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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의 레오는 부드럽게 말했다

2018.09.01GQ

빅스의 레오는 성큼성큼 걷지만, 마주 앉으면 꽉 찬 마음으로 부드럽게 말한다.

화이트 수트, 김서룡 옴므. 귀고리, 불레또.

 

레드 베레, 캉골. 니트 톱, 펜디.

 

폴로 셔츠, 라코스테.

 

베이지 코튼 수트, 87mm. 블루 아노락 점퍼, 푸시버튼. 주얼리는 레오의 것.

막 솔로 미니 앨범이 나왔어요.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를 가장 괴롭힌 생각은 뭐예요? 제가 작사 작곡을 다 하다 보니 이게 나와도 될까, 하는 걱정을 가장 많이 했어요. 믹싱이 끝나고 나서도 이 곡이 과연 좋은 곡일까, 하는 식으로요. 제가 빅스의 곡이나 빅스 유닛인 LR의 곡을 많이 쓰긴 했지만 나를 위한 앨범이다 보니 책임감이랄까 부담감 때문에 의심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자기 검열로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땐요? 애드리브 하나부터 안무 동작 하나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물었죠. 과하지 않아? 괜찮을까?

그런 과정 없이 무언가를 창작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진행이 더디거나 자기 비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 무섭지만요. 맞아요. 저는 두려움도 많고, 자신을 가만히 놔두질 못하고 채찍질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성격이 후회되는 게, 동생들한테든, 후배한테든, 친구한테든 제대로 격려를 해본 적이 없어요. “너 멋있다”는 식의 말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솔직히 조언을 해주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너 나이가 이렇잖아, 너가 지금 이 상황이잖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나도 이런 이런 부분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자면 안 돼, 아직 멀었어” 같은 말요. 옛날 말로 하자면 “악으로 깡으로 조금 더 버티자” 이런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자랄 때 운동선수 생활을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요.

누구한테 제일 미안해요? 솔직히 말하면 제 자신한테요. “택운아(본명), 오늘도 수고했다, 오늘도 잘했다”는 말을 나에게 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좀 노력 중이에요. 이제 아예 주문처럼 하루에 한 번씩 외우고 자려고요. “택운아, 수고했다.”

<Canvas>를 내놓은 레오에게 가장 잘한 것 하나를 꼽아 격려해주자면요? “표현을 잘했다. 곡들의 색깔이 다 잘 표현됐고, 잘 만들었고, 가사도 잘 썼다.” 자기 위안으로 하는 말이에요. 더 솔직히 말하면 잘 얻어걸린 것도 같아요. 흐흐.

앨범을 내놓기 일주일 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고치고 싶어요? 아무것도 못 고칠 것 같아요. 타이틀 곡 연습도, 녹음도 워낙 열정적으로 준비해서 그때로 돌아가도 지금만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만족은 못 하지만, 최대치의 노력은 했으니까.

창작의 밑천은 두둑한가요? 제가 어릴 때 공부는 진짜 안 했는데요, 누나 셋이 다 공부를 잘 했어요. 누나가 선생님이기도 하고…. 그래선지 누나들한테 지기 싫은 것도 있고,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해서 어릴 때부터 책은 많이 읽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의 연장선으로 그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곡을 써보기도 하고요.

누나가 많은 남자에 대해 무한한 신뢰가 있는 편입니다. 자연스러운 다정함이 있달까요? 제가 ‘오바’일 정도로 가족애가 심해요. 가족을 저보다 더 사랑해요. 제 원래 꿈도 사실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는데, 가수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제가 생각했던 루트에서 좀 벗어난 것 같지만, 전 원래 서른둘쯤에 결혼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조카를 볼 때마다 ‘쟤를 보면서 위안을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흐흐.

