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평양반닫이다. 정구호의 생각과 맵시로부터 만들었다.
서울에 정구호라는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그 이름은 곧 믿음이 되었다. 아름다울 거라는, 끝내 아름답고 말 거라는 믿음. 유난히 기억에 남은 장면이 하나 있다.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송혜교)의 방을 보여주는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은 황진이 뒤로 천장까지 꽉 채운 반닫이들이 있었다. 그 영화의 아트디렉터가 정구호였다. “어렵게 구한 평양 기생 사진이 있는데, 거기서 봤어요. 대개는 그 자리에 병풍을 치잖아요. 근데 거의 꽉 차도록 반닫이가 쌓여 있었어요. 얼마나 잘나가는 기생이었겠어요. 다 선물 받았다는 거잖아요.” 소반이 그렇듯이 반닫이 역시 지방마다 독창적인 맵시가 있다. 그중 평양반닫이는 빽빽하도록 장석을 붙인, 그야말로 화려미가 절정으로 치닫는 스타일이다. 정구호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각각 크기가 다른 23점의 반닫이를 새로이 만들었다. “전통적인 도안에서 출발해 모든 무늬를 새로 디자인했어요. 장석은 한국 백동을 사용했고요. 그걸 배열하는 디자인도 모두 새로 했습니다.” 그런데 나무가 아니다. 하얀 저것은 인조 대리석, 즉 플라스틱이다. “버려지는 것들, 소외된 것들, 잊힌 것들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는 뜻이 있어요. 솜씨가 빼어난 장인들 중에는 여전히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고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서 지내는 분도 계시지요.” 그가 펼쳐낸 아름다움이란 그러므로 질문이 된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아름답다는 건 무엇인가? 헛되고 헛될 지라도 끝내 아름답다는 것은….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반닫이를 가로 3미터 세로 6미터로 쌓아 올린다. 그 얘기를 듣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11월 26일부터 12월 24일까지, 청담동 조은숙 갤러리. 02-541-8484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