱 RIPSTOP]

합성섬유의 역사는 1938년에 출시된 나일론으로부터 시작된다. 나일론은 인류의 복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최초의 섬유다. 가볍지만 잘 찢어지지 않고 복원력이 뛰어나다. 또한 쉽게 닳지 않아서 스타킹으로 만들자 엄청나게 팔렸다. 하지만 1950년 아크릴, 1951년에 폴리에스테르가 출시되면서 나일론의 인기는 점점 떨어졌다. 폴리에스테르 원단은 현재 전 세계의 화학섬유 중에서 73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격도 싸고, 탄성도 강해 겉옷으로 만들면 아주 오랫동안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고성능 섬유 하면 고어텍스를 떠올리는데, 고어텍스도 폴리에스테르에 테플론이란 특수 수지를 덧입혀서 만든 것이다. 이렇게 가격과 성능에 상관 없이 대부분의 섬유시장을 폴리에스테르가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텐트에선 나일론이 좀 더 고급 소재로 통한다. 보통의 폴리에스테르보단 더 강하기도 하고, 신축성도 좋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립스톱은 찢는 걸(Rip) 멈추게하는(Stop) 소재다. 바둑판처럼 격자무늬로 만들어 찢어져도 다른 부분으로 번지지 않는다. 또한 바람이 잘 통한다. 만약 봄에 입을 간단한 바람막이를 구입한다면 고가의 고어텍스보다 저렴한 립스톱 재킷도 좋다. 파란색 텐트 콜맨 윈즈 라이트 돔은 최저가 29만원대.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이신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