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어디 가고 텅 비어.
포르쉐 911 카레라
찻길에는 차가 없고 여름에는 여름이 없었다. 텅 비어버린 새벽에 텅 빈 시간만 남아 있을 뿐 존재하는 건 빨간색 911이 전부였다. 팔팔한 여름을 기다렸건만 무거운 남색 커튼 뒤로 오글대는 태양은 떠오르지 않았다. 빨간색 911이 엔진을 꺼뜨리고 납작하게 엎드린다. 그렇게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한참을 있었지만 아직 여름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고 속도 293km/h
0 — 100km/h 4.2s
POWER 392PS
POWER(Kw) 288Kw
맥라렌 750S
청와대 분수에서 봉황이 춤을 추면 그땐 여름이다. 분수 앞, 베이글처럼 동그랗게 굽는 5차선의 아스팔트가 일렁이면 그땐 여름이다. 맥라렌 750S가 엔진룸을 덥히며 찾은 6월의 그곳에는 춤을 추는 봉황도, 일렁이는 아스팔트도 없었다. 초록색 차 뒤로 그림자가 길게 내려앉는다. 저 그림자가 짧아지면 그땐 여름이다.
최고 속도 332km/h
0 — 100km/h 2.8s
POWER 750PS
MAX TORQUE 800Nm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10
플래시를 펑, 비추자 밤이 이만큼 기울어져 있었다. 다시 플래시를 펑, 터뜨리자 달리던 파란색 디펜더가 멈춰 있었다. 밤이 기운 만큼 차도 딱 그만큼 기운 채로 나란히, 나란히 일시 정지. 마음은 까만색 밤에 떠밀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여름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텅 빈 밤을 찍어서 가둬두려던 건 아니었다.
안전 최고 속도 188km/h
0 — 100km/h 8.3s
POWER 249PS
MAX TORQUE 58.1kg·m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해가 깨어날 때 찬물 같은 여름이 시작되며 1막, 해가 우뚝 오르면 열리는 여름, 2막. 그럼 해가 기울며 이 여름의 무대도 안녕이지 싶겠지만, 아니다. 해가 기울 때 여름의 무대는 다시 오른다. 그렇게 찬란한 여름빛이 차를 감싼다. 저 너머 봉숭아물이 든 광화문 안에 남은 여름이 들어 있다.
복합 연비 20.9km/L
배기량 1,987cc
POWER 196PS
MAX TORQUE 19.2kg·m
- 포토그래퍼
- 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