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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부터 재키 로빈슨까지, 스포츠 백넘버에 숨겨진 비밀

2026.05.14.조서형

어떤 숫자는 전설이 되고, 어떤 숫자는 규칙이 된다. 숫자로 보는 게임의 세계.

23
농구 BASKETBALL

농구에서 23번은 에이스의 숫자다. 그 시작은 시카고 불스 시절 마이클 조던. 그는 팀을 여섯번의 NBA 우승으로 이끌고, 다섯 차례 MVP를 수상하며, 자신의 등번호 23번을 농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숫자로 만들었다. 시카고 불스는 그의 공을 기려 23번을 영구 결번 처리했다. 마이클 조던은 왜 이런 애매한 숫자를 등번호로 선택했을까? 어릴 때 그는 형 래리 조던의 반만큼이라도 농구를 잘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형의 등번호인 45의 절반이 조금 넘는 23을 고른 것. 마이클 조던 이후 농구에서 23번은 에이스 번호로 인식되어 르브론 제임스, 드레이먼드 그린, 앤서니 데이비스, 지미 버틀러 등 수많은 스타가 23번을 선택하며 그 의미를 이어갔다.

99
아이스하키 ICE HOCKEY

아이스하키에서 99번은 더 이상 누구의 것도 아니다. 캐나다 선수 웨인 그레츠키가 영구 결번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생후 30개월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그는, 프로로 데뷔한 첫 시즌 MVP를 수상했으며, 1981-1982 시즌에는 92골, 212포인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독보적 존재였던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은퇴한 다음 해인 2000년, NHL은 전 구단에서 99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고, 이후 99번은 더 이상 아무도 선택할 수 없는 숫자가 됐다. 그레츠키의 개인 통산 포인트와 어시스트 기록은 여전히 하키 역사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어떤 번호는 기록을 넘어, 리그 전체의 역사로 남는다.

17
포뮬러 원 FORMULA 1

F1에서 등번호는 단순 선수 식별용이 아니라 드라이버의 정체성이다. 규정에 따라 드라이버는 2부터 99 사이의 숫자를 고유 번호로 선택한다. 한 번 고르면 팀을 바꾸더라도 커리어 내내 같은 번호를 유지한다. 단, 디펜딩 챔피언에게는 1번을 사용할 권리가 주어진다. 올해는 막스 베르스타펜이 반납한 1번을 랜도 노리스가 선택해 시즌을 맞이했다. F1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영구적으로 사라진 번호가 있다. 17번이다. 이는 프랑스 출신의 드라이버 쥘 비앙키의 것으로 2014년 일본 그랑프리 사고 이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F1의 안전 기준을 더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의 번호는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10
축구 SOCCER

전통적으로 축구는 포지션에 맞춰 등번호를 부여했다. 1번은 골키퍼, 2~5번은 수비수, 6~8번은 미드필더, 9번은 스트라이커, 10번은 플레이 메이커이자 에이스에게 주어지는 식. 현대 축구에서 이 공식이 점차 느슨해졌지만, 10번의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이 번호를 달고 경기장을 뛰었다. 한편 숫자 7은 축구에서 스타 플레이어의 번호다.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손흥민처럼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선택한다.

42
야구 BASEBALL

야구에서 42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숫자다. 이는 재키 로빈슨이 1947년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로 데뷔하며 달았던 번호로, 그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대에 오직 실력으로 편견을 깨고 리그의 역사를 바꿨다. 이를 기려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는 1997년 전 구단에서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이는 특정 팀이 아닌 리그 전체에서 하나의 번호를 영구 결번 처리한 야구 역사상 유일한 사례다. 그의 데뷔일인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에는 모든 선수가 등번호 42번을 달고 경기에 나선다. 금지된 번호가 그날만큼은 모두의 것이 된다.

1
미식축구 AMERICAN FOOTBALL

미식축구는 등번호만 봐도 선수의 포지션을 알 수 있다. NFL은 오랫동안 쿼터백은 1~19번, 러닝백은 20~49번, 라인맨은 50~79번, 와이드 리시버는 80번대를 쓰도록 규정해 경기 흐름을 읽기 쉽게 했다. 최근 그 규정이 완화되면서 이 질서에 변화가 생겼다. 러닝백이 한 자릿수 번호를 다는 등 선수별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자말 체이스, 디본타 스미스 같은 스타 선수들은 1번을 선택했는데, 중계 그래픽과 연결되어 선수의 강력한 시그니처가 되었다. 미식축구에서 등번호는 여전히 포지션을 설명하는 언어지만, 동시에 대중의 눈에 띄기 위한 MZ 선수들의 브랜딩 수단이 되고 있다.

13
사이클 CYCLE

사이클 대회에서 등번호는 선수 고유의 것이 아니라 매년 리셋된다. 번호표는 어떤 각도에서도 식별할 수 있도록 유니폼, 자전거 프레임, 핸들바와 헬멧 등에 부착된다. 디펜딩 챔피언이 1번을 달고 출전하며, 같은 팀 선수끼리 비슷한 번호대를 공유하지만 그 외는 랜덤으로 배정한다. 서양 문화권에서 불운의 숫자로 여기는 13번을 배정받은 선수는 번호판을 거꾸로 단다. 사이클은 낙차와 날씨 등의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선수들이 더욱 징크스에 민감하기 때문. 이는 운을 비틀어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마크 사이먼 캐번디시가 13번을 뒤집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4
수영 SWIMMING

등번호가 없는 수영에서는 레인이 선수의 위치와 위상을 말해준다. 국제 수영 대회에서는 예선 기록 순으로 레인을 배정하는데, 가장 빠른 선수에게 4번 또는 5번의 중앙 레인을 배정한다. 사실상 경기의 축으로 페이스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가운데 자리는 물의 흐름이 가장 안정적이고 양옆의 경쟁자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유리하다. 동시에 결승은 곧 최고 기록 경쟁이므로 외부 변화를 최소화하고 변수를 제거해 최대한 안정적인 조건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중계에서도 카메라가 중앙 레인을 가장 많이 잡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