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구조주의자, 크레이그 그린

2016.03.18GQ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디자이너)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출중했던 크레이그 그린은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하고 2013년 가을겨울 런던 컬렉션에서 첫 쇼를 발표했다. 그리고 첫 컬렉션임에도 불구하고 J.W. 앤더슨, 시블링과 함께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 데일리 메일 >의 1면을 장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프레스들로부터 유연한 형태, 구조적이고 동양적인 양감을 시적이고 낭만적으로 표현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공들여 만든 작업복 스타일의 충분히 입기 쉬운 옷을 만들어 많은 바이어들의 지지도 얻고 있다.

2016 SS Craig Green

첫 컬렉션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원래 난 순수 미술을 공부했기 때문에 패션쇼를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첫 컬렉션이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순수 미술을 하다가 어떻게 디자이너가 됐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공부하면서 패션이 가진 즉각적인 속성 그리고 특유의 강한 에너지에 끌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크레이그 그린을 추종하는 많은 사람이 생겼다. 그걸 체감하고 있나?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중동,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크레이그 그린 옷이 팔리고 있다. 초현실적인 체험을 하는 것처럼 흥분했다가도 모든 걸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없으면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저런 요구가 많은데, 다음 시즌에는 어쩜 크레이그 그린의 여자 옷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살고 있는 곳? 평생 런던에서 살고 있다.

2016 SS Craig Green

영국 디자이너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디자이너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경쟁 상대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긴밀한 사이를 유지하나? 그건 런던이라는 도시가 주는 힘인 거 같다. 영국 패션협회의 여러 패널의 역할도 크지만, 디자이너들끼리 강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느낌이다. 우린 하나의 팀이라는 강한 자부심이 있다. 그게 쌓여서 결국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된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첫 컬렉션을 시작할 땐 친구들과 부모님까지 총동원해 쇼를 완성했다. 지금은 규모는 작아도 내 팀원이 있다. 컬렉션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팀원들과 내 성격이 맞춰지는 걸 느낀다. 그렇게 한 팀이 되어간다는 게 묘하게 기분 좋다.

2016 SS Craig Green

얼마 전 톰 포드와 버버리는 4~6개월을 앞서 쇼를 보여주는 현재 컬렉션 형식을 과감하게 바꾼다고 발표했다. 남녀 쇼를 합쳐 일 년에 두 번. 그리고 쇼가 끝나자마자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점까지 조절한다고 말했다. 이 뉴스를 당신도 봤겠지? 물론이다. 이 일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패션이 가진 스피드와 에너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빠르게, 때론 급박하게 변하는 걸 느낀다. 난 현재의 컬렉션 방식에 만족한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패션위크 체계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닌 것처럼 점진적으로 또 다른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당신에게 영향을 준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꼼 데 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와 월터 반 베이렌동크. 사업 규모가 제각기 다른 브랜드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 레이 카와쿠보를 좋아해서일까.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은 동양적이라는 평이 많다. 난 기본적으로 연대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건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의 큰 흐름이자 주제다. 끈의 반복되는 세부는 연결이나 보호를 의미한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공동체적인 삶이나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다. 뭔가 손으로 만지는 걸 좋아해서 공예가가 되려고 했었다.

2016 SS Craig Green

컬렉션을 준비할 때, 뭘 제일 먼저 하는가? 하나의 주제를 정한다. 그 다음 먼저 시각적인 풍성함을 고려한다. 전체적인 양감이 결정되면 같은 맥락에서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굉장히 이론적이고 학구적인 얘기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 독창성.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의식을 많이 하게 된다. 그걸 잘 조절하는 게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당신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가? SNS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그걸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도구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은 전통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편하게 올릴 수 있어서 좋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괜찮은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올 여름휴가로 떠나고 싶은 곳은? 아시아. 내 옷이 자꾸 동양적이라고들 하는데, 아시아에 실제로 가보진 못했다. 다른 대륙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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