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이탈리아 사람처럼 한낮을 보내면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푸드 에디터라고 하면 매일매일 근사한 숨은 맛집을 방문하고, 셰프들과 수다를 떨고,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들만 먹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아니지만, 이번 이탈리아 취재에선 그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호수 옆에 자리 잡은 거대한 빌라를 빌려 세계에서 가장 실력 있기로 유명한 셰프 한 명과 그의 친구들을 초대해 일주일이란 시간과 그 기간 동안 먹은 음식들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하기로 했다. 우루과이 출신 이그나시오 매토스 셰프는 우리의 무모한 계획에 동의했고, 타르틴 베이커리의 주인공인 채드 로버트슨, 셰 파니스의 셰프였으며 요리책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타니스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이 기사를 쓰는 목적은 독자들의 부러움을 사거나 코모 호수를 최고의 휴가지로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음식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탈리아의 한낮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요리하며 보내는 일주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여기서 말하는 요리는 주제나 미션을 정해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완벽한 하루를 탄생시키는 진짜 요리를 찾고 싶었다. 열댓 명의 손님이 머문 호숫가의 어마어마한 빌라 곳곳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정원의 정자에서는 데친 신선한 채소들이 자연 바람을 맞고, 창턱에는 마차 바퀴처럼 커다란 치즈가, 그리고 곳곳에는 근처에서 자란 농작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매토스와 그의 친구들은 쉼없이 이어지는 요리 대행진에 맞추어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역할을 바꿔가며 주방을 들락날락거렸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시간 앞에 매우 유연해졌다. 장보기 사이사이에는 근처 카페에서의 간식과 낮술 타임이 간간이 끼어 있었다. 간단한 샐러드와 생선 요리로 차린 야외에서의 점심은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내리쬐는 햇볕을 자양분 삶아 먹고 마시는 우리들의 낮은 밤보다 뜨거웠다.
아침 식사를 성대하게 제대로 된 아침 식사는 좋은 하루의 밑거름이 된다. 잘 익은 복숭아를 예쁘게 자르고, 진하게 내린 커피에 채소와 치즈로 만든 타르트까지 챙긴다. 긴 휴가 중 가장 풍족한 건 시간이다. 천천히 아침을 즐긴다. 아침 식사 메뉴는 복숭아와 펜넬 샐러드, 브랙퍼스트 칼조네, 리코타 샐러드와 마리네이드 한 콩, 파이의 일종인 토르타 파스콸리나다.
토르타 파스콸리나 사진 속 식탁 위 이탈리아 파이는 부활절 음식이지만, 언제 내놓아도 좋을 베지테리언 요리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근대의 양에 놀랄 수도 있지만, 불 위에서 볶다 보면 점차 숨이 죽으면서 파이 속을 꽉 채운다. 파이의 윗면 반죽을 덮고 바닥면과 매듭을 지으면 소박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달걀물을 바르고 설탕을 살짝 뿌려 노릇하게 굽는다.
스프리츠 마실 시간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 땐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누구나 칵테일을 마시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직접 칵테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럴 때 스프리츠 칵테일은 완벽 그 자체다. 충분한 얼음을 준비하고, 스파클링 와인과 식전주 와인 몇 가지를 준비하면 끝. 이 조합이 가장 이상적인 DIY 칵테일인 이유는 만드는 데 옳고 그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식이 있을 뿐 정답 따위는 없다. 잔을 얼음으로 채우고 좋아하는 식전주를 조금 따른다. 그런 다음 잔을 프로세코와 같이 탄산이 있는 술로 채운다. 마지막엔 클럽 소다로 마무리. 과일 껍질을 얇게 썰거나 과일 슬라이스로 마무리를 한다. 술이 너무 세다? 소다를 더 부으면 된다. 너무 달다? 프로세코를 더한다. 마시고, 더하고, 마시고, 더하고. 오전과 오후 사이는 스프리츠 시간이다.
바 카트를 채우는 법
1 스프리츠를 만들든, 하이볼을 만들든, 아니면 수분 보충을 위해서든, 충분한 탄산수를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스 단위로 준비해둘 것.
2 과일 껍질(또는 과일 슬라이스)로 간단한 칵테일도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3 산뜻하고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 와인(프로세코)은 최고의 휴양지 음료다. 끊임없이 병을 따게 될 테니 수량은 넉넉히 준비한다.
