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제이비 "작품에 어떤 영혼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해요"

2023.01.22전희란

 경계 위에서, 제이비.

데님 재킷, 팬츠, 모두 하네스. 벨트, 부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재킷, 셔츠, 타이, 모두 프라다.

GQ 한참 기르던 머리는 어디로 갔어요?
JB 기부했어요. 행방은 저도 잘···.  소아암 환자분에게 갈 거라고 들었어요.
GQ 의외였어요. 어쩌다가 아니라, 기부를 목적으로 기른다기에.
JB JYP에 있던 전 매니저님이 머리카락 기부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이런 것도 기부가 가능하구나, 그때 알게 됐죠. 마침 저도 머리를 기를 계획이었거든요. 그런 김에 좀 더 길러 기부를 해보자. 그때 결심했어요.
GQ 내 머리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때요?
JB 앗.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웃음)
GQ 기부 외에도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앨범 패키지를 만든다든지, 좋은 취지의 전시를 돕는다든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JB 맞아요. 그렇다고 거창한 사회 운동가는 아니고요, 인간에 관심이 많아요. 내가 인간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해 요즘 고민을 자주 해요.
GQ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JB 어느 순간 불현듯. 유튜브를 보다 보면 철학 관련 정보와 종종 맞닥뜨리거든요. 영상 보면서 철학 공부도 하고, 그 안에서 때때로 누군가의 사상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신기하더라고요.
GQ 공감되는 사상이라, 이를테면?
JB 부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아야 긍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말. 제가 그렇거든요. 저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긍정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마냥 긍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롱 코트, 슬리브리스 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

GQ 얼마 전 트위터에도 비슷한 말을 썼죠. “부정에서 발견하는 긍정은 꽤나 즐거운 괴리감이다”라고.
JB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완전을 추구한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부정적인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 하며 긍정을 찾아가잖아요. 부정이라는 모래 더미 속에서 긍정의 빛을 보았을 때 즐거운 괴리감을 느낀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GQ 부정적인 감정과 직면해야겠네요. 피하지 않고, 코뿔소처럼.
JB 그렇죠. 정확하게 인지하고 다음 스텝을 생각해야죠.
GQ 잠식되지 않고 거기서 긍정을 찾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 같아요?
JB 제 성격이 그렇게 타고난 것 같아요. 부정에서 부정으로 계속 빠져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때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대안을 찾게 되더라고요.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뭐가 문제지? 그러다가도 결국에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로 생각이 이어져요.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는 공처럼. 저는 그랬어요.
GQ 최근 앨범 <Be Yourself>에 친필로 적은 질문의 화살표를 맞은편으로 돌려볼게요. 제이비는 삶의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나요?
JB (공백기를 앞두고 있어) 아무것도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뭘 바라봐야할지 모르겠어요. “삶의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있나요?”는 제 자신에게도, 사람들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었어요. 살아가는 이유가 뭐야? 네 목표는 뭐야? 네가 나중에 이루고 싶은 게 뭐야? 친구들에게 자주 묻는데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그냥 사는 거지 뭐 있어?”. 저는 그냥 사는 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싫어해요. 왜 이리 시종 진지하냐고.(웃음)
GQ 답을 찾았어요?
JB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제가 대단히 부를 좇는 타입도 아니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제 이름을 달고 내는 결과물이 곧 작품인데, 작품에 어떤 영혼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재킷, 팬츠, 셔츠, 타이, 모두 디올 맨. 스니커즈, 오프화이트

GQ 지금까지는 삶의 이유를 어디서 찾았다고 생각해요?
JB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혼자 쓰는 글로, 음악으로, 앨범으로, 사진으로, 하물며 유튜브 콘텐츠로도 많이 남기고 싶어했어요. 그게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반응을 얻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든 결과는 남잖아요. 기록 그 자체가 좋았던 것 같아요.
GQ 기록이 왜 중요했죠?
JB 전기, 혹은 발견? 나중에 제가 남긴 기록들을 보며 ‘이런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구나’라고 누군가가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GQ 몇 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나중에 꺼내보는 일기처럼 기록을 숙성시키는 작업도 흥미롭더군요. 대체로 일기의 재료가 되는 건 뭐예요?
JB 하루를 살아간 이야기들.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느낀 이 유는 무엇이었는지를 반추해보는 내용인데, 나중에 들춰보면 재밌어요. 5년, 10년 정도에 한 번씩, 기억이 저물어갈 때쯤 들춰봐요.
GQ 때때로 태우기도 한다고요?
JB 캠핑에서 ‘불멍’하다가 문득 스친 고민을 적고, 뜯어서 태워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민을 태우는 일종의 의식 같은 거죠.
GQ 유튜브에 일기 쓰는 방을 소개한 게 기억나요. 색채가 없는 것 같은 그 방을 따로 둔 이유가 있어요?
JB 안 그러면 고양이들 밥 주고, 똥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잡생각을 모두 버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독서실처럼.
GQ ‘대박쇼’에서 갓세븐의 제이비와 Def.의 페르소나는 이제 경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죠. 그럼에도 계속 의식적으로 구분해둘 참인가요?
JB 그러려고요. 제이비로 할 수 없는 작업들은 앞으로도 Def.로 낼 거예요. 회사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보호 장치.

