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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열쇠

2016.08.31오충환

왼쪽부터 | 메탈 키 트릭 34만원, 검정색 사피아노 가죽 아젠다 58만원, 짙은 갈색 가죽 열쇠고리 27만원, 눈 모양 메탈 키 트릭 34만원, 빨간색 사피아노 가죽으로 장식한 메탈 키 트릭 31만원, 모두 프라다.

요일마다 정해둔 물건이 있다. 시무룩해지는 수요일에는 구호를 외치듯 자동차 키를 단 열쇠고리를 찬다. 회사까지 걸어 다니니 장식일 뿐이지만, 강철 기계를 지배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을 몸에 부착하면 유능한 엔지니어라도 된 것 같다. 어떤 물건이든 달면 그 자체로 목적이 분명해진다. 자동차 키는 방향이 분명해지고, 가죽 노트는 그게 뭐든 중요한 걸 적어야 하는 남자가 된다. 장착했다는 말이 좋다. 무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짐승 같은 반사신경을 동반한 기계적인 접근 방식 같아서.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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