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참한 여자, 리한나?

2015.12.22GQ

리한나에겐 그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상의와 하의 모두 캐린 길슨, 구두는 주세페 자노티 디자인.

리한나는 정말 리한나 그 자체예요. 그게 그녀를 특별하게 하죠.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리한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상처나, 단점을 포함한 모두를.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일을 똑같이 경험해요. 저는 리한나가 좀 더 당당하게 자기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쪽 일을 하려면 배짱이 있어야 하죠. 대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싶은 얘기들을 많이 듣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 배경엔 그 사람을 둘러싼 소문이 있죠. ‐ 제이 지

가끔 생각해요. 그 무성한 소문대로 산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사람들은 제가 아주 거칠고 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생각이 절 힘들게 하죠. 요즘은 그래서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겨도 일단 물러서요. 그냥 문을 닫아버리는 게 습관이 됐죠.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사람들의 좋은 의도와 나쁜 의도를 함께 생각하게 됐고요. ‐ 리한나

RUN THIS GOWN          Rihanna takes a break in the Josie Alonso House, on Calzada Street, in Havana's Vedado neighborhood.

드레스는 랄프 로렌 컬렉션, 구두는 주세페 자노티 디자인.

그녀가 좋아하는 LA의 레스토랑, 조르지오 발디에서 리한나를 만났다. 빨간 웨이브 머리, 화장은 하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하얀 티셔츠에 데님 반바지, 동양적 문양의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파스타를 주문하며 그녀가 말했다. “전 음식은 포기 못해요. 그래서 매일 운동하죠. 이번 주도 내내 체육관에 있었어요. 그러니 이런 걸 먹을 자격이 있죠. 안 먹느니, 한 시간 더 뛸래요.” 지금 내 맞은편에 앉은 이 여자는 거친 힙합의 여왕도, 질투의 화신도 아닌 것 같았다. 나이트클럽에서 병을 집어 던지거나, 수많은 남자친구(라고 소문난)와 대책 없는 밤을 보낼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리한나는 우아하고 재미있는 여자였다. 똑 부러지게 말했고, 내가 들려준 자신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매우 놀랐다. “솔직히 전 지루한 사람이에요. 시간이 남을 땐 그냥 TV만 보거든요.”

소문과는 달리, 그녀가 정식으로 사귄 남자는 크리스 브라운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파파라치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 야구선수 맷 켐프와의 관계는? “그냥 데이트하는 중이었어요. 안 지 3개월밖에 안 됐었고, 그의 에너지가 좋았어요. 우리가 멕시코로 휴가를 갔을 때, 파파라치가 쫓아온 거고요.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저는 그 상황을 견디지 못했어요. 그 일 이후로 맷이 오히려 고생했어요. 저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기사까지 나왔죠. 지금까지 저와 스캔들이 난 남자 중 몇몇은 전화번호도 몰라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하늘에 맹세코 진짜예요.” 그리고 캐주얼 섹스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원한다면 해요. 전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할 거예요.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관계는 공허할 뿐이에요. 다음 날 아침에 정말 기분이 별로인 채로 일어나겠죠.”

“물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죠.” 리한나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니, 사랑까지는 아니라도 괜찮아요. 당신이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도 당신에 대해 생각한다는 걸 깨닫는 걸로 충분해요. 그때부터 존중이 생기니까요. 나를 존중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죠. 가끔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사람들이 왜 저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지, 왜 자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절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고요. 가끔은 단지 누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절 미치게 해요. 친구들과의 시간도 맘대로 갖지 못하니까. 제가 누구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이야기가 생겨요. 리한나가 어쨌네, 저쨌네. 앞으론 친구도 못 만드는 거 아닐까요? 최악이에요 정말. 루머가 생기면, 전 당사자와 연락도 끊어버려요.” 화려한 스타, 염문의 주인공. 이 사람이 우리가 알던 리한나가 맞는 걸까?

“그래도 전 항상 사람들의 장점만 보려 해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그게 꽃피길 기다려요. 그런데 보통 남자들은 진짜 남자가 되길 두려워해요. 여자를 위해 의자를 빼주거나, 친구들 앞에서 여자에게 잘해주는 걸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죠. 그런 신사적인 행동이 자기를 만만해 보이게 한다고 여기니까요. 전 그런 남자들의 지금 모습보다 더 많은 걸 기대해요. 제가 한동안 섹스나 데이트를 하지 않은 이유예요. 저도 사람이고, 여자고, 섹스를 하고 싶죠. 하지만 그저 귀여운 남자 한 명 만나서 즐거운 밤을 보내고 공허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건 싫어요. 그에겐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저한텐 과연 뭘까요? 못할 짓이에요. 제 명예에는 그저 흠집이나 좀 나고 말겠지만, 리한나라는 한 여자에겐 큰 부분이에요. 외롭죠. 다행인 건 외로울 시간도 없다는 점.”