촬영 때문에 벗어둔 반지를 하나씩 천천히 끼면서, 상대방을 줄곧 바라보면서, 사뿐사뿐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은 의외입니다. 무대 위에선 날카롭잖아요. 친한 사람과 만나면 말을 진짜 많이 하는데, 처음이 항상 어려워요. 그래도 이제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아져서 방송국이 편해졌고, 팬들도 6년째, 7년째 보니까 편해졌고, 이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길에서 되게 많이 싸웠어요. 눈매가 매섭고 차가운 분위기가 있어서 길을 지나갈 때도 “뭘 쳐다봐?”라고 시비 거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친한 사람만 만나면 되는 시기잖아요. 그러다 데뷔를 하니 저의 그 이미지가, 낯 가리는 제 성격이 좀 힘들었어요. 지금은 편해요.

커피를 자주 마시죠? 혹시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인가요? 아, 커피는 좀 다른 이유예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빠랑 큰누나가 프림, 설탕, 커피 비율을 3:3:2로 커피를 항상 타오라고 저에게 시켰어요. 심부름 값으로 다 먹고 두 방울씩 남겨줬고요. 그거 마시면서 커피가 좋아진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는? 집. 맘 편한 곳에서 마셔야 제일 맛있어요.

유난히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던 해에 데뷔해 이제 7년 차입니다. 레오가 눈에 더 들어오기 시작한 건 뮤지컬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데뷔 후 겪은 여러 과정 중 뮤지컬 데뷔가 가장 컸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연습생 때 연기 수업 안 받는다고 했던 저였는데, 이렇게 재미가 들릴 줄은…. 뮤지컬 하면서 스펙트럼도 넓어졌고, 미래의 노선도 좀 바뀐 것 같고요. 이번 타이틀곡 ‘Touch & Sketch’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뮤지컬을 경험하면서 이 곡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였을 거예요.

스물아홉이라는 느낌은 어때요? 같아요. 잠깐 시간이 나서 어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어요. 친구는 맥주, 저는 커피를 마시면서 “내년에 서른이네?”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게 다예요.

아이돌 7년 차라는 느낌은요? 그건 좀 의식이 되는 것 같아요. 솔로 가수로 데뷔했는데 자꾸 엔딩 무대에 서고. 흐흐. 가끔 후배들이 CD를 들고 대기실에 와서 “선배님들의 영상과 안무를 연습생 때 많이 따라 했어요. 존경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되게 놀라워요. 그 연차에 맞는 가수가 맞나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최근엔 빅스 멤버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앞으로 빅스로 활동하면서 어중간하게 할 거면 안 하고 싶다. 동방신기 선배님처럼 계속 멋있는 팀으로 남자, 우리는.”

걷는 것 좋아하죠? 날씨 좀 선선해지면 어딜 걷고 싶어요? 바람 불 때 사람 없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어폰을 꽂고요.

늘 음악과 함께네요. 아까 스튜디오에 들어올 때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면서 들어와서 입장곡을 틀어둔 줄 알았어요. 아, 제가 항상 그런 입장을 하는 편이에요. 음악을 쉬지 않고 계속 들으니까요. 최신 음악을 다 듣고 그중 좋아하는 노래만 선별하는 작업을 계속해요. 얼마 전에 그 리스트가 날아가서 미칠 뻔했어요.

촬영할 때 레오의 플레이리스트를 요청했어요. 리스트 중 갑자기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나온 건 좀 의외였고요. 그건…. 아까 헤어 메이크업 수정 때문에 제가 잠깐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 밖에 계신 촬영 스태프분들이 심심하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틀어본 노래예요. 저희 스태프에게 “밖에 상황 어때?”라고 물었는데 “신경도 안 쓰는데?” 그래서 그냥 바로 다른 노래로 돌렸고요.

누나 많은 남자의 다정함이란. 웃으셨다니 성공이네요.

귀여운 것만 보면 정신 못 차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최근에 본 제일 귀여웠던 ‘짤’은? 음…, 팬 사인회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웃는 저의 모습을 찍은 사진요. ‘정말 바보같이 웃네. 짜식, 귀엽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허재영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헤어
    Sophia at Jennyhouse
    메이크업
    김수연 at Jenny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