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2013.10.31GQ

고맙고 미안하고 맛있는 특수 부위.

우설 고깃집에서 반찬처럼 나오는 우설만 봐서는 진짜 크기를 짐작하기 힘들다. 그 얇은 한 점이 소 혀의 단면이다. 혀 날에서부터 혀뿌리까지 붙은 큰 덩어리가 2~4킬로그램 정도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꽃등심의 양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다. 우설은 주방용 솔로 깨끗하게 닦아 껍질을 벗긴 뒤 푹 삶아 먹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편육처럼 썰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페퍼로니 모양으로 썰어 구워 먹기도 한다. 일본에선 ‘규탕(텅tongue의 일본식 발음을 어미에 붙인 조어)’이라는 이름으로 덮밥 재료로 많이 쓴다. 서양에선 로스트비프처럼 먹거나 샐러드나 타코에 넣는다. 소의 혀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서 이 부위가 기름기가 없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은 차마…. 우시장에서 2.8킬로그램짜리 우설 하나가 2만원.

 

나이프는 앤틱반의 제품.

생간 생간을 먹어본 사람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처음엔 생간 먹는 사람을 까마귀 보듯 하지만, 맛보고 나면 눈을 처음 본 아프리카 사람처럼 경험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비릿하면서 고소한 맛에 보드라운 식감까지 한번 빠지면 철철 흐르는 간의 마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소의 간 중에서도 옆에 붙은 크기가 작은 젖간이 더 구수하다.

 

소 뇌, 소 염통, 돼지 오소리감투 소 뇌는 소의 가장 마지막 부속물쯤 될까? 이 중 가장 접근이 힘들고, 먹는(먹을 수 있는) 이도 가장 적다. 시장 상인은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소금과 참기름을 찍어 먹으라고 덤덤하게 설명했다. 슬프게도 소 뇌의 값은 1천원. 소 염통은 돼지 염통에 비해 누린내가 적어 구워 먹는 게 맛있다. 돼지의 위는 오소리감투라고 부른다. 방석을 펼친 것 같다고 해 ‘방석창’이라고도 한다. 국밥이나 전골로 요리한다.

 

돼지머리 우시장에서 돼지머리 하나의 가격은 2만원. 2년 전만 해도 서너 배 비싼 가격에 팔렸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귀와 코를 따로 떼서 파는 부산물이 아닌 돼지머리를 통째로 사는 경우는 국밥에 넣거나 고사를 지낼 때인데, 그 수요가 확 줄었다. 특히 고사용 돼지머리는 플라스틱 돼지머리에 밀렸다. 웃는 돼지의 얼굴이 왠지 씁쓸하다. 이 웃음도 돼지머리를 삶기 전에 막대기를 입에 물려 일부러 만든 것이지만….

 

명태 이리 생선의 생식선, 그러니까 정소를 이리라고 한다. 생긴 모양 때문에 생선 창자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상인들조차도 이 부위의 이름을 ‘곤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생경한 부위를 즐길 때는 정확한 위치나 기능은 맛을 방해하는 요소일지도…. 알탕이나 찜에 들어간 신선한 이리를 건져 먹으면 ‘크리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벌집양, 천엽 유기그릇의 왼쪽에 걸려 있는 것이 소의 벌집양이고 오른쪽의 짙은 것이 소의 천엽이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위는 네 개로 나뉘는데 벌집양은 두 번째, 천엽이 세 번째다. 우시장에서 파는 천엽은 주름 잡힌 모양이나 두께가 영락없이 지금 당장 빨아야 할 것 같은 행주처럼 생겼다. 그래도 잘게 썰어 내면 맛만큼은 오해 없이 쫄깃하다.

 


꿩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꿩의 가치를 말해준다. 꿩만두, 꿩냉면, 꿩 샤브샤브 요리는 꿩고기의 우아함을 드러낸다. 겨울 사냥으로 잡진 않지만, 아직도 겨울철의 보양식이라고 불린다. 닭이나 오리보다 기름기가 적고 고기의 감칠맛이 진하다. 그래서 꿩 요리를 할 땐 파, 마늘 같은 향신 재료를 최소화해야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냉동으로 유통되는 꿩 한 마리 가격은 2만~3만원 정도.

 

닭 근위 모래주머니, 닭똥집으로도 불리는 부위. 닭의 항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히려 정반대 위치에 있다. 위로 이어지는 부분의 힘 있는 근육으로 닭이 씹지 못한 딱딱한 곡물 등을 으깨고 소화시키는 부위가 근위다. 만약 근육에도 소리가 있다면, 닭 근위를 씹을 때 나는 ‘빠드득 빠드득’ 소리가 아닐까? 씹을수록 씹고 싶어진다.

 

참다랑어 콧등살 참다랑어도 한우만큼이나 부위가 잘게 쪼개져 이름이 붙는다. 접시를 앞에 두고 기름기를 살피고 한 점씩 아껴 먹는 것도 비슷하다. 참다랑어 회를 먹을 때 마지막쯤에 나오는 특수부위가 콧등살이다. 집채만 한 참다랑어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손바닥 반도 안 되니 확실히 특수하고 희귀하다. 하지만 맛까지 아주 특별한 건 아니라서, 주로 단골들에게 서비스로 낸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정우영
    기타
    어시스턴트/ 이채원, 박현상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