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꽃다운 얼굴

2014.04.03GQ

손수현이 웃었다. 순간, 어떤 꽃 이름이 떠올랐다.

도트 재킷 KIMSEORYONG HOMME.

깅엄 체크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 KIMSEORYONG HOMME 스커트 JOHN RICHMOND BY 21DEFAYE.

어제 인스타그램 팔로잉했어요. 트레일 러닝 대회 같이 나가자고 올렸던데요. 네. 제가 모델을 하게 된 브랜드에서 하는 행사예요. 아웃도어 브랜드 모델은 아무나 못하는 건데. 마냥 감사하죠. 아직 한참 신인인데.

처음 찍은 광고는 뭐였어요? 음, 뭐였지? 윽, 버섯 먹었어….

버섯? 버섯 싫어해요? 알레르기 같은 건가? 그런 건 아닌데, 휴지 어디 있지? 그냥 그 맛을 싫어해요. 아, 죄송해요. 원래 잘 빠져요. 삼천포로.

좀 빠지면 어때요. 아무튼, 처음 본 건 초콜릿 광고였어요. 영화 촬영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갔어요. 다량의 초콜릿으로 각성된 상태로 한나절 동안 찍었어요.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 나요. 품에 안기는 장면에선 이게 좋은 건지 조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듣게 되는 이름이 있죠? 아오이 유우요? 아, 아오이 유우 씨.

물론 원치 않겠죠? 정말로요. 대중의 시선이 그런 것 같아요. 원한 적 없는 이름 때문에 좋아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하고. 그분 얼굴만 머릿속에 있고, 정작 제 얼굴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정말 달라요.

비교적 닮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는 있겠죠. 머리 길이. 머릿결. 편한 옷차림. 입술? 언뜻 보기에 비슷한 요소들. 내 몫인 것 같아요. 그분들이 아, 자세히 보니 안 닮았어, 라고 느끼기 전에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 해요.

성형수술 해보고 싶진 않았어요? 물론 그랬죠. 스무 살 땐 뒤 트임도 하고 싶고, 쌍꺼풀도 하고 싶고, 코도 이렇게 막 올리고 싶고, 턱도 깎고 싶고 그랬어요.

왜 안 했어요? 아빠가 반대하셨어요. 지금은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곳은 어디예요? 얼굴형요. 엄마 닮았으면…. 아빠가 들음 서운하겠다. 그래도 엄마 닮았으면 약간 동그랗을 텐데. 그래서 그때 지방도 넣고 싶었는데, 아빠가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덴? 입술. 아, 전에는 머릿결이라 그랬는데. 코도 좋고, 점도 좋고.

뭐, 다 좋다는 건가요? 내가 이렇게 생겼는데 어떡해요. 날 사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야 누가 날 사랑해주죠.

스무 살 때보다 지금이 더 자신 있어요? 자신감보단 자존감이 생겼어요. 남이 쌓아준 자존감은 남이 다 무너뜨리는 거라고. 내가 쌓은 건 남이 아무리 끌어내려도 무너지지 않는 거라고.

요즘도 아쟁 연주해요? 그럼요, 아쟁산조. 정해지지 않은 흐트러진 가락인데, 모든 연주자는 평생 그걸 연습해요.

원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연기 공부를 한 적은 있어요. 감정 표현을 배우면 아쟁 연주에 도움이 되니까. 연기가 참 재미있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아쟁을 배우던 학생이 별안간 CF계의 블루칩이 됐네요. 갑자기 대성의 뮤직 비디오를 찍게 됐어요. 그때 지금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고, 물 흐르듯 흘러왔어요.

너무 훌쩍 올라온 것 같진 않아요? 불안하죠. 항상 후회도 하고. 사실 신인치곤 적은 나이도 아니잖아요.

나이가 중요해요? 어제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운전을 하고 집에 가는데 차선을 한 번도 안 바꿔봤어요. 막혔어요. 다들 어떻게든 비집고 가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바쁜 이유야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집에만 가면 되는 거잖아.

차선을 못 바꿔서는 아니고요? 아니에요!

인스타그램에 지프 렝글러 사진을 올렸던데, 그 차예요? 아니에요. 그냥 각지고 큰 차를 좋아해서. 지금 차는 흰색 큐브예요.

건물 앞에 서 있던 거요? 앞이 막 찌그러져 있던 거? 오, 맞아요. 딱 3주 됐는데 벌써 난리 났어요. 주차하다 주인집 차도 박고.

물건에 욕심이 별로 없나 봐요? 갖고 싶은 게 별로 없어요. 친구들에게도 생일 선물로 편지를 달라고 해요. 손으로 직접 쓴 편지.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되면? 음, 집?

알고 보니 갖고 싶은 게 너무 큰 거였네요. 어떤 집을 원해요? 일단 지붕이 꼭 세모여야 해요. 그런데 오늘 헛소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인터뷰 다 다시 하고 싶어요.

블라우스 JOHN RICHMOND BY 21DEFAYE 스터드 팬츠 VERSUS BY KOON WITH A VIEW.

다시 하면 뭘 물어볼까요? 뭘 궁금해할까요?

그냥 사소한 거. 예를 들면, 달걀 완숙이 좋은지, 반숙이 좋은지. 전 완숙.

라면은 뭐가 좋은지. ‘꽃게짬뽕’ 아세요?

