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덜 화려한 사랑 안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유아인 "덜 화려한 사랑 안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어요"

2022-11-28T15:41:20+00:00 |ENTERTAINMENT, interview|

유아인의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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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하다가 아인 씨가 최근에 쓴 글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흐른다”라는 문장. 그래서 오늘은 아인 씨가 전에 했던 대답들을 가져와서 다시 물으면 어떨까 했어요. 지금은 어떤 답이 돌아올까 하는 호기심?
AI 전에 했던 인터뷰들을 읽고 왔어야 들통나지 않을 텐데요.(웃음) 기본적으로 쓰는 가면이 있으니까. 아무리 솔직하려 해도 그건 그나마 투명한 가면인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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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첫 번째 키워드는 2017년에서 채집했어요. 아인 씨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균형’을 꼽았죠.
AI ‘균형’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기보다 균형의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워낙 커다란 개념이잖아요? 여전히 제겐 중요한 키워드죠.
GQ 그게 무엇이든 몰두하다 보면 새로 알게 되기도, 또 달리 생각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묻습니다. 아인 씨의 ‘균형’은 그동안 변화가 있었는지.
AI 놀랍게도 혹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하나의 수식이 생겨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전에는 극단적인 균형을 즐겼다면 이제는 안정성을 찾아 가려는 의지? 그 비슷한 것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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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균형’을 다른 말로 하면 ‘안정’일 수 있고요.
AI 조금 전에 “재미없을 수도 있다”고 제 입으로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오기도 했어요. ‘안정적이다’ 뭐 이런 건 ‘재미없는 것’으로 통용되는 세상이잖아요. 이런 말을 꺼내는 게 내 노화를 증명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방금 또 들었고···.(웃음)
GQ 아인 씨가 생각하는 그 ‘안정적인’ 균형을 찾았는지, 저도 방금 궁금해졌네요.
AI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생존해있다면 나는 균형 안에 있는 것이고, 균형을 이루는 존재일테니, 그럼 그 균형을 좀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보자는 생각, 방법은 탈피? 내가 고수하던 것에서 벗어나 보는 방법을 떠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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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나는 역할 수행에 충실한 사람이다”라는 과거의 대답도 인상적이었어요.
AI 방금 전 대답과 연결시켜서 이야기하자면, 내가 획득하거나 누군가가 나에게 부여하는 역할. 거기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가는 것. 결국 내 안정성을 위해서 이것들을 짊어지고 가려면 그 역할 안에 ‘내가 좀 더 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건 나라는 존재의 역할을 찾고 구하는 과정일 수도 있고요.
GQ 올해도 같은 생각이고요?
AI 내 인생에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그나마 역할을 덜어낸 내 역할은 무엇일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챙긴 내 세상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는 요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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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내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는 아인씨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들어요. 아인 씨는 팔짱을 턱 끼고서 관찰자로서 있진 못하겠다는 생각.
AI 저 잘해요. 3백65일 중 모든 날을 팔짱 끼고서 방관자로 사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요. 그건 균형을 깨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갖는 대표적인 이미지들. 할 말 하는, 의견을 표출하고 피력하는, SNS의 힘을 이용하는 뭐 그 정도의 평가가 저를 향한 것들이라면, 저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히 팔짱만 끼고 사는 것 같아요.
GQ 와 닿지 않아서?
AI 네. 그만큼 ‘불만족스럽다’라는 거죠. 그렇지만 그 불만족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만큼 다른 꿈을 꾸고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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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또 과거의 대답을 꺼내보자면, “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휘젓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는 말도 있었죠.
AI 이제는 매일매일 휘젓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됐어요. 휘젓기만 하는 게 아니고 제대로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내가 가진 다른 힘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죠. 그건 세상을 향하는 거고, 내가 가진 의지들을 명확히 하는 거고. 예전에는 많이 휘청거렸다면, 이제는 지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우선 제 삶 자체를요.
GQ 아인 씨의 고민들을 듣다 보면 몸을 내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의 모습들이 맹렬해서.