롱 코트, 셔츠, 모두 발렌티노.

GQ 갓세븐의 한 조각 삼각형이라는 자아는 임재범에게 어떤 의미예요?
JB 갓세븐임을 잊지 않기 위함이죠. 훗날 굉장히 머리가 크더라도 저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인사할 거예요. “안녕하세요, 갓세븐의 제이비입니다”. 갓세븐은 저의 시작이자 뿌리예요. 여태껏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갓세븐으로서 그룹 활동을 한 덕분이죠. 그 점을 결코 잊지 않으려고 해요.
GQ 가슴으로 시작해 머리로 작업을 완성한다고 했죠. 그건 갓세븐의 제이비나 Def.나 마찬가지인가요?
JB 제이비가 가슴으로 시작해 머리로 완성한다면, Def.는 가슴으로 시작해 가슴으로 끝나요. 물론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에는 머리를 통과하겠지만, Def.로서는 좀처럼 남들 눈치를 보지 않죠.
GQ 가슴으로 시작해 가슴에서 끝난다. 몹시 낭만적이네요.
JB 겉멋이죠.
GQ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해왔잖아요. 그럼에도 Def.로서 공유해버렸을 때의 해방감은 어때요?
JB 털어냈다, 나이스!
GQ 털어버리는 그 용기를 생각하니까 앨범에 적은 메시지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바꿔 나가자.”
JB 제 자신에게 많이 한 말이에요. 내가 나의 세계를 바꿔야 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는 않은데 무언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자꾸 되뇌었어요.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슬리브리스 니트 톱, 브레이슬릿, 모두 펜디.

GQ 뭐가 그리 바뀌었으면 했어요?
JB 모르겠어요. 지루한 일상? 회사원들처럼 저도 똑같은 루틴으로 살았거든요.
작업실, 집, 작업실, 집. 루틴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괜히 집에 있는 물건 위치를 바꿔 보고, 누가 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작업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면 기분전환이 돼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움직이는 게 제겐 중요해요. 몸도 풀리고 생각도 건강해지고. 저는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는 걸로는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아요. 오늘 하루술 먹었다, 이 정도죠. 한번은 제이비가 아닌 임재범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평범하게 살았다면 저도 살기 바빠서 깊은 고민을 하기는 어려웠을 거 예요. “그냥 사는 거지 뭐 있어?”했겠죠. 엄청난 부를 지닌 건 아니지만,냉정하게 제 상황이 비교적 여유로운 건 사실이니까. 그 덕분에 음악적인 고민을 하면서 깊은 물음들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더욱 음악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점점 생각이 딥해져요.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나는 왜 사는 걸까.
GQ 언젠가 죽으면 바람이 되고 싶다고 했었죠?
JB 바람이 되면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GQ 종이에 적어서 태워버린 고민들과 바람이 되어 만나겠는데요?
JB (옅은 웃음) 그렇겠네요 정말로.
GQ ‘마인드셋’에서 자서전을 낸다면 첫 문장으로 “그는 마지막까지 웃었다”라고 쓰겠다고 했어요.
JB 기억이 나지 않아요. 왜 ‘웃었다’라고 얘기했을까?
GQ 어떤 웃음이었을까요?
JB 허탈한 웃음이었을 것 같아요. “죽을 때 됐네. 흐허허.”
GQ 마지막 문장은 무엇으로 닫고 싶어요?
JB (한참을 고민한다.) “그의 삶이 여러분에게 어떠한 것이든 영향이 되기를···” 다 겉멋이죠.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김참
스타일리스트
현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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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미술관」 , 도킹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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