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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윤 “욕심내지 않고 발효가 적당히 잘된 상태로 제 삶을 끌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2026.04.20.하예진

고삐 당기는 배우, 고삐 푸는 감독. 장동윤.

이넥 버튼업 니트, 송지오. 밀리터리 페미니티 재킷, 본봄. 블랙 롱 부츠, 앙팡 리쉬 데프리메. 화이트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지난번 <지큐> 촬영 때 ‘개포동 비볼’로 본인을 소개하더니, 못 본 사이에 아마추어 복싱 대회 우승을 했어요.
DY 어릴 때부터 늘 해와서 운동은 다 좋아해요. 요즘은 그냥 조용히 살고 있지만요.
GQ 복싱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소속사 팀장님의 설명이 심상치 않았어요. “장동윤. 스포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남자. 일단 못 하는 운동은 없다고 보시면 된다.”
DY 복싱, 수영, 등산, 마라톤, 클라이밍, 서핑, 승마, 다 하는데 수영은 굉장히 잘해요. 제가 물개거든요.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릴 때부터 해서, 언제 해도 익숙하게 잘해요. 예전엔 잠영에 꽂혀서 얼마나 오래 숨 참고 수영하나 테스트하고, 프리다이빙도 조금 했어요.
GQ 정말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네요. 해본 것 중 가장 특이한 스포츠는요?
DY 바이크도 탔어요. 흥미도 체력도 떨어지고 위험하기도 해서 오래전에 그만뒀는데 한때 되게 좋아했어요.
GQ 두부상 얼굴에 그렇지 못한 테토남의 심장. 이런 ‘갭 모에’를 즐기는 편인가요?
DY 운동 신경이 있다 보니 제 외향이 운동과 거리감이 있는 관상이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 남들한테 비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평가를 들으니 내가 그런가 싶더라고요. 그 전에는 운동 잘하는 관상이 따로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해봤죠.(웃음) 진짜 제 모습을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GQ 어떤 운동 좋아해요?
DY 등산, 수영, 복싱, 자전거처럼 혼자 단련하는 스포츠가 잘 맞는 것 같아요.
GQ 실제 성격이랑도 관련이 있을까요?
DY 제 템포에 맞춰서 운동하는 게 좋아요. 운동할 때 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생각하는 편이에요. 주위에서 골프도 많이 권했는데, 신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니 선뜻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재미도 있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몸에도 좋아야 찾아서 해요.

웨스턴 베스트, 더블알엘. 데님 셔츠, 폴로 랄프 로렌. 카키 부츠컷 팬츠, 준야 와타나베.

GQ 오늘은 승마장에서 만났죠. 승마를 하게 된 계기는요?
DY 옛날에 사극 드라마 준비하면서 잠시 배웠어요. 속도감도 느껴지고 저랑 잘 맞더라고요.
GQ 장동윤의 승마 티어는 어디인가요? 게임으로 치자면요.
DY 아이언이죠. 아직 승급 전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들은 평가를 받았는데 승마는 아직 본격적으로 랭크 게임을 시작조차 안 한 거죠.
GQ 승마에서 고삐 좀 잡아봤다고 하는 기준은 뭐예요?
DY 잘하는 사람들은 노지에서 외승하고 그러거든요. 그런 경험이 많으면 고수로 보는 것 같아요.
GQ 외승해보셨어요?
DY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습할 겸 전력 질주를 한 적 있어요. 딱 한 번이었지만 정말 그림 같은 해변가에서 말과 함께 달렸던 장면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GQ 승마의 매력은 뭐던가요?
DY 다른 스포츠는 내가 잘하면 되잖아요. 승마는 말과의 호흡이 중요해서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매력 같아요.
GQ 어떨 때 말과 교감한다고 느껴요?
DY 말 탈 때 고삐를 잡고 신호를 주는데요. 가끔은 엄청나게 강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말이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알아서 잘 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위에 탄 사람을 좀 믿고 찰떡같이 속도 조절하고 멈추고 방향도 틀고. 고집 센 말은 자기 멋대로 굴고 배려도 안 해서 사람이 나뭇가지에 걸리고 그래요.

모터사이클 프린지 레더 챕스, 할리데이비슨. 티셔츠와 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장동윤 감독의 첫 장편 <누룩>이 곧 개봉하죠. 줄곧 연출에 욕심이 있었어요?
DY 고등학교 때도 막연히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썼거든요. 그 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배우 일을 하면서 조금 가까워졌죠. 단편영화 <내 귀가 되어줘> 연출을 할 때 본격적으로 연출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쌓여서 시도하게 됐어요.
GQ 꿈 많은 고등학생 장동윤이 썼던 이야기가 뭐였는지 기억해요?
DY 당시에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스내치>와 제이슨 스타뎀이 나오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너무 좋아했어요. 가이 리치 감독의 유쾌한 액션도 좋고, 브래드 피트도 멋있게 나와서 비슷한 영화 시나리오를 썼어요. 카센터 주인이 매입한 차에서 귀중한 보물을 찾아요. 소위 땡잡았는데 차를 판 사람이 범죄 조직원이었던 거죠. 그래서 주인공들이 도망 다니면서 말 타고 액션하는 이야기를 구상한 게 아직도 생각나요. 거기에도 말이 나오네요.(웃음)
GQ 브래드 피트가 멋있었다면 연출이 아니라 연기를 하고 싶었을 법도 한데.(웃음)
DY 그러게요. 배우를 할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네요.
GQ 영화 <누룩>은 왜 누룩을 소재로 삼았어요?
DY 제가 엉뚱한 상상을 자주 하거든요. 과거에 사스가 유행할 때, 김치를 먹으면 사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었어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었지만요. 팬데믹 기간에 갑자기 그게 생각났는데 마침 제가 막걸리를 좋아하던 시기였어요. 막걸리는 건강에 이로운 점이 있는 술이라는 믿음도 있으니, 막걸리가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싶어 이야기를 구상했죠. 실제 영화는 특별한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었지만요. 저는 이런 공상을 좋아해요.(웃음)
GQ 연기와 연출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DY 좋은 배우는 감독의 요구를 잘 수행하고, 좋은 감독은 그만큼 자기 생각이 확고해야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GQ 둘 다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네요.
DY 연출 경험이 배우로서의 마인드나 태도에도 도움이 됐어요. 배우가 연기하다 막히거나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을 때, 연출을 해보면 폭이 넓어져서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 연기를 배우는 경우도 봤거든요. 그래야 배우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깨닫는 게 많다고요.

