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와타나베 토시미 “음악과 스타일은 별개죠”

2018.04.23정우영

한국에 온 첫날, 와타나베 토시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Innocent Love’라는 곡이었다.

와타나베 토시미는 건강의 비결 중 하나가 지나친 음주를 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술을 조금 마셨고 가끔 담배를 피우긴 했지만 지금 토시미는 목이 쉬었다. 3월 24일, 25일 양일간 홍대의 클럽 공중캠프에서 줏 16의 라이브가 있었다. 1990년대에 시작된 현재진행형의 전설 도쿄 넘버원 소울셋의 멤버로, 로큰롤, 스카, 덥, 메스티조, 재즈 등의 음악을 하나로 이해하는 밴드 줏 16으로, 음악과 병행해온 패션 브랜드 도아랏의 CEO로, <461개의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약속>의 저자로, 일본의 원자력 발전 반대 활동가로 실로 요약이 불가능한 삶을 살아온 남자의 첫 번째 한국 공연이었다.

일본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는 한국 방문 내내 꼼 데 가르송 점프 수트를 입었고, 무대 위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페도라를 썼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과 그가 하는 말은 사뭇 달랐다. “음악과 스타일은 별개죠. 멋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의 공연을 보아야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줏 16은 첫째 날 공연의 리허설을 3시간 동안 했다. 연주할 수 있는 모든 곡을 연주해보고 어떤 곡이 오늘 잘 맞는지 고르는 작업이었다. 누구보다 음악의 취향, 장르, 형식에 밝은 음악가가 사실은 준비, 공간, 순간을 중시했다. “공연을 디제이처럼 접근해요. 음악이 끊이지 않게 하고, 아무리 준비를 했더라도 그때 관객의 상태와 공간의 공기가 다르다면 바로 계획을 바꿔요.” 3시간 동안 리허설을 했는데 정작 공연에서는 곡의 순서도 바뀌었고 준비한 몇 곡은 부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노래했다. 마지막 무대인 것처럼 노래했다. 1966년생 남자에게서는 물론이고, 21세기에 태어난 남자에게서도 본 적 없는 전심전력이었다.

와타나베 토시미의 밴드 줏 16은 ‘오래도록 열여섯 살’이라는 뜻이지만, 이것은 철없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그대로 계속하는 것, 그만두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혼자서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잘 부탁할 줄도 알아야죠. 그 사람이 또 하나의 나일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해요.” ‘오래도록 열여섯 살’에서 방점은 뒤가 아닌 앞에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는 좋은 음악은 ‘심플’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을 기억하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음악에는 ‘하트’가 있어요.” 토시미는 목이 쉬었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