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오묘한 순간 6 | 지큐 코리아 (GQ Korea)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오묘한 순간 6

2022-03-29T06:54:34+00:00 |relationship|

친구? 연인? 이성 간 우정 관계의 기준이 깨졌다. 남사친과 여사친이 좋아지는 건 흔한 일이지만, 내 일이 되었을 땐 돌이키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선을 넘은 순간.

잡생각이 많아서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일기를 써보라며 다이어리 건넸는데, 책 읽기 좋아하고 일기 쓰기를 좋아하던 친구가 선물해 준 그 다이어리가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매일 이런저런 생각들로 힘들어하던 나와 정반대로 순수하고 단순했던 이 친구가 좋았다. 나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시기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대화를 할수록 충격적이었고, 신기했고, 편안했다. 그래서 그냥 헤어질 때 안아달라고 먼저 팔을 벌렸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어쨌거나 사랑 앞에서는 문제없다.
김OO, 모델

말로 정의할 수 없지만 친구에게도 어느 한순간 반하는 포인트가 있다. 스스럼없이 말을 주고받고 심한 장난을 치던 친구와도 이걸 인지하게 되는 순간 남자로 보이는 마법이 된다.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나의 여성스러운 면을 어필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할까? 여기서 상대가 어느 정도 맞춰준다면 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장단을 맞춰주다 보면 편의점 앞에서 홀짝이던 소주도 이자카야에서 마시게 되고, 그때부터는 자연스러운 데이트가 된다. 이제 가벼운 스킨십 하나면 남자친구로 뚝딱이다.
정OO, 의류업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유독 나만 챙기는 기분이 든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더욱 그랬다. 친해서 그런가 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친구들한테는 별 관심이 없더라. 물컵에 물이 없으면 나한테만 물을 채워주고, 옷에 음식이 묻으면 재빠르게 닦아주는 그런 모습을 보고 “얘 나 좋아하는구나”라고 확인했다.
김OO, 강아지 집사

반년을 넘게 같이 일하던 친구이자 동료가 있었다. 언제 한 번은 퇴근 후에 그녀의 친구들이 있는 술자리에 갔고 그중에는 남자들도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사친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이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묘한 질투의 감정을 느꼈다. 이것이 남자의 질투인가? 그 짜릿하고 오묘했던 순간, 그녀를 따로 불러내서 두 손을 꼭 잡으며 내 마음을 표현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할지라도 내 마음이 그렇다면 어떻게든 쟁취해야 되는 거다. 그렇게 나는 친구에서 연인이 됐다. 용기를 내자.
최OO, 디제이

남사친 혹은 여사친 중 한 명이라도 이성적인 감정이 생긴다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포텐셜이 내재되어 있다는 거다. 이젠 더 이상 우정이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상대에게 하는 말과 행동도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서로 치던 장난도 줄어들고 상대방에게 이성으로 보이고 싶다. 여사친의 썸남 에피소드는 걱정과 질투가 변하고, 나의 모든 행동들도 조심스러워진다. 우리는 친구로서 함께한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더 단단한 연애를 해볼 수도 있다고 혼잣말도 해본다. 친구 사이일 때는 못 해주었던 말도, 썸으로 발전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변화를 잘 준다면 금방 이루어질 수 있다. 어쨌든 친구라는 건 인간적인 호감을 바탕에 두고 형성된 관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좀 더 고차원적인 호감의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류O, 액세서리 디자이너

친구로만 지내던 그녀가 갑자기 좋아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언제부터 내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당시에 마음을 고쳐 먹으려고 애를 써봐도 그와 반대로 가슴은 자꾸만 뛰었다. 되돌이킬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상대도 날 좋아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은근슬쩍 팔짱을 낀다거나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준다거나 내 마음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건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취중에 확 고백해버렸다. 커다란 우정보다 자그마한 사랑이 더 좋다고.
지OO,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