프린지 웨스턴 재킷, 쇼트. 웨스턴 베스트, 더블알엘. 데님 셔츠와 옐로 타이, 모두 폴로 랄프 로렌. 카키 부츠컷 팬츠, 준야 와타나베.

GQ 감독이 되어보니, 배우일 때는 몰랐던 감독의 고충도 이해하게 됐어요?
DY 감독이 어떤 요구를 할 때, 배우는 자기 연기만 생각하면서 이유를 찾고 싶어 하잖아요. 예를 들면 ‘거기서는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화가 많이 났으면 좋겠다’ 같은 요청을 받을 때요. 제가 모니터 뒤에 앉아보니까 편집점이나 앵글, 전체 흐름 같은 수십 가지 이유를 생각해서 디렉팅하는데 매 테이크마다 그걸 다 설명할 순 없단 말이죠.
GQ 배우의 입장은 좀 달라요?
DY 저도 그렇고 배우들은 자기 연기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연기만 생각하면서 단편적으로 좁게 받아들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넓게 보는 배우 선배님들을 왜 훌륭하다고 하는지도 깨닫게 됐어요.
GQ 배우 장동윤과 작업하는 감독이라면, 어떤 점이 가장 까다로울 것 같아요?
DY 감독 장동윤은 고집이 센데 배우 장동윤은 말을 잘 들어서 좋아할 것 같아요.
GQ 둘의 호흡이 괜찮을 것 같아요?
DY 성격이 비슷하니까 잘 맞을 것 같은데요? 일은 수월하게 굴러갈 것 같은데 사적으로 친해지지는 못할 것 같아요. 둘 다 철저히 비즈니스로 할 것 같아요. 왠지 그럴 것 같아요.
GQ 장동윤이라는 사람은 배우 외에도 도전하는 분야가 많아서, 정말 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겠다 싶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본인 정체성의 몇 퍼센트라고 생각해요?
DY 가늠이 잘 안 되지만 수치로 한 50퍼센트? 워커홀릭 기질이 있어서 일하는 걸 좋아하고 많이 하고 싶긴 한데, 반면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서 제 삶도 되게 귀하게 생각하거든요.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아무래도 바쁘다 보면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소홀해지게 되니까요. 둘 다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싶어요. 배우 외의 50퍼센트는 인간적으로 취미 생활도 하고 개인의 삶을 잘 보내면서요.

스트라이프 롱 재킷과 체크 롱 셔츠, 모두 송지오.

GQ 연기, 운동, 연출까지 계속 도전하고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왔어요. 그런 장동윤을 움직이는 힘은 재능일까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성격일까요.
DY 후자인 것 같아요. 저는 추진력이 좋거든요. 사람들은 새로운 걸 해보기 전에는 일단 부정적이에요. 근데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다 똑같잖아요.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해봐야 아는 거고요. 제가 스물셋에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주위의 한 90퍼센트가 “어떻게?” 했어요. 근데 그때 도전하고 배우가 되어서 저는 후회가 없거든요. 다들 회의적으로 조언한다고 해서 그냥 취업했으면 지금의 저도 없겠죠. 그런 결단을 내리는 용기가 저의 추진력 같아요.
GQ 그냥 자신을 믿었던 거예요?
DY 저는 월등히 잘하는 건 없는 사람이에요. 선배님들이 그러시는데 재능이 진짜 뛰어나면 본인이 안 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하게끔 만든대요. 어떻게 해서라도 그 길로 데려간다고요. 근데 저한테 그런 재능은 없었거든요. 공부도 운동도 얼추 다 잘하긴 했지만 그걸 업으로 삼을 만큼 압도적인 재능은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항상 제가 결단을 내리고 용기 내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돼요.
GQ 또 한 번 용기 내보리라 마음에 품고 있는 꿈이 있나요?
DY 지금은 더 품으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사회생활을 배우로 시작해서 배우가 제가 가져본 직업의 전부거든요. 그래서 본업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GQ 지금 장동윤은 발효를 마쳤나요, 아직 숙성 중인가요?
DY 아직 한참 숙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발효를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GQ 장동윤은 어떤 누룩이죠?
DY 술 만들 때 정제되고 안정된 일본식 입국 누룩을 많이 써요. 근데 저는 이제 막 발효를 시작한 전통 누룩 같아요. 거칠고 살아 있고 아직 진행 중이죠.
GQ 어떤 맛을 내고 있나요.
DY 막걸리도 과발효가 되면 너무 시어요. 발효가 덜 되면 달고요. 저는 밸런스가 중요한 사람이라 뭐든지 적당했으면 좋겠어요.
GQ 그 균형이라는 게 제일 어렵죠.
DY 발효를 일에 빗댄다면 너무 몰아붙여 삶이 드라이해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충분히 익지 않은 누룩을 성급하게 꺼내 음료수처럼 달기만 한 술 같지도 않은 술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욕심내지 않고 발효가 적당히 잘된 상태로 제 삶을 끌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딱 맛있게 익은 막걸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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