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 아이유

‘귀여운 척’에 대해 자각하는 아이유는 진지하고 영리한 채, 귀여웠다. 너무 똘똘해서. 그러나 애 다루듯 하는 어른은 아이유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티내진 말 것.

살굿빛 원피스는 필로소피 디 알베르타 페레티, 화이트 톱은 아메리칸 어패럴.
화이트 톱은 엘리 타하리, 빨간색 쇼츠는 아메리칸 어패럴,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방학이죠? 혹시 생활계획표는…. 전혀 안 세웠어요. 어차피 못 지키니까요. 이번 방학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늦잠도 자요. 근데 앨범 준비랑 겹쳐서요. 예전엔 노래 연습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생각 많이 하고 글 많이 쓰고 책 많이 읽고 그래요. 그게 더 도움이 돼요. 기교는 허구한날 연습하면 늘지만, 그것뿐이에요. 여행 다니고 책 읽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확실히 달라요. 작곡가 오빠가 가르쳐줬어요. 제가 기타, 피아노, 노래, 영어막 다 공부할 거라고 그랬거든요. 기교에 욕심이 많았어요. 근데 그분이 내가 잘할 수 있는걸 왜 억누르느냐면서, “너 여행한번 갔다오면 노래가 얼마나느는지 모르지?”하는거예요. 그래서 여행 가서 신나게 놀고 왔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부담이 확 없어졌어요. 노래가 확실히 즐겁고, 주변에서 노래 늘었다는 얘기도 듣고요. 신기하더라고요.

연습만을 위한 연습은 이제 안 해요? 안한 지 꽤 된거 같아요. 오늘 갑자기 걱정이 되더라고요. 실력 떨어졌을까 봐요. 그런데 요즘은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마음껏 불러요. 집에 있다가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그러면 정말 신나요. 그게 훨씬 연습이 돼요. 연습할 때조차 즐거우니까 실전에서도 그 기분을 이어갈 수 있잖아요?

데뷔하기 전엔 누구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거미 선배님을 엄청 따라했어요. 지금 노래에선 상상 안 되시죠? 요새는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거고요. 되게 허스키하게 불렀어요. 무조건 바이브레이션하고 높이 올라가고, 그땐 그게 잘하는 건 줄 알았어요. 옛날 음악 많이 들으면서 그렇게 해봤자 아무런 매력 없다는 걸 알았어요. 회사에서는 거미랑도 비슷하고 별이랑도 비슷하고, 너무 흔하다고 그랬으니까요.

그럼 지금은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 코린 베일리 래가 제롤모델이에요. 비욘세처럼 노래 잘하는 게 아닌데, 그 느낌으로 다 죽여버리잖아요. 얼마 전에 공연도 봤어요. 1집을 훨씬 좋아하지만, 라이브를 들으니까 2집 내고 목소리의 깊이가 달라졌다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어요.

또래 가수들과 자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비슷해요. 어차피 방송 나와서 하는 음악은 거기서 거기니까요. 어쩔 수 없고요. 제가 지금 갑자기 어쿠스틱 음악 들고 나온다고 해서 팬들이 좋아할 것 같지도 않아요. 해왔던 게 있잖아요. 그걸 한 번에 무시하는 건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대중 가수니까요.

요 몇년 사이 여자가수로 성공하려면 팀을 만든다는 불문율이 있잖아요. 저랑 팀을 할 사람이 없었어요. 이미 그룹이 구성되고 저 혼자 딸랑 들어왔고요. 나이차도 언니들이랑 많이 났어요. 게다가 어디에도 목소리가 묻히지 않았죠. 한 4~5년 하다 데뷔하겠구나 싶었는데, 1년 하고 제일 먼저 데뷔한 거예요. 일찍 데뷔하고 싶단 욕심도 없었는데요.

왜 첫 번째였는지 들었어요? 부담이 없었대요. 열여섯 살이니까 망해도 시간 많다고.

하하, 미니 앨범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해요? 비평은 좋았고 인기는 그것만 못 했죠. 그럴 거 같았어요. 중3이 부르는 이별 노래에 대한 거부감이 있겠다 싶었어요. 저 데뷔하는날 동방신기, 에픽하이, 원더걸스가 컴백했어요. 아이돌 대란이 시작될 때 데뷔했으니 운도 없었죠. 솔직히 모든 연습생이 자기가 데뷔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아요. 나한테는 내가 짱이니까. 기대는 했지만, 결과를 보니 안 되는 건가 보다 하고 욕심을 버렸어요. 어쨌든 데뷔는 했잖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음 앨범 콘셉트가 잡혔어요. 하던 게 아니고, 시도도 안 해본 쪽으로요. 자신 없어 못하겠다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앨범이 나왔죠. 그런데 웬걸, 하다 보니 재미있는 거예요. 객석 반응도 좋아서 <스케치북>도 나가고요. 이래서 리스너와 팬이 필요하고, 대중성이 중요하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자기 노래 중에 자기랑 제일 잘 맞는 노랜 뭐예요? 목소리랑 잘 맞는 건 ‘미운 오리’, 스타일에 맞는 건 ‘Feel So Good’요. 어쿠스틱이나 편안한 게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미아’ 같은 음악이 제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마시멜로’도 제 마음에 쏙드는 음악이 아니고요.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어요. 제가 아직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돼서 못하는거지, 회사에서 방해하진 않아요. 준비기간이 필요해요. 굳이 무리수 두고 싶지 않아요. 제가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팬들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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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앨범 고민이 많겠네요. 엄청나게 많죠. 미쳐버리겠어요. 뭘 해도 빤한 거 같아요. ‘잔소리’가 1위를 해버려서요. 다음 앨범은 ‘잔소리’만큼 잘돼야 한단 생각이 들잖아요. 딱히 뭘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이에요. 일단 여러 장르를 다 받고 있어요. 제가 좋아했던 작곡가 분들에게 곡 좀 받아달라고 회사에 요청했고요.

