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포리오 아르마니의 2019 봄여름 컬렉션이 열렸다. 아주 특별하고 이색적인 곳에서.
하늘의 비행기도 멈출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다. 그러나 조르지오 아르마니라면 얘기가 다르다. 밀라노의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상징이자,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랜드마크를 여러 번 바꿀 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디자이너. 이번 엠포리오 아르마니 2019 봄여름 컬렉션은 밀라노 리나테 공항 격납고에서 열렸다.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절대 불가능한 공항 격납고 말이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보딩 Emporio Armani Boarding’이라 부르는 이 쇼를 위해 원래 이곳에 있어야 할 비행기는 다른 격납고로 옮겨졌고, 소음을 고려해 쇼 시간에 맞춰 이착륙 예정이던 비행기도 잠시 멈추게 했다는 소문이 있다. 물론 조르지오 아르마니라 상상해봄 직한 일이다. 아르마니가 이런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시도를 한 이유는 단순한 이슈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었다. 거대한 아르마니 포스터가 걸려 있는 브롤레토 거리, 아르마니 첫 매장이 있는 두리니 거리, 안도 다다오가 지은 아르마니 극장이 있는 베르고뇨네 거리, 그리고 이른바 아르마니 몰이 있는 만조니 거리처럼 밀라노에는 아르마니를 상징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 장소들에 앞서 여행자가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아르마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밀라노 리나테 공항이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상징이자 배지 문양인 독수리 브랜드 로고가 1996년부터 지금까지 리나테 공항 격납고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늠름한 독수리가 리나테 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을 가장 먼저 마중하고,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공항은 상징적이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비행기를 통해 세계로 나가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배우고, 수많은 모험을 겪고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죠. 이렇게 자유롭고 모험심 많은 여행객들은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다.
패션쇼에 초대된 사람들은 실제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신분증 검사를 마친 후, 공항 검색대에서 보안 검사를 거쳐 행사장에 도착했다. 약 30분에 걸쳐 실제 비행기 탑승 절차를 똑같이 거쳤다. 이렇게 도착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격납고 쇼장에는 약 2천3백 석의 ‘승객’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그리고 관계자들 외에 게임 형식의 콘테스트를 통해 뽑힌 일반 손님 1백여 명도 초대해 특별한 경험을 선물했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이 동시에 등장했다. 독립적이고 모험적인 정신을 강조한 컬렉션이었다. 실루엣이 드러나는 수트와 블레이저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형태였지만, 남성적인 스타일링으로 아르마니답게 완성되었다. 또한 직선적이고 날렵한 트렌치코트는 도시의 감성을 떠올리게 했다. 비닐 소재의 남성 버뮤다팬츠, 여성 롱 드레스와 매치한 스니커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한 룩이었다. 특정 컬러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색깔의 팔레트들도 큰 쇼장을 꽉 채우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절차의 마지막은 1백80여 벌의 엠포리오 아르마니 룩을 선보이고 피날레에 등장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조용한 손 인사였다.
-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