4 캄파리와 아페롤 같은 달콤 쌉쌀한 식전주는 스프리츠의 좋은 베이스가 된다. 물론 더 센 칵테일을 만드는 데도 유용하다.
점심은 길고 게으르게 이탈리아 사람들의 말 중에 무조건 옳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점심시간이 길수록 그날은 좋은 날’이란 말이다. 점심은 단순히 일과에서 일과를 이어주는 구두점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일과다. 그러니 이탤리언 로제를 얼음과 곁들여보자. 밀려올 졸음 이후에 대한 걱정은 미리부터 하지 말고.
토마토, 깍지 강낭콩, 안초비 이탈리아 사람들의 점심. 깍지 강낭콩은 소금물에 5분간 데친다. 큰 볼에 깍지 강낭콩과 여러 종류의 토마토를 썰어 넣고 안초비 적당량, 셀러리 잎, 식초를 두르고 소금을 추가해 함께 잘 무친다. 접시에 와르르 옮겨 닮고 올리브 오일과 후추를 추가한다.
도미, 레몬, 올리브 껍질을 벗진 토마토는 강판에 갈아두고 레몬은 씨를 빼고 얇게 썰어둔다. 회 뜨듯이 포를 뜬 도미를 차가운 접시 위에 올리고 갈아둔 토마토를 숟가락으로 흩뿌린다. 레몬 조각들도 곳곳에 올리고 루콜라, 올리브, 링으로 썬 양파를 적절히 올린다.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흩뿌리고 소금과 올리브 오일도 조금 추가한다.
구운 가자미, 셀러리 잎 살사 쿠킹 포일을 준비하고 손질한 가자미를 올린다.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뿌리고 로즈메리 두 줄기를 더한 뒤 포일로 봉해둔다. 그릴에 올려 잘 뒤집어가며 25분간 굽는다. 다진 파슬리, 셀러리 잎, 마늘을 작은 볼에 넣고 레몬즙과 레몬 제스트를 추가한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더해 살사를 만들어 가자미 구이와 함께 곁들인다.
오후의 간식 이탈리아 사람들은 간식의 묘미를 제대로 안다. 간식 없인 술을 마시지 않고, 술 없는 간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준비할 때 중요한 키워드는 요리라기보단 큐레이팅이다. 최고의 아이템들을 선별해서(예를 들면 프로슈토 디 파마, 피미엔토 치즈, 또는 훈제 송어 딥) 가장 구미 돋는 조화를 만들어본다. 올리브도 중간중간 세팅하고, 잘 익은 멜론에 햄도 늘어뜨려보자. 이쑤시개에 알맞은 크기의 프로볼로네와 알양파를 꽂으면 모두가 완벽한 한 입을 맛볼 수 있다. 오후 3시의 점심 후, 밤 9시의 저녁 전까지, 사실상 간식은 모든 시간대에 가능하다. 사람들이 흥청망청 술에 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간식을 넉넉히 준비한다면 저녁 식사가 한두 시간 정도 늦어져도 불평할 사람은 없다.
완벽한 한입
1 올리브를 감싼 안초비를 달달하게 절인 고추로 다시 감싼 것. 이 아름다운 조화는 달콤 쌉쌀한 칵테일인 캄파리 소다에 완벽히 어울리는 안주다.
2 부팔라 모차렐라와 모스타르다(과일을 매콤한 머스터드 오일에 절인 것)를 함께 먹으면 맛의 대비가 입 속에서 짜릿한 조화를 이룬다는 걸 알 수 있다.
3 새콤하게 절인 미니 양파는 깁슨 칵테일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매콤한 프로볼로네 피칸테, 파슬리, 그리고 블랙 페퍼를 살짝 곁들이면 샐러드가 탄생한다.
4 잘 익은 멜론과 짭짤한 햄의 조화만큼 완벽한 여름의 맛이 있을까.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주면 완벽 그 자체다. 클래식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5 이탤리언 케소 딥은 늘 옳다. 매운 고르곤졸라 돌체에 생크림만 더하면 되니 만들기도 쉽다. 찍어 먹을 농도가 될 때까지 섞으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