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초대형 화제의 시계 협업 실물이 공개됐다. 이제 남은 건 어떤 컬러가 최고인지 끝없이 싸우는 일뿐이다.

공식 공개 후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의 로열 펍 컬렉션은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게 오데마 피게 가치에 악영향을 줄까?”, “줄 서서 살 가치가 있을까?”, “이걸 손목에 차도 되는 거야?”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은 협업 제품을 실제로 받아서 살펴 볼 수 있을 때 가능하겠지만, 지금 당장 시작해도 되는 가장 재밌는 논쟁은 따로 있다. 바로 “뭐가 제일 예쁜가?”다. 아래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정리한 스와치 x 오데마 피게 로열 펍 8종 순위다. 물론 스티븐 A. 스미스의 의견처럼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8위. 블라우에 아흐트

지난주 로열 펍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챗봇들이 가장 정신 나간 형광빛 로열 오크 렌더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빈약한 컴퓨터 두뇌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과장된 컬러 조합들이 쏟아졌다. 물론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색 조합은 AI도 못 만들었다. 역시 인간의 창의력의 승리다. 그 모든 시계 쓰레기 이미지 중 단 하나 맞았던 건 있다. 로열 펍은 가장 선명하고 과감할 때 가장 멋지다는 점이다. 하지만 블라우에 아흐트의 민트 그린과 블루 조합은 그 수준까지는 가지 못한다.
7위. 오토 로소

모델이 단 8개뿐인데도 순위 매기기는 바로 어려워진다. 사실 여기부터 4위까지는 순서가 서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선 내 말이 곧 법이다. 그리고 전적으로 내 취향 기준이다. 오토 로소는 남은 모델들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하다. 다만 연한 핑크 컬러는 AP의 연어 다이얼 로열 오크 스페셜 모델들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해서 그 부분은 좋다.
6위. 그린 에이트

그린 다이얼 시계를 좋아하는 나조차 이 단색 버전을 더 높게 올릴 수는 없다. 솔직히 좀 지루하다. 스와치 x 오데마 피게를 사겠다고 5일 동안 노숙하거나, 혹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큰 숫자에다 2를 곱한 엄청난 리셀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라면, 초록 위 초록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물론 AP가 로열 오크 오프쇼어에 그린 세라믹을 사용한 역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그에 대한 좋은 오마주일 수도 있다.
5위. 오트 로즈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호불호 갈리는 모델이다.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가 정말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특히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작품 컬러를 그대로 가져온 건 이번 협업의 핵심인 팝아트 정신과도 잘 맞는다. 문제는 이미 SNS에서 이 모델이 밈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더 과감한 시도를 원한다고 계속 말해왔지만, 이 핑크 레모네이드 버전은 조금 소화하기 어렵다. 전체 모델 중 가장 착용 난도가 높을 수도 있다. 많은 컬러 조합이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의 디자인 감각 중간쯤에서 균형을 잡고 있지만, 오트 로즈는 스와치 쪽으로 너무 많이 기울었다. 스와치는 원래도 과감한 예술 기반 디자인 역사가 있는 브랜드다.
반면 이런 극단적 스타일이 오히려 로열 펍에 딱 맞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로이 & 사샤 다비도프의 사샤 다비도프는 “이 버전이 가장 독특하고 진짜 협업 느낌이 강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최애 모델로 꼽았다. 그는 몇 년 전 비슷한 컬러 팔레트로 제작된 매드 파리 커스텀 로열 오크도 언급했다.
4위. 오렌지 하치

공인 뉴욕 닉스 안티팬인 내가 이 네이비-오렌지 조합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다. 처음 이 협업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오데마 피게의 화려한 세라믹 로열 오크들이었다. 특히 올블루 세라믹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약 6억 9천만 원 수준의 엄청난 인기 모델이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오렌지 포인트는 완전히 스와치 영역이다. 필자는 몇몇 워치 일루미나티 멤버들에게 어떤 로열 펍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고, 이 모델이 처음으로 표를 얻었다. 뉴스레터이자 팟캐스트 <더 엔수지애스트>를 운영하는 스티븐 풀비런트는 “내 끔찍한 메츠 사랑을 위해 이 모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3위. 오초 네그로

“터프하다”, “깔끔하다”, “미쳤다” 같은 표현을 가장 잘 어울리게 만드는 모델이다. 이걸 아크로님 팬츠 카라비너에 달았다고 상상해보자. 강하다. 나이키 짐백 옆에 흔들리게 걸어놨다고 생각해보자. 깔끔하다. 블랙 앤 화이트는 클래식한 조합이고, 이 시계는 컬렉션 전체를 뒤덮은 화려한 컬러들 사이에서도 유독 존재감이 강하다.
전설적인 수집가이자 작가 존 골드버거 역시 이 모델을 최애로 꼽았다. 워치 클럽 레드바의 창립자 아담 크라니오테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만약 실제로 하나 들고 매장에서 걸어나올 수 있다면, 오초 네그로는 내 새로운 책상 시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위. 란 바

문스와치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로열 펍들은 실제 시계 역사와 연결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런 시계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중에게 시계의 혈통을 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업은 두 가지 형식으로 나뉜다. 레핀과 사보네트다. 8개 중 6개는 12시 방향에 크라운이 있는 레핀 스타일이다.
반면 오트 로즈와 란 바는 사보네트 스타일로 제작됐다.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 서브다이얼과 3시 방향 크라운이 특징인데, 우리가 일반 손목시계에서 흔히 보는 구조다. 무려 포켓워치 50개를 보유한 호딩키의 마크 카우즐라리치는 “스몰 세컨즈 서브다이얼은 초기 포켓워치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요소”라며 란 바를 가장 좋아하는 모델로 꼽았다. 아날로그:시프트의 제임스 램딘도 이 모델을 최고로 평가했다.
그리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지만, 사보네트 스타일은 숨겨진 장점이 있다. 시계를 프레임에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이걸 손목시계로 변환하는 스트랩을 가장 먼저 만든다면 큰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보네트 버전은 서브다이얼과 크라운 위치가 일반 손목시계와 같아서 그런 스트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1위. 위 블랑

“화이트 모델이 압도적입니다.” 머티리얼 굿의 시계 부문 책임자 요니 벤 예후다가 단언한다. 필자가 의견을 물은 대부분의 시계 전문가들도 같은 답을 했다. 그랄 워치스 창립자 조이 아벨슨, GQ 선정 2025 올해의 컬렉터 렉스 보레로, 카랏 앤 코 NYC의 딜러 데릭 몬, 벤스 워치의 벤 쿡까지 모두 이 모델을 최고로 꼽았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화이트 바탕 위 무지개 인덱스와 컬러 스크루 조합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화려하다. 완전히 우스꽝스럽지 않으면서도 컬러감은 확실하다. 좋은 신호도 있다. 이 모델은 루이 비통의 유명한 레인보우 모노그램 벨트와 가방에 비유되고 있다. 반면 노랑-핑크 모델은 애리조나 아이스티 이야기가 나왔다.
이 모델은 사람들이 스와치 x 로열 오크 협업에서 기대하는 이상적인 형태에 가장 가깝다. 화려하고 재미있지만 형식에 잘 맞고, 동시에 “진짜 로열 오크에도 이 컬러 넣으면 예쁠 것 같은데?”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