UNAPOLOGETIC           Rihanna bares all in the bedroom of the Josie Alonso House.

리한나는 바베이도스의 브리지타운에서 태어나 끈끈한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녀는 기념일마다 모든 친척에게 카드를 보낸다. 바빠서 찾아가지 못할 경우, 가족들이 모두 리한나를 방문한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숨길 수가 없다.

그녀의 어머니는 학교 성적에 매우 민감했지만, 리한나는 일찍부터 음악에 사로잡혔다. 레게 뮤지션인 배링턴 레비, 베레스 해몬드,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휘트니 휴스턴. 그런 리한나의 경력은 2004년 두 미국 프로듀서, 에반 로저스와 칼 스터큰과 함께 시작됐다. 그들은 지역 오디션에서 리한나를 보자마자 바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리한나를 미국으로 데려왔다.

2005년,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그녀는 엘에이 리드가 회장, 제이 지가 CEO로 있던 데프 잼 레코딩즈의 오디션을 보았다. 지금 록 네이션에서 그녀를 담당하고 있는 제작자 제이 브라운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흰 옷을 입고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리한나와의 첫 만남을 똑똑히 기억한다. 흰 청바지, 흰 부츠, 흰 튜브 톱. “제가 복도에 앉아 있을 때, 제이 지가 지나갔어요. 그런데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꽤 당황했죠.” 리한나 역시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데프 잼의 경영진 중 한 명이었던 타이란 스미스는 그녀를 이렇게 표현했다. “방으로 들어와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그때의 눈빛과 목소리 톤이 인상적이었어요. 진짜 진지해 보였거든요.” 제이 지가 거들었다. “리한나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엄청난 스타로서의 잠재력이 보였어요. 그런 건 숨길 수가 없죠.” 하지만 정작 리한나는 노래를 부를 때 그저 멍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은 전 세계 음악 산업을 통틀어 가장 재능 있는 뮤지션들과 일하고 있어요. 저는 그저 멀리 섬에서 온 작은 씨앗이었죠. 오디션 기회조차 꿈같았어요. 겁났고, 덜덜 떨었죠.” 데프 잼은 그날 당장 리한나와 계약하길 원했고, 리한나는 새벽 3시까지 12시간 동안 데프 잼 본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이후 리한나는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Pon de Replay’로 시작해, ‘SOS’, ‘Umbrella’, ‘Rude Boy’, ‘Only Girl (in the World)’, ‘We Found Love’, ‘Diamonds’를 비롯한 수많은 곡이 연달아 히트했다. 그녀는 쉴 틈 없이 일했고, 8년간 7장의 음반을 냈다. 벌써 10년 차. 총 54억 장의 음반 판매량, 13개의 1위곡 그리고 2백10억 건의 다운로드. 자신들을 ‘해군NAVY’이라 지칭하는 든든한 팬덤도 있다. 음악 신을 넘어 배우(가장 최근작은 애니메이션 < Home >의 목소리 연기다)로도 활동 중이다. 2014년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위원이자 올해의 베스트 드레서로 호명됐으며, 푸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벌써 8개의 그래미 상을 받았다.

하지만 2009년 2월 8일 그래미 시상식 전날, 제작자인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파티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리한나의 첫사랑이자 당시 남자친구였던 크리스 브라운이 차 안과 길에서 그녀를 폭행한 것이다. 붓고 멍든 얼굴이 고스란히 매체에 실렸다. 그리고 5년 뒤인 2014년, 풋볼 스타 레이 라이스의 그 유명한 가정폭력 사건이 터졌다. 당시 방송사 < CBS >와 NFL 측은 시즌 개막 한 주간의 중계 중 리한나의 ‘Run This Town’을 틀지 않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흥분한 상태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전 그런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왜 희생자만 계속 회자돼야 하는지를요.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그런 것도 그저 견뎌내야 한다고 저 자신을 설득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도 수많은 여성이 겪고 있는 일이에요. 그냥 쉬쉬하고 넘어갈 게 아니죠. 폭력 피해자들에겐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라고요. 제가 왜 그런 벌을 받아야 하나요?”

SCENE AND HEARD           Fans surround Rihanna in Old Havana.

점프 수트는 발렌티노, 귀걸이는 제니퍼 피셔.

