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을 필요 없다, 시계 수집가가 말하는 수집하면 딱 좋은 시계의 수

2026.06.15.조서형, Cam Wolf

시계 컬렉션에 이상적인 개수를 알아내기 위해 시계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개수’ 이상의 시계를 모으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적당한 때 판매하는 것이 좋다.

수집가에게 시계 컬렉션의 갯수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마치 “가슴속에 기쁨은 얼마나 있어야 하나?”, “하루에 몇 번 웃어야 하나?”, “사랑은 얼마나 느껴야 적당한가?” 묻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집가에게도 마법같은 ‘적당한’ 숫자는 존재한다. 인스타그램에서 @crazykirbyh라는 계정으로 활동하는 대형 수집가 한나 뤄는 약 1년 반 전부터 의도적으로 컬렉션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동안 스톤 다이얼 시계를 집중적으로 수집했지만 지금은 “그 분야를 졸업했다”고 말한다. “정말 뛰어난 시계만 남기고, 좋은 시계들은 판매했어요.” 그렇다면 한나 뤄 같은 수준의 수집가가 컬렉션을 줄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600개가 넘던 시계를 400개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였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뤄는 컬렉션의 핵심 요소에 대해서는 매우 현실적이다. 그녀는 시계 컬렉션에 필요한 기본 카테고리를 단 세 가지로 정리한다. 드레스 워치 하나, 남성이라면 스포츠 워치 또는 여성이라면 존재감 있는 시계 하나, 그리고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한 시계 하나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카테고리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목적이 대신하게 된다. 그녀가 스톤 다이얼 시계를 대량으로 모았던 것도 빈티지 시계를 탐구하며 해당 분야를 마스터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제 그 과정을 마스터했고 다른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시계 컬렉션은 몇 개가 적당할까?

물론 스톤 다이얼 전문 과정에 등록할 만큼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멘타 워치스의 창립자 애덤 골든은 말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6개에서 12개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답변도 비슷한 범위에 모였다. 수집가이자 라샨스 코너의 창립자인 라샨 스미스는 10개가 완벽한 숫자라고 말한다. 제1회 GQ 올해의 시계 수집가로 선정된 롭 스테이키는 10~12개 정도를 적정선으로 본다. 반면 그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빈티지 시계 전문점 트로피컬 워치의 창립자 야체크 코주베크는 말한다. “전 솔직히 네 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과학적인 접근을 위해 아마존에서 ‘시계 보관함’을 검색해봤다. 대부분의 제품이 6~12개 정도를 수납할 수 있었다. 물론 정해진 숫자를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만 봐도 보유한 시계 수가 4개부터 400개까지 천차만별이다.

컬렉션 규모를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이유 역시 개인적이다. 한나 뤄는 스톤 다이얼 분야를 박사과정 수준으로 연구하고 싶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감정적인 이유로 컬렉션을 최대한 작게 유지한다. 레딧의 한 수집가는 자신이 항상 3~4개 정도의 시계를 순환해서 착용한다고 말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옛 사진을 보면 항상 두 개의 시계 중 하나를 차고 계셨어요. 그래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코미디언이자 유명 시계 수집가인 케빈 하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개인적인 성취를 기념하기 위해 시계를 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한나 뤄처럼 자신의 지식을 넓히고 컬렉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범위를 확장했다. 현재 그는 250개가 넘는 시계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컬렉션을 구축하느냐가 그 규모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컬렉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카테고리 나누는 법

가장 일반적인 방법 컬렉션을 범주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답은 아니다. 라샨 스미스처럼 매우 세분화할 수도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구성을 유지한다. “드레스 워치 두 개. 하나는 짙은 색 정장용, 하나는 밝은 색 정장용. 드림 워치 하나. 막 편하게 차는 시계 하나. 운동용 시계 하나. 안전한 휴가용 시계 하나. 과시용 휴가 시계 하나. 해변용 시계 하나. 연인과 함께 착용할 수 있는 시계 하나.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빌려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시계 하나.” 이 접근법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실용성만이 아니라 즐거움의 영역도 남겨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주베크의 컬렉션은 다음으로 구성된다. “캐주얼용 시계, 드레스 워치, 빈티지 시계, 그리고 아주 특별한 시계.” 컬렉션은 결국 ‘아주 특별한 시계’를 얻어야 완성된다는 생각이 참 마음에 든다.

주제 정하기 많은 수집가들은 특정한 필요를 채우기 위해 시계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한나 뤄처럼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기 위해 수집한다. 애덤 골든은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이버 워치만, 크로노그래프만, 혹은 독립 브랜드만 모으는 식으로 테마를 정해 컬렉션을 구축합니다.”

느낌에 의존하기 전문가인 롭 스테이키처럼 컬렉션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아마 가장 어려운 방식일 것이다. 그는 말한다. “저는 카테고리를 두지 않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건 그 시계에 끌리는지, 그리고 실제로 착용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지뿐입니다.”

자기만의 조합 찾기 이는 카테고리 방식이 진화한 형태다. 맞춤형 시계 스트랩 브랜드 벨 알렉산더의 창립자 알렉스 그래벨은 드레스 워치, 스포츠 워치, 드림 워치 같은 기본 구분이 입문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거대하고 강렬한 헤리티지, 은밀한 럭셔리, 세련됐지만 날카로운 개성, 향수를 자극하는 빈티지, 운동용, 거친 아웃도어 스타일 등이다. 그래벨은 말한다. “그런 ‘분위기’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큰 배움이었습니다. 적절한 조합을 찾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고, 지금도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경험할 시계의 수는 제한하지 말 것

진정한 시계 마니아들은 컬렉션이 살아 숨 쉬는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 가장 열정적인 수집가들은 끊임없이 시계를 들이고 내보낸다. 지난 10년 동안 모든 거래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해온 그래벨은 76개의 시계를 구매했지만 현재는 그중 8개만 남겨두고 모두 판매했다. 놀랍게도 그는 IWC 시계를 24개 구매했고 그중 23개를 다시 팔았다.

롭 스테이키 역시 시계를 자주 사고판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이 지나치게 중복되지 않도록 항상 관리한다. “정확한 공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판매하는 이유는 기존 컬렉션과 너무 비슷하거나, 새로 산 시계가 더 마음에 들어 기존 모델을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스테이키를 비롯한 여러 수집가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적정선’을 찾는 것이다.

시계들이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이는 대신 실제로 손목 위에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몇 개의 시계를 가져야 하는지 결정하려면 예산, 취향, 기분, 그리고 시계를 사고파는 것을 얼마나 즐기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당신에게 맞는 시계 개수란 결국 한 번에 진정으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시계의 수다.

조서형

조서형

디지털 에디터

조서형은 아웃도어와 건강, 기후 위기, 인물 등을 다루며 웹 콘텐츠를 만드는 'GQ KOREA' 디지털 에디터입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일본의 데이터 분석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GO OUT KOREA', '볼드저널', '일점오도씨' 및 브랜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2년간 한겨레신문 토요판 커버스토리를 작성하며 사회 문제와 트렌드 등을 취재했고, 2024년에는 사계절 시리즈 에세이 '여름이 너무해'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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