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세단으로서의 가치. 2시리즈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중요한 명제다.
2시리즈 그란쿠페에 함께 오른 동료가 출발과 동시에 물었다. “이 차의 특징은 뭐예요?” 후륜에서 전륜으로 바뀐 구동 방식부터 4개의 도어를 달아 ‘그란 쿠페’라고 명명한 배경까지 설명을 이어갔다. 친절한 마음가짐으로 성심 성의껏 이야기했지만, 동료는 하품을 하며 반문을 던졌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중요한 거예요?” 자동차를 다루다 보면 미시적인 관점에 매몰돼 정작 사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작해 전륜 구동이 되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지만, 2시리즈와 BMW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팬이 아닌 이상 결코 중대한 문제는 아니었다. 자동차의 복잡한 사연은 덮어뒀다. 30대 미혼 직장인, 즉 잠재적 구매자라는 태도로 2시리즈에 접근했다. 되짚어보면 그동안 자동차의 주요 용도는 출퇴근 수단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동승자를 태울 일이 없었고, 짐은 작은 서류 가방이 전부였다. 2시리즈보다 훨씬 큰 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일상에 투입해본 2시리즈는 그 역할을 완전히 대체했다. 작은 크기는 공간을 낭비하지 않는 설계로 설명됐다. 자동차는 철저히 취향의 영역에 걸쳐 있지만,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자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 반면 아담한 체격은 주행 성능에 반사 이익을 안긴다. 작은 차체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경쾌한 기동에 극도로 예민한 BMW 특유의 핸들링이 조합된다. 더구나 훨씬 윗급의 세단 520d에 탑재되는 2.0리터 디젤 엔진이 2시리즈에도 들어간다. 둘 다 최고출력이 190 마력이지만, 무게가 150킬로그램이나 가벼워 몸과 마음에 전달되는 즐거움은 그 이상이다. 구동 방식에 대한 편견과 크기에 대한 탐욕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을 때, 2시리즈는 더 다양한 매력을 늘어놓았다. 가격은 4천4백9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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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쳐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Courtesy of 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