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군주 – 가면의 주인>이 끝나도 엘은 눕지 않는다. 더 내달리고 싶은 마음이 식지 않는다.
2011년에 인터뷰한 적이 있죠. 그때 생각하면 기분이 어때요? 굉장히, 뭐랄까, 솔직히 그때 제가 드라마 활동도 했고 앨범도, 콘서트도 했어요. 음반을 8장인가 냈던 것 같아요. 정말 바빴어요. 저희 팀과 저를 포함해 대중들에게 많이 각인되는 그런 해였던 것 같습니다. 네.
아나운서처럼 빠르게 말하네요. 면접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 이게 되게 편한 거예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탁탁 이야기하는 거예요. 편하게.
<군주 – 가면의 주인>에선 오히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듯이 대사를 처리했어요. 의도한 건가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리딩을 되게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이선 역할에 사극 경험이 없는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많았대요. 그것 때문인지, 어찌됐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배우들끼리도 많이 만났어요. 이선은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천민부터 왕까지 연기해야 하는, 감정 프레이즈가 극적인 캐릭터예요. 목소리 톤도 그렇고, 말 느리게 하는 것도 그렇고, 그걸 하나하나 다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 엘을, 김명수(본명)를 보는 시선이 좀 달라질까요? 이번에 그 선입견을 바꾸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잘 끝내고, 호평을 받았어도, 다음 작품에선 또 선입견과 싸우겠죠. 이젠 신경 안 쓰려고요. 어차피 작품을 까보면, 노래를 까보면 제가 잘해버리면 그 선입견이 깨지는 거니까요.
오히려 김명수의 시선이 달라졌네요. 예전엔 시키는 걸 잘하려고 노력만 했어요. 차차 연차가 쌓이고 나이 들어가다 보니까 스스로 부족한 게 뭔지도 알게 되고, 비평하는 댓글들도 보게 되고…. 사람은 본인이 멋있어 보이는 걸 찾게 되잖아요. 자기 옷을 입게 되는 거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여기서 배운 걸 바탕으로 계속 실력을 쌓아가야 할 것 같아요. 진행형인 거 같아요. Ing형이라고 하죠.(웃음)
에너지는 충분해요? 네. 제가 굉장히 욕심이 많아요. 엘도 그렇고 김명수도 그렇고. 대중들이 처음엔 노력 안 할 것 같다, 얼굴만 믿고 갈 거 같다, 그랬어요. 그래서 일부러 외모 외에 다른 걸 더 보여주려고 했어요. 사진집도 내고 <복면가왕>에도 나가고…, 잘한다는 칭찬 듣고 싶어요. 그래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할 일을 차곡차곡 써나가는 걸 되게 좋아해요.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연예인치고 잘한다가 아니라 그냥 잘한다고 칭찬받고 싶어요. 성취욕도 강하고 잘하고 싶은 욕구도 강해요.
“음악이 커지자 엘이 눈물을 뚝 떨궜다. “한 방울 떨어지는 그 순간을 찍으셨나요?” 그가 궁금해했던 우는 모습 대신
울기 30초 전, 음악에 스며드는 이 얼굴을 싣는다.”
칭찬은 엄청난 동력이죠. 어렸을 때부터 칭찬 받기 위해서 열심히 했어요. 관심을 못 받아서….
네? 저는 혼자였던 것 같아요. 사춘기가 왔을 때 다른 쪽으로 빠지지도 않고 세상과 약간 분리된 기분으로, 어른처럼 뭔가…. 저는 또래보다 연상들이 좋아서, 주변에 조언해줄 수 있는 연상이 항상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 어른 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사실 인기도 없었어요. 제 과거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곱슬머리여서.(웃음) 항상 살 찌고 부어 있는 상태여서 진짜 잠자는 거 아니면 세상과 단절된, 해탈한 상태로 지내는…. (웃음)
엘의 취미를 모아봤더니 일관성이 있었어요. 고양이 집사, 인테리어 바꾸기, 청소 하기, 기타 치기, 만화 보기. 조용히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정말 그게 다예요. 그냥, 정리를 좋아해요. 만약 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전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했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세련된 모던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저희 집은 이미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머리가 진짜 아팠어요. 처음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제가 사사건건 간섭해가며 인테리어를 계속 바꿨거든요. 가구를 다 짜 맞추었더니 사람들이 저희 집 오면 모델하우스 같다고 해요. 이 인터뷰 끝나면 집에 가서 고양이랑 놀아주는 게 첫 번째 목표, 그다음이 청소랑 정리입니다.
6개월간 지방 촬영으로 집을 비웠으니 많이…. 청소할 건 별로 없어요. 부모님이 가끔 빈집에 들러 청소해주셨는데, 먼지 쌓인 것만 치워주시는 정도예요. 온 김에 아들 집 먼지나 좀 닦아줄까? 이런 거죠. 오히려 제가 부모님 댁에 가면 ‘집이 왜 이렇게 더럽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웃음)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예요? 옷 방이요. 다른 공간들은 추가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벽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치우려고 해도 치울 게 없는 거에요. 근데 옷 방에 가면 치울 게 많아요. 색깔별로 정리할 수도 있고, 먼지도 엄청 쌓여 있고. 제습지 한 번씩 갈아주면서 사소한 행복을 느껴요.
필모그래피도 쉴 틈 없이 꽉꽉 쌓아왔는데, 그게 성격이었네요? 계속 일을 하고 싶어요. 직업을 잘 선택했다고 느끼는 게, 이런 성격 자체가 너무 잘 맞아요. 각박하게 빡빡하게 흘러가는 일정에도, 어떤 일을 갑자기 하게 됐을 때도 잘 받아내요.
“스튜디오로 들어서기 직전까지, 꼬박 3일 동안 엘은 70여 개의 매체와 인터뷰를 끝내고 왔다. 그런데도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둔다는 거겠죠? 저는 준비성이 강해서 딱딱딱 구체적으로 계획을 많이 해요. 소속사에서 “혹시 이것에 대해 생각해놓은 게 있어?” 그러면 다 얘기할 수 있어요. 사진집 만들 때에도 “어떤 콘셉트로 갈 거야?” 물으면 저 이런 콘셉트로 하고, 내지는 이런 색상으로 했으면 좋겠고…. 이런 구체적인 생각이 웬만하면 다 있어요.
이제 앞으로…. 자, 그래서 저의 하반기 계획을 말씀드리자면요, 며칠 동안 인터뷰들을 몰아서 했는데, 이게 다 끝나면 잠깐의 휴식 시간을 거친 후, 하반기에 대한 일정을 짤 계획이에요. 앨범이 될 수도 있고 차기작이 될 수도 있고 사진집이 될 수도 있고, 사진전이 될 수도 있어요. 다 열어둔 채 회사와 얘기를 많이 해야죠. 컨택은 회사의 역할이니까.
오늘 예상 질문지 뽑아온 건 아니죠? 저 8년 차예요. (웃음) 어떤 질문이든 지금처럼 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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