AI 누굴 위해서 그런 고민들을 해온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음, 과거와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뭔가를 하려면 보다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 그건 내 만족을 위한 박애를 가져가는 건 아니고, 박애 자체를 위한 박애. 그것의 개념을 공고히 하려는 과정이죠.
GQ 이를테면요?
AI 미디어가 마치 성경이고 그 안의 주인공들이 신처럼 군림하는 세상에서 그 힘을 가져가는 사람으로서, 요구하는 사람으로서, 요구했던 사람, 욕망했던 사람으로서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요.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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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지큐>는 이런 것도 물었어요. 아침에 눈떴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AI 대답이 뭐였죠? 불안한데.
GQ 몸 아파 죽겠다는 생각.
AI (박장대소) 어휴, 요즘은 더 아파요. 아, 그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일어나는 시간이 좀 더 규칙적으로 변했어요.
GQ 규칙적인 변화가 필요했어요?
AI 제 의지도 있었겠죠? 그런데 단순히 내면의 안정을 추구하려고 할 때 그게 그냥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실질적인 시간들을 달리 가져가야 하잖아요. 규칙적인 삶을 너무 싫어하지만 그걸 수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요즘 추구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GQ 그럼 요즘은 좀 일찍 자는 편인가요?
AI 네. 굳이 긴 밤을 붙잡고, 뜨는 해를 기다리지 않아도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여전히 새벽에 잘되는 일 같은 게 있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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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아인 씨는 ‘감정’이 여전히 무서운가요? 몇 년 전, 가장 무서운 걸 묻는 질문에는 ‘감정’을 꺼냈어요.
AI 차갑거나 뜨겁거나 하는 게 인간이라서, “감정이 가장 무섭다”라고 했던 내가 이제는 감정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게 된 상태를 두려워해요. 때로는 감정에 치우친 나를 표출하거나 또 그런 나로서 잘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 반대쪽에는 다른 내가 존재하기도 하죠. 표출하는 감정들, 통제하는 감정들,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게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요. 감정을 다루지만 감정적이지만은 않은, 통제하지 않는 것까지 통제하는 배우들이 우리가 ‘명배우’라고 칭하는 사람들일 텐데, 가끔은 내 삶까지 그렇게 만들고 있는 나를 느낄 때 공포스럽긴 하죠.
GQ 어쩌면 배우가 업이니 어떤 감정이든 가만히 두고만 볼 순 없을 테니까요.
AI 그래서 저는 그럼에도 좀 더 감정적이고 싶어요. 감정을 통제하려는, 통제해야만 하는 나와 맞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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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좀 전에 이야기한 역할일 수도 있겠어요. 감정을 다뤄내는 배우로서의 역할.
AI 맞아요. 감정적이기만 하면 이 사회에서 괴인으로, 별난 사람으로 모서리 구석에 처박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거든요.
GQ 자기 고민을 이토록 치열하게 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 태도를 두고 ‘성실하다’라는 표현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왠지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AI 요즘 ‘성실함’에 대해 좀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긴 해요. 게으르고, 즉흥적이고, 불규칙하고 제멋대로인 습성 같은 것들이 있어서 더 성실함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부러 더 성실함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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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5년 전에는 스스로를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AI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싶은데. 아닐걸요.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도 돼요?
GQ 그럼요.
AI 저는 내 언어가 다른 식으로 쓰이는 게 좀 불편해요. 저도 낙서하기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게 재미이기도 하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조금 서운할 때가 있어요. 내 마음에 쏙 들지않는 단어에 내 상태나 감정, 의지가 담기는 거. 온전한 내 이야기로 표현되어질 때 아무래도 좀 불편하죠.
GQ ‘어른’이 아니면 어떤 단어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AI 글쎄요. 할 말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런데 아까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그래요. 시간이 흐른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니까. 저는 되어가고 있다기보다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어른이 있다면.


GQ 뜬금없지만, 아인 씨는 12월 31일이라는 존재에 의미를 두나요?
AI 개념은 존재하니까.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건 존재하는 거니까. 그런데 왜요?
GQ 뻔한 질문이지만 아인 씨가 31일에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묻고 싶어서요.
AI 어디에 있을진 모르겠지만 좀 더 안온한 시간 속에서, 사랑 속에서 보내고 싶어요. 사랑이 흘러넘치는 ‘척’하는 시간 말고요.
GQ 유아인과 ‘척’은 영 어울리지 않네요.
AI (웃음) 아주 옛날에는 요란 떨기 좋아하고, 증명하기 좋아하고, 소란스럽게 만들며 그 안에서 뭔가 ‘이게 사랑이야’, ‘특별한 시간이야’하고 보내왔다면, 지금은 보다 덜 장식적이고 덜 화려한 사랑 안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달라진 거죠. 여전한 건 언제나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