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클래스가 인공 지능을 탑재했다. 크기는 아담하지만, 재능 많고 영민한 해치백의 탄생.
Mercedes – Benz A220
크기 L4420 × W1795 × H1430mm
휠베이스 2729mm
공차중량 1430kg
엔진형식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배기량 1991cc
변속기 7단 자동(DCT)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 (모두)205/55 R 17
구동방식 FF 0→100km/h 6.9초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
복합연비 12.3km/l
가격 3천8백30만원
메르세데스-벤츠에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듯 했다. 굵직한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돌았다. 신차나 플랫폼 개발 같은 평범한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엔진, 섀시 등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대부분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기술이었다. 그중 하나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기능인 ‘MBUX’. 메르세데스-벤츠의 ‘MB’와 ‘사용자 경험’을 뜻하는 IT 용어 ‘UX’의 합성어다. 이 시스템이 최초로 탑재된 차는 GLE였다. 그런데 의외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A 클래스에도 MBUX가 내장됐다. 고가의 상위 모델만을 위한 특수한 기능이 아니라 벤츠의 모든 라인업에 도입해 브랜드를 상징하는 특질로 굳히겠다는 의미다.
“안녕 벤츠?” 궁금한 마음에 무턱대고 말을 건넸다. 시동이 켜진 순간부터 지시를 기다리던 ‘지능’이 “지금 말하세요”라고 대답했다. “에어컨 틀어줘”라고 말하자 송풍구에서 바람이 흘러나왔다. 사실 스피커를 비롯한 인공 지능 기기가 이미 시중에 많이 출시된 상황이라 ‘생색 내기’에 가까운 기능이 아닐지 의심했다. 하지만 MBUX의 차량 통제 범위는 예상보다 넓다. 스피커 볼륨과 무드등의 광도 조절처럼 간단한 차량 기능 통제는 당연히 거뜬하다. 고속으로 달려 소음이 발생하거나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는 동안에도 운전자의 명령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만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몇 마디만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대신 보냈다.
A 클래스가 탑재한 인공 지능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됐다. 첫 번째는 사용자의 의도 파악이다. 가령 “온도를 20도로 낮춰”는 명백한 명령문이지만, “덥지 않니?”처럼 의도가 숨어 있는 말은 보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야만 대처할 수 있다. 온도를 몇 도로 내려야 할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맥락은 같지만 표현이 다른 문장을 여럿 준비해 인식 성공 여부를 시험했다. “안녕 벤츠, 더워 죽겠다”라는 말을 하자 A 클래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외부 온도보다 4도 낮게 실내 온도를 조절했다. 두 번째는 패턴 인식이다. 예를 들어 매일 퇴근길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면 반복적으로 하달된 업무로 기억해둔다. 어느 날 운전자가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운전자가 중요한 일정을 잊었다고 판단해 오늘은 전화할 생각이 없는지 먼저 묻는다. 물론 기술적으로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독일어와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돼 한국어에 100퍼센트 들어맞진 않는다. 그래도 개발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차와 운전자의 연결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감안한다면 조만간 “내 인스타 게시물 댓글에 ‘좋아요’ 하나씩 콕콕 박아줘”라는 지시까지 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 지능 탑재 외에도 극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사양과 성능이 차를 모는 내내 눈에 띄었다. 센터페시아까지 연결되는 길쭉한 계기판은 한참 상급 모델인 E 클래스에서 차용했다. 기존 A 클래스에서 다소 밍밍해 아쉬웠던 동력 성능은 배기량을 높인 새로운 엔진으로 개선했다. 전과 비교해 무게는 같아도 출력이 40마력 가까이 높아져 남산 주변의 가파른 언덕길을 매큼하게 휘저으며 달렸다. 소형 해치백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뒷좌석도 그동안의 편견을 엎어뜨릴 만하다. 휠베이스를 늘리고, 시트가 놓일 위치를 수정해 무릎과 앞좌석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았다. 180센티미터의 성인 남자도 불편 없이 앉아 3시간 동안의 드라이빙에 동행할 수 있었다.
그동안 벤츠의 라인업에서 A 클래스의 역할은 단순했다. ‘싱글’을 위한 실용적인 해치백이자 벤츠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엔트리 모델.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능의 농도만큼은 유례 없이 진하다. 압축된 기능을 하나둘 꺼내 확인하고 난 후, A 클래스는 더 이상 작아 보이지 않았다.
1 둥글둥글했던 테일램프가 길쭉하게 변했다. 현재 벤츠의 헤드램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속성이다.
2 쿠페형 세단 CLS와 흡사한 앞모습. 특히 헤드램프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3 벤츠의 차세대 인테리어 레이아웃을 적용한 실내 디자인.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 가장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4 휠베이스를 29밀리미터 늘려 뒷좌석 무릎 공간을 보다 여유롭게 설계했다.
5 기어 노브는 스티어링 휠 뒤로 옮겨졌다. 그 자리는 차량 기능을 조작하는 터치 패드가 대신한다.
6 항공기 엔진의 터빈을 형상화한 송풍구. 안쪽에 LED 조명이 숨어 은은하게 빛을 내기도 한다.
7 A 클래스는 새로 개발된 전륜구동 전용 플랫폼 ‘MF2’에서 제작된다. 휠베이스뿐만 아니라 길이와 전폭 모두 새 플랫폼을 통해 증가했다. 트렁크 용량도 29리터가 추가되어 370리터가 됐다.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