안 튀긴 면으로 만들었다는 거? 아, 맞아요! 그거 진짜 맛있어요. 요리 잘하세요?

딴 건 못하고 파스타 하나 정도? 와, 결혼하면 아내 분이 좋아하겠다.

결혼했어요. 진짜요? 아기도 있어요? 결혼하면 좋아요? 왜 내가 인터뷰를 하지?

그러게요. 좋다마다요. 결혼하고 싶어요? 내일이라도 당장 할 수 있어요. 남자만 있으면. 대표님 허락도 받아야 해요. 어떤 계약서 조항에는 그런 것도 있다면서요?

결혼은 왜 하고 싶어요?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생기는 거니까.

여배우에게 결혼은 쉽지 않잖아요. 무조건 하겠다 결정하는 건 너무 제멋대로인 것 같긴 해요. 더 이루고 싶은 것도 있고.

너무 하고 싶으면? 몰래 같이 살면 되죠.

디스패치가 가만히 있을까요? 상상도 못할 곳에서 살면 되죠. 아무도 못 찾을 곳. 옥탑방.

옥탑방?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튼 결혼하면 무조건 옥탑방에서 살아야 해요. 주말엔 빨래하며 이불을 밟을 거예요. 이만한 벽이 딱 앞에 있어서 프로젝터로 영화도 보고. 저는요. 남자가 집 안 해와도 될 거 같아요. 옥탑방은 그냥 같이 구하면 되니까. 홍대 쪽이 오백에 한 삼사십 해요.

술 잘 마셔요? 무슨 술 좋아해요? 막걸리 좋아해요. 얼마 전 생일날 어느 막걸리집에 갔어요. 거기서 직접 담근 막걸리를 이만한 항아리로 세 동이를 마셨어요. 다섯 명이서.

생일이 언제였어요? 2월 29일. 4년에 한 번씩 와요. 그래서 올해는 3월 1일.

늦었지만 축하해요. 몰랐으니까 선물은 없어요. 편지 써주세요. 손편지.

편지는 남자친구에게 받아야죠. 어떤 남자가 좋아요? 무뚝뚝한 남자. 답답해도 가끔 사랑해, 한마디 해주면 돼요. 그래도 너무 말수가 적은 건 싫어요.

무뚝뚝한데, 말수는 많은 남자. 수다쟁이는 싫고요.

할 말만 하는데, 감정 표현은 서툰 남자. 네, 맞아요. 그렇다고 숫기가 없는 건 싫어요.

숫기는 있지만 말이 없진 않은 무뚝뚝한 남자. 여자를 잘 아는 남자.

여자를 잘 알지만 표현은 서툰 남자. 무심해도 사실은 신경을 많이 써주는 남자.

외모는 상관없어요? 못생기든, 키가 작든. 그런 것보다, 성격이나 행동, 목소리에서 나오는 섹시함이 좋아요. 뭔지 모르겠어요?

< 지큐 스타일 >을 정독하는 남자라면 어때요? 상관없어요. 취미잖아요. 패션을 아주 사랑해도 상관없어요. 자기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옷을 아는 남자면 돼요.

누굴 닮고 싶어요? 배우 중에서. 전도연 선배님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그냥 두는 느낌을 좋아해요.

어느 영화에서의 전도연? < 밀양 >.

그런 연기, 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너무 뻔한 말인가? 그렇게 뜨겁고 거대한 뭔가를 확 표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금씩 쌓다 보면 어느 찰나에 성큼 어딘가에 올라서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네.

네, 아직 어리니까. 아니, 안 어려요!

어려 보이니까. 노래 잘해요? 잘해요. 그런데 다들 인정을 안 해줘요. 진짜 이해가 안 가.

너무 좋아서 외우는 가사 있어요? 코스모스 사운드의 ‘낮잠’이라는 노래. 아주 오래전, 내가 꿨…. 으흠. 잠깐 저기 좀 보고 계시면 안 돼요? 내가 꿨었던 꿈이라면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되는 일이었는데, 다음에 뭐지? 으흐흐. 이런 노래가 있어요.

아무튼, 그 가사가 좋다는 거죠? 뭐지, 그 다음에? 아, 금방 모든 게 사라져버리지 않길 빌며, 내게 말해줘 모든 건 꿈이 아니었다고. 나는 조, 용히 노랠 불렀어, 너는 날 안았고, 모두 꿈이라고 하기엔 별빛이 참 선명해! 너무 좋죠? 꼭 다시 들어보세요. 우울해질 수도 있으니까 각오하시고.

노래를 불러야 가사가 생각나나 봐요? 아무튼 잘 들었어요. 굳이 제가 괜히 노래를 부른 거네요?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뇨, 연기가 직업일 뿐인 사람. 연기가 일인 사람.

배고프죠? 뭐가 제일 먹고 싶어요? 짜장면요. 아, 살치살도 먹고 싶다.

그 둘을 같이 먹을 순 없을 텐데? 일단 짜장면부터 먹을래요. 살치살은, 어떻게 구워야 맛있냐면요….

베이스볼 재킷 SACAI LUCK.

나폴레옹 재킷 JULIEN DAVID BY KOON WITH A VIEW.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목나정
    Stylist
    Ji Seok Park
    Groomer
    Eun Hye Lee
    Assistant
    Young Rong Park, Myeong Su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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