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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의 정수, 쿠퍼백

2016.02.25박나나

옛날식 쿠퍼와 요즘식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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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쿠퍼백은 19세기에 말안장을 넣는 여행용 가방을 만들던 영국 요크셔의 가죽 장인 이름에서 시작됐다. 크고 단단하며 고급스러울 것.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쿠퍼백은 이 조건을 모두 갖춘, 랄프 로렌 컬렉션의 가장 상징적인 가방이다. 입구를 활짝 열면 안쪽 공간이 흡사 요람만 해서 신생아를 눕혀도 칭얼거림 없이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고, 위풍당당한 겉모습은 어떤 인색한 구두쇠라도 탐낼 만하다. 사진 속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쿠퍼백은 알고 보면 완전히 다르다. 앞쪽의 빈티지 바체타 쿠퍼 50은 외형과 쓰임새 모두가 옛날식이다. 가공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소가죽인 바체타를 사용해 골든 리트리버의 금빛이 나고, 훈련이 잘된 도베르만을 닮아 어디에 놓아도 당당하고 단단하다. 탈부착 어깨끈도 같은 바체타 소재고, 안감은 통가죽의 뒷면인 스웨이드다. 대신 옛날식을 고집하다 보니 사용법이 조금 번거롭다. 서스펜더처럼 생긴 양쪽의 벨트를 풀고 버클식 잠금장치를 여는 과정을 거쳐야 가방을 완전히 열 수 있다.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휴대전화나 지갑을 넣는 주머니는 생각도 안 했다. 빈티지 바체타에 비하면 뒷쪽의 지퍼 쿠퍼 50은 요즘식이다. 부드럽게 가공한 송아지 가죽을 사용하고 어깨끈이 면이라 훨씬 가볍다. 블루종처럼 11자로 완전히 열리는 지퍼를 달아 화끈하고 시원하게 가방을 열 수도 있다. 비록 손바닥 하나 겨우 들어가지만 양옆의 지퍼 주머니는 휴대전화와 지갑 그리고 비행기에서 슬쩍한 땅콩 몇 봉지를 숨기기에 충분하다. 빈티지 바체타에 비해 클래식함과 고급스러움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여도 어디에 놓든 절대 빠지지 않는 외모다. 빈티지 바체타 쿠퍼 50은 7백53만원, 지퍼 쿠퍼 50은 4백35만원.

    에디터
    박나나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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