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할 정도로 과격하고, 아찔할 만큼 관능적인 고성능 차의 기원.
VOLVO
POLESTAR
볼보를 레이스 카로 튜닝하는 외부 업체였던 폴스타는 2015년 볼보에 인수된 이후부터 고성능 차 개발팀으로 활약했다. 400마력에 근접하는 엔진을 탑재하고, ‘사이안 레이싱 블루’로 명명한 푸른색으로 몸을 휘감은 ‘V60 폴스타’가 그들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2017년, 폴스타는 독자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출범한다. 볼보가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를 초월할 잠재력을 발견한 직후였다. 단연한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푸른색이었던 엠블럼마저 웃음기를 덜어낸 블랙과 화이트로 대체했다. 다만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후에도 협력은 유지되고 있다. 폴스타는 현재 자체 모델을 제작하는 동시에 볼보의 고성능 차 개발도 겸한다. PHEV 시스템으로 구동하는 ‘폴스타 엔지니어드’가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볼보의 고성능 라인업이다.
JAGUAR
SVO
올해로 겨우 6년 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나 BMW의 M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역사다. 하지만 F-TYPE SVR로 증명한 실력은 늦은 출발로 인한 시간차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는 재규어가 경쟁사에 대항하기 위해 내부에 설립한 고성능 디비전이다. 들끓는 듯한 레드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색으로 삼고, 영국에 소재한 연구소와 공장에서 더욱 특별한 재규어를 탄생시킨다. SVO의 역할은 다른 브랜드의 고성능 부서보다 훨씬 다양하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된 SVR은 물론이고, 온갖 편의 장비를 가미한 SVA,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SVX 버전으로 나누어 생산한다. 개별 주문형 모델과 한정판 모델 제작 역시 이들이 주관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SVO의 또 다른 역할 하나. 폐차 직전의 낡은 차도 SVO의 손을 빌리면 우아하고 멀끔한 올드카로 신분을 세탁할 수 있다.
BMW
M
슈퍼카 잡는 세단. M3, M5 등 BMW의 고성능 시리즈 M을 지칭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고성능 디 비전이지만, 1972년 창립 당시만 해도 35명으로 구성된 조촐한 부서였다. 팀의 목표는 경주용 자동차 개발. M이라는 이름도 ‘Motorsport’에서 기원했다. 엠블럼에 포함된 세 가지 색깔에는 50여 년의 역사만큼 오래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BMW의 본사가 위치한 독일 바이에른주의 깃발에서 하늘색을 끌어왔고, 붉은색은 모터스포츠에 뛰어든 초창기에 협력 관계였던 미국의 석유 회사 텍사코를 상징하는 색이다. 그리고 이 둘을 합쳤을 때 나오는 남색을 가운데 배치했다. M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운전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감동을 제공하는 데 있다.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한계 성능, 청각을 도발하는 둔탁한 배기음이 계속 진보하는 한 BMW M은 영원히 젊을 것이다.
FORD
PERFORMANCE
자동차 생산에 처음으로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브랜드이자 합리적이지만 무색무취한 자동차를 찍어내는 제조사. 20세기 초중반까지 포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1966년 이를 뒤엎는 사건이 터진다.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소재로도 사용된 르망 24시에서의 우승이다. 이를 계기로 포드는 고성능 차의 생산 여부가 판매 수익 이상의 의미를 갖는 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후 적극적으로 고성능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고, 산하에 여러 부서가 생겨난다. 2015년, 포드는 TEAM RS와 SVT 등 정신없이 흩어져 있던 팀을 포드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통합한다. 가장 미국적인 성능을 자신한다며 성조기를 구성하는 레드, 화이트, 블루로 새로운 로고도 디자인했다. 다분히 의도적이게도 포드 퍼포먼스에서 제작한 첫 번째 차는 GT였다. 르망에서 페라리를 압도한 레이스 카의 직계 비속이었고, 공개한 시점은 1966년으로부터 정확히 50년이 지난 2016년이었다.
-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Courtesy of Volvo, Jaguar, BMW, 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