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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일

2020.01.25GQ

컴백을 앞두고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선공개곡 콘텐츠에는 방탄소년단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작은 변화로 알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오늘.

2월 컴백을 발표한 방탄소년단이 선공개곡 ‘블랙 스완’을 내놓았다. 1월 18일에 공개된 이 곡은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전 세계 93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놀라운 성과이지만, 방탄소년단이 만든 수치 하나만으로 팬과 대중이 놀라던 시기는 지났다. 방탄소년단이 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BTS로 불리게 된 지는 3년이 넘었다. 심지어 지난해에 세계 최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3관왕에 올랐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시상식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그들의 인기가 일상이 된 만큼,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는 모순적으로 K팝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야기하는 일상의 범주를 벗어난다. 단순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K팝, 즉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 7>의 선공개곡 ‘블랙 스완’에는 5분 30초 내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현대 무용수인 마사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한 오프닝을 띄우고, 검은 수트를 입은 여섯 명의 남녀 무용수와 상반신 나체로 등장한 한 명의 남성 무용수로 7명이라는 숫자를 채운다. ‘7’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일곱 명의 무용수는 자신들의 에너지와 조명, 세트의 무게를 합쳐 아이돌 그룹의 콘텐츠가 아닌 순수 예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영역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지금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지닌 고뇌와 의지를 동시에 표현한다.

5분이 넘는 영상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얼굴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앨범을 성공적으로 홍보한다. 아이돌 멤버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K팝 산업의 마케팅 방식과는 정확히 반대다. 그러나 6개의 그림자와 실재하는 하나의 인물이 공존하는 상황은 이보다 앞서 공개했던 컴백 트레일러 ‘Interlude : Shadow’ 속 고뇌하던 슈가와의 컴백을 앞두고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선공개곡 콘텐츠에는 방탄소년단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만들어 낸다. 2015년에 발표한 ‘화양연화 pt 1.’ 인트로에서 ‘수많은 고민과 삶의 걱정거리 세상을 아는 척하지만 아직 설익은 몸’이라고 말했던 20대 초반의 청년은 이제 너무도 높은 인기와 관심을 얻게 된 자신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려워. 나는 게 무섭다고 아무도 말 안 해줬잖아.’ 슈가의 말과 아트필름 속 그림자, 그리고 홀로 어둠을 헤쳐나가는 마른 몸의 무용수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하나의 주제로 합쳐진다. K팝 산업에서 ‘서사’의 매력을 하나의 틀로 구축한 방탄소년단이 아이돌로서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법이 ‘블랙 스완’을 통해 드러난다.

지난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에서 멤버들과 팬들을 ‘작은 것들’, ‘소우주’라는 페르소나로 설명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두려운’ 높은 곳에서 ‘7’이라는 숫자를 내세운다. 다만 멤버들 각자의 자아를 드러내며 과거를 회상하는 스토리텔링의 흐름은,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힙합의 성격을 내세운 데뷔앨범에서부터 앨범부터 시작된 솔로곡 위주 트랙 구성 등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보여줬다. ‘Interlude : Shadow’에서 드러나듯, 어쩌면 새 앨범의 키워드인 숫자 ‘7’은 이미 대중이 익히 알게 된 서사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방탄소년단은 한 끗을 비틀어 프로모션에 활용하고 다시 팬들에게 자신들의 진심을 설득하려고 든다. 전 세계에 얼굴이 알려진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그동안 그들이 온갖 글과 그림을 모티프로 삼아 추구해온 미학과 철학의 성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이 프로모션은 지금의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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