한편 크리스 브라운에 대해 얘기할 땐 매우 신중했다. 사건 이후 둘은 재결합했고, 리한나는 법정에서 그를 두둔하기도 했다. “전 그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크리스 브라운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그런 상황에서 상대를 바꾸려고 할 경우, 그는 결국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고요. 그들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그들의 실패에 대해 언급하면, 오히려 화를 내요. 그제야 깨닫게 되죠. 멍청한 짓을 했군. 그냥 떠나야 했어요. 물론 전 크리스 브라운을 미워하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생각할 거예요. 우린 친구도 아니지만 적도 아니에요.”

한편 리한나와 히트곡 ‘Love the Way You Lie’와 ‘The Monster’를 협업한 에미넴은 그녀를 이렇게 표현했다. “리한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에요. 믿을 만한 친구죠. 그녀랑 작업하는 게 즐거워요. 서로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거든요. 한 마디로 잘 통해요.” 리한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에미넴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우리 시대의 가장 권위 있는 래퍼이자 위대한 시인이죠. 제게 피처링을 부탁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게다가 ‘Love the Way You Lie’의 가사는 제가 당시 느끼던, 잘못된 관계에 대한 내용이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요.”

리한나는 지금 뉴욕에 산다. 그녀가 사랑하는 도시. 그리고 넘치는 옷을 보관하기 위해 LA에도 집을 마련했다. 201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입은 빨간 아제딘 알라이아 드레스, 2015년 그래미 시상식의 분홍색 잠바티스타 발리 가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의 론칭 파티에서 입은 라벤더색 디올 수트가 모두 거기에 있다. CFDA(미 패션디자이너협회) 시상식에서의, 그 유명한 크리스털로 뒤덮인 시스루 드레스도 마찬가지다. “전 제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옷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날 이후론 아, 한동안 이런 옷은 못 입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관심을 끌기 위해 선택한 좀 과한 옷들이요. 당분간은 CFDA 시상식이 마지막일 거예요.”

REBELLE WITH A CAUSE           Rihanna in a contemplative moment, alongside a 1959 Chevrolet Impala, at the paladar La Guarida on Concordia Street.

코트와 바지는 디올, 구두는 주세페 자노티 디자인.

이런 다양한 취향은 리한나의 음악에서도 드러난다. 아름다운 발라드 ‘Stay’부터 레게를 차용한 ‘Rude Boy’까지, 다뤄보지 않은 종류의 음악이 드물 정도다. 곧 나올 새 음반은 준비 기간이 3년 이상 걸렸다. 제이 지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완벽한 음반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달 전 공개된 몽환적인 인상의 곡 ‘American Oxygen’ 역시 꽤 색다르다.

이어서 나온 싱글 ‘Bitch Better Have My Money’에선 여성 인권을 간접적으로 다뤘다. 지금 음악 산업에서 리한나는 누구보다 영향력 있는 여자다. 최근 그녀는 자신의 곡에 대한 저작권을 갖게 됐고, 앞으로는 스스로 세운 회사 웨스트버리 로드를 통해 음반을 발매하기로 했다. “제가 15~20년 걸려서 한 일을 리한나는 10년 만에 해냈어요. 그녀를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제이지가 말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남들과는 좀 다르다. 명성과 함께 오는 것들. “모든 게 좋아 보이죠. 하지만 무섭고 비현실적이에요. 어쩌면 내려갈 일만 남았는지도 몰라요.” 리한나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행동해도, 그녀의 일상은 화제가 된다. 에미넴은 과거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 명성과 혼자 아무렇지 않게 쇼핑을 하러 갈 수 있는 삶을 바꾸고 싶다”고. “너무 슬프고 무섭지 않아요? 저도 에미넴과 똑같아요. 정말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을 꿈꾸죠. 다만 약간의 불편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이요. 그런 건 언제나 필요해요. 인생은 완벽하지 않거든요. 완벽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진짜가 아니죠. 살면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시험이에요. 그 시험을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죠. 계속 자신을 증명해나갈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그녀 앞에 놓인 시험은 ‘관계’라는 과목일까? “아직은 혼자인 게 좋아요. 누군가가 필요하진 않아요.” 그러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하게 될 사람은 아주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 “당연하죠. 인내심 많고, 평범하지 않은 신사. 제가 전혀 생각지도 못할 때 나타나겠죠. 하지만 당장은 글쎄요. 한 사람의 전부가 될 자신이 없어요. 제 상황이 그래요. 음, 그렇다고 백마 탄 왕자는 아닐 거예요. 아마 검은 오토바이를 타고 오겠죠.”

    에디터
    글 / 리사 로빈슨(Lisa Robinson)
    포토그래퍼
    Annie Leibov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