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해치백이 아니다, 시트로엥 DS DS4 크로스백

2016.07.29GQ

갖고 싶은 차가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때. 우리는 단 한 대의 차에 집중했다. 8월의 명예는 DS DS4 크로스백이다.

DS4 크로스백은 기특함과 모호함을 동시에 품었다. 브랜드와 차 이름 모두 DS인 이 난해한 상황을 먼저 풀어보자. DS 모델에 대한 시트로엥의 자신감이 독자 프리미엄 브랜드인 DS를 만들어냈고, PSA(푸조 주식회사)는 푸조와 시트로엥에 DS까지 모두 세 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름이 DS DS4 크로스백이다. 디자인은 기계적 이성보다 예술적 감성이 도드라진다. 차체 이곳저곳을 타고 흐르는 화려한 선과 면이 바로 올라타기보다 세 걸음쯤 떨어져 음미하게 한다. 왜 그랬을까 하는 난해함도 없지 않다.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규정하기 힘든 브랜드가 DS니까. 그럼에도 시트로엥 시절 DS의 디자인 색깔을 줄이고 DS라는 브랜드로 온전히 서기 위한 노력이 기특하다. 시원한 헬리콥터 이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커다란 앞 유리로 하늘을 보며 즐겁다가도 멀쩡하게 달린 뒷 창문을 열 수 없는 것에 기분이 상할 때도 있지만…. 태생이 쿠페 같은 세단이고 기능보다 디자인을 우선하는 프랑스 감성의 고집이라니, 이해하고 넘길 수밖에. DS4 크로스백은 세단 디자인에 SUV의 실용성을 더한 모델일진대, 프랑스식 실용은 보편적 그것과 좀 다르다.

화려한 겉모습과 대조적으로 실내는 차분하다. 난삽할 정도로 화려한 멀티미디어 시스템 대신 다루기 쉽고 보기 좋은 장치들이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았다. 차분히 달그락거리는 디젤 엔진을 켜고 속도를 낸다. 차체가 제법 높은데도 핸들링이 날카롭다. 120마력짜리 1.6리터 디젤 엔진은 기대했던 딱 그만큼 힘을 낸다. 넘치지도, 아쉽지도 않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크로스오버에 앙칼진 달리기 실력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 테니, 이 걸로 충분하다. 어디서든 평균 이상으로 달리고 돌고 선다. 무엇보다 운전이 쉽고 편하다. 6단 자동변속기는 빠르고 매끈하게 톱니를 바꿔 문다. MCP 특유의 멋쩍은 변속 감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시트로엥과 DS를 분리한 PSA는 더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과 흐트러진 집중력을 추스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잘 만든 차도 브랜드가 생소하면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좋은 차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시들지 않길 바라며, 부푼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DS DS4 CROSSBACK

엔진 1,560cc 터보 디젤

변속기 6단 자동

구동방식 앞바퀴 굴림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

공인연비 리터당 14.5킬로미터

가격 3천9백60만원

 

DETAILS

 

소박한 디젤 엔진이 보여주는 세계

유럽에서 시작한 디젤게이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디젤 엔진이 뜨거운 눈총을 받는 중이다. 그래도 디젤엔진의 효율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120마력과 30.6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1.5리터 BlueHDi 디젤엔진은 리터당 14.5킬로미터를 달린다. 실제 연비가 공인연비보다 좋은 경우는 흔하다. 마력은 달려도 1천7백50이라는 낮은 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덕에 가고 서길 반복하는 곳에서 운전이 편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에 DPF(디젤 입자 필터)를 조합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90퍼센트, 미세 입자 제거율은 99.9퍼센트까지 높였다. 디젤 엔진을 둘러싼 논란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문제다.

 

YOUR SHOPPING LIST

BMW Active Tourer 4천1백40만 ~ 4천6백6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B 200 d 4천2백40만원

푸조 2008 2천8백80만 ~ 3천1백20만원

국내에서 진정한 경쟁 모델, 즉 진짜 크로스오버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만만한 라이벌이 적지 않다. 소형 SUV와 공간이 여유로운 해치백, 왜건 등이 모두 거론될 수도 있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품으면서 가격이 비슷한 기준으로 살펴보자. 비용을 좀 더 들일 의향이 있다면 BMW가 처음 만든 앞바퀴 굴림 크로스오버 액티브 투어러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실용성을 더한 메르세데스-벤츠 B 클래스가 존재한다. 한 식구지만 빼놓을 수 없는 푸조 2008도 있다. 더 저렴하지만 상품성과 패키징이 달리지 않는다. 올 하반기 풀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으니 기다려볼 만하다.

    에디터
    글 / 이병진( 수석 에디터)
    포토그래퍼
    정우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