회사에서 그 정도의 파워가 생긴 건가요? 회사에 가수가 별로 없거든요. 제가 첫 가수라서 제 생각을 많이 존중해주고요. 프로듀서님은 중 2 때부터 봐왔던 분이라 저를 많이 아세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하기 싫었던건 뭐예요? 시작이 어렵다고 , ‘Boo’로 활동하는게 너무 부담됐어요. 한 번도 안 해본 ‘귀여운 척’같은 걸 시키니까요. 그런 건 예쁜 친구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못생기고 뚱뚱해서 못해요, 안 예뻐서 옷도 안어울려요, 막 그랬죠. 근데 주변에서 자신감을 많이 줬어요. 너 예쁘고 귀엽고 매력 있다고.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 안 했단 말인가요? 어디 가서 욕먹을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미아’하면서 방송국에서 예쁜 얼굴을 너무 많이 본 거예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 얼굴 보면서도 깜짝 놀랐어요. 저렇게 별로야? 막 이런 거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나름 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동생 같아서 좋다고 하거든요.

또래보다 한참 어른스러워 보이는데요? 예전엔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친구들이 대학 얘기하면 저는 먼 얘기 같고, 취업이란 말만 들어도 닭살 돋아요. 너네가 무슨 취업이야, 그래요. 이제는 제가 못 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참, 대학 갈 생각이 없다고 했죠? 후회 안 할 거 같아요. 중학교 때 데뷔해서 학교 친구들한 명 없고 이런 거 하나도 후회 안 했거든요. 걔네를 잃어서 루나(에프엑스의)를 만났고 작곡가 오빠도 만났어요. 보상 받는 게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제 힘으로 대학 갈 자신도 없어요. 가면 특채로 가겠죠.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사촌 언니가 고 3인데 그 언니 고생하는 걸 보면, 제가 쉽게 들어갈 데는 아닌 거 같아요. 고생하고 노력한 사람이 들어가야 대학도 잘 돌아가는 거고요. 대학 갔으면 공부해야죠. 근데 제가 대학 가봤자 학교나 제대로 가겠어요.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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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도 ‘헐’ ‘대박’같은 요즘 애들 말을 썼다. 대답은 쏜살같았다. 자기 검열이 거의 없는 듯했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단어 선택이 특출나지도 않았지만, 가끔 찌릿했다. 솔직한 말과 다양한 어조와 풍부한 표정으로, 똑똑한 어른일수록 잘 숨긴다는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음악을 더 할 때라고 생각해요? 사실 공부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헛갈리게 하는게, 공부가 참 자신 없어서 말이죠. 원래 저 공부 되게 열심히 했거든요. 세 살부터 유치원 다녔어요. 어머니가 학구열이 심했어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쭉 있었고요.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면 잡을 순 있겠지만 쉽사리 손이 뻗어지지 않아요.

노래 외에 갖고 싶은 재능은요? 순간 이동! 그리고 카리스마! 카리스마가 부족해요. 제가 라이브하는걸 좋아하는 분들이, ‘시디먹었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시디랑 라이브가 똑같다고요. 근데 시디랑 라이브가 똑같으면 라이브할 필요 없는 거잖아요. 라이브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 같은 게 저한테 없어서 그래요. 이은미 선배님이나 하림 선배님같은 카리스마요. 시디 먹었다는 소리보단 “라이브가 더 좋네요”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런데 항상 실망해요. 만족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 한 번 있었다. 처음 데뷔하고 <윤도현의 러브 레터>에 나갔는데, 그때 밴드 분들이랑 잠깐 했던 ‘Like a Star’가 좋았어요. 그때 빼고 한 번도 무대에서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자신감이 없어요.

노래로 호평 받는 가수가 노래에 자신감이 없다? 제 노래가 너무 맘에 안 들어요. 생각이랑 다르게 나와요. 부를 땐 멋있게 들리겠지 생각하는데 들으면 거기서 거기 같아요. 무대의 자신감은 쓸데없는 자신감이란 거죠. 무대에 너무 심취해 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음을 낼때도 있고, 어떤 부분은 힘줘서 불렀는데 하나도 표현이 안 돼요. 나한테만 빠져 있으면 모든 소리가 다 크게 들려요. 무대에서는 ‘자뻑’이 아니라 집중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너무 자기를 몰아가는 것 아닐까요? 언제쯤 마음이 편해질까요? 스무 살 넘으면요.

경험을 쌓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가장 중요한가요? 가수도 하고 싶어서 했고, 연습생 때 고생한 것도 목적이 있어서였는데 막상 가수가 돼서 행복하지 않다면 아무 의미 없잖아요. 우선은 내가 행복해야죠. 빨리 행복해져야죠.

일만이 자기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좀 안타까운데요? 그렇죠. 하지만 무대 위에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정말 황홀해요. 다른 어떤 경험에도 비할 수 없는 색다른 황홀함이에요. 그런 걸 자주 느끼고 싶어요. 매번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오직 무대뿐인가요? 아! 다른 거 생각났어요. 해 지고 나서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나타나는 퍼런 하늘요. 요새는 여덟 시 반 정도에 볼 수 있는, 새벽 색깔의 하늘요. 그런 거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거 같아요. 어쿠스틱한 음악도 그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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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