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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찬 시계를 보면 남자의 성격을 알 수 있다

2026.03.26.조서형, Mike Christensen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차고 나온 시계를 보면 극중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고 앞으로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미리 알 수 있다.

드라마 더 나이트 매니저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고 시계 얘기만 해 보자. 주요 인물들이 아주 인상적인 시계를 차고 등장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면서 시계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등장인물들이 어떤 시계를 차고 있는지를 통해 그들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는 작은 단서들을 종종 발견해왔을 것이다다. 석세션에서 톰이 찬 오데마 피게부터 인더스트리에서 쏟아지는 시계 향연까지, 시계 선택은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더 나이트 매니저가 히들스턴의 말처럼 “아버지와 아들, 상속과 유산에 관한 이야기”라면, 시계는 그런 관계를 탐구하기에 꽤 직관적인 요소일 것이다. 실제로 시계는 등장하지만, 각각에서 읽어낼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대체로 선택이 꽤 엉뚱하기 때문이다.

먼저 파인의 시계부터 보자. 시즌 1에서는 비교적 접근성 좋은 티쏘를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골드 브레이슬릿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로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보여준다. 이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파인이 홍콩 출신의 금융가 매튜 엘리스로 위장해 콜롬비아에서 돈을 세탁하려는 설정과 맞물린다. 손목에 그렇게 많은 금을 두르는 것은 과감함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클래식하고 세련된 느낌도 준다. 단순히 롤렉스를 자랑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시계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 점에서, 그가 드나드는 환경을 고려하면 꽤 의외의 선택이다. 물론 금융 업계 사람들은 시계에 대해 잘 안다는 점도 사실이다.

반면 테디의 시계는 상당히 의외다. 대부분의 더러운 일을 카르타헤나에서 처리하는 무기상이 어떻게 이렇게 점잖은 오메가 드 빌 프레스티지를 손에 넣었는지가 오히려 궁금해진다. 혹시 유산으로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건 리처드 로퍼의 시계다. 시즌 1에서는 꽤 이해하기 어려운 로즈 골드 IWC 스핏파이어를 착용했다. 하지만 그 시계는, 우리가 로퍼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사라진 듯하다. 그가 충격적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시계는 훨씬 더 캐릭터에 맞아 보인다. 아무리 부유한 사업가라도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너무 번거롭거나, 화려하거나, 혹은 초침 소리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도시의 잘나가는 CEO가 단순한 카시오 시계를 차는 경우도 흔하다. 여러 면에서 로퍼는 그런 부류다. 악랄한 인물이지만 기본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크로노그래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쿼츠 시계인 카시오 아날로그 모델을 차고 있는 것도 놀랍지 않다. 다만 눈에 띄는 건 다소 화려한 레드/마룬 스트랩이다.

요즘은 시계가 캐릭터의 성격이나 서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더 나이트 매니저에서는 오히려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며 이야기의 혼란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반갑다. 모든 것이 과하게 해석될 필요는 없고, 모든 일에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은 아마 조너선 파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