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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을 만든 이들과의 인터뷰 “‘듄: 파트2’는 ‘듄’에서 겪은 실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2024.04.06전희란

감독 드니 빌뇌브,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와의 러닝 타임 24분 17초.

GQ <듄: 파트2> 개봉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감독은 영화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를 두고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아름다운 표현을 쓴 적이 있지요. 그 아이는 지금 어디쯤 있는 것 같나요?
DV 엄마의 배에서 나올까 말까 하고 있어요.
GQ 출산 임박이군요!
DV 감독으로서 제 과업의 마지막 단계는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일이에요. 제가 만든 영화가 마치 기괴한 프랑켄슈타인처럼 꿀렁거리면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라 해도 어쨌든 살아 움직이게 된 거고, 제 손을 벗어난 거니까요. 바로 지금이 그 마지막 단계인 셈이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 영화가 스스로 갈길을 가도록 해줘야 하는 거랄까요.
GQ 배우로서는 어떤가요?
SS 뱃속의 아이가 된 입장에서 어떻냐고요?(웃음)
DV 지난 시간들을 좀 떠올려봐요.(역시 웃음)
SS 드니의 ‘자궁 속에 있는 아이’라는 비유는 꽤 훌륭한 것 같아요. 무슨 의미인지도 알겠고요. 영화관 뒤쪽 좌석에 앉아서 우리가 만든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보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돼요. 느낌으로 알 수 있거든요. 이건 정말 끝내주는 경험인데요, 관객들을 느낄 수 있어요. 정적이 느껴지는지, 그렇지 않은지···. 관객들이 영화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다는 걸 감각으로 느낀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GQ 오늘을 3월 20일, 그러니까 <지큐> 4월호의 발간일로 가정해볼게요. 그때쯤이면 이미 많은 ‘듄친자’가 <듄: 파트2>를 보았겠지요? 3월 20일에 머무는 그들에게 질문을 건네보시겠어요?
DV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없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제가 느낀 감정과 같은 성질을 느꼈는지 묻고 싶네요. 감동, 받으셨습니까?
GQ “Yes!” 저는 미리 영화를 봤으니까요. <듄: 파트2>를 보고 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여행의 한 장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에게 이 영화는 어떤 여정이었나요?
DV 관객으로서 말씀드릴까요, 감독으로서 말씀 드릴까요? (잠시 고뇌) 아무래도 감독으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관객 입장에선 좀 어려워요. 이 영화를 족히 1천 번은 본 터라, 영화와 거리를 둘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듣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요. 감독으로서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겸손해졌어요. 이제껏 만든 영화 중에서 가장 도전적이었거든요. <듄>을 찍으면서도 많은 걸 배웠지만, <듄: 파트2>는 마치 영화 학교를 다시 다니는 것 같은 경험이었달까요.

<듄: 파트 2>의 드니 빌뇌브 감독.

GQ 드니가 학생이라면 교수가 아주 곤란하겠는데요? 관객과 감독으로서 바라보는 영화가 다르다면, 이 영화가 관객에게는 어떤 여행이 되었으면 하나요?
DV 음···, 관객들이 이 ‘러브 스토리’를 좋아해줬으면 해요. 폴과 챠니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에 감동했으면 하면 바람이 있고요. 러브 스토리는 영화의 구조에서 핵심이에요. 정치, 종교, 카리스마, 정치와 종교를 결합하는 것의 위험, 환경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영화가 다루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도 러브 스토리는 핵심이죠. 이 모든 게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이루는DNA 안에 녹아들어 있어요. 이 러브 스토리는 비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와 그 의미에 감동받는다면 좋겠어요.
SS 일단 저는 완전히 감동받았답니다. 아하하.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젠데이아의 눈빛은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모습이고요.
DV 그렇게 생각해주니 참 고맙군요.
SS 멋진 이야기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어요.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주제들로 채워진 이야기니까요. 러브 스토리가 맞지만, 러브 스토리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DV <소년, 소녀를 만나다> 식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죠.
SS 남자가 여자를 얻게 될까? 둘이 사랑을 나눌까, 나누지 않을까? 그런 식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저도 옛날에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에서 그런 연기를 한 적이 있긴 한데···.
DV 그 영화 덕분에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거고요.(웃음) 에디터에게 이 영화가 여행처럼 느껴진 이유도 궁금하네요.
GQ 2년 전쯤 스위스 마테호른에 갔을 때, 많은 사람이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통해 그 대자연을 보는 풍경이 기이하게 느껴졌어요. 작은 화면을 통과하여 점점 놓치는 감각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촘촘하게 깨워지는 것 같았거든요.
DV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지닌 힘에 관해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극장 환경에서 감상하도록 고안하고, 설계하고, 제작한 결과니까요. 영화의 사운드를 거의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고, 영화의 이미지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도록 했어요.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면 작품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고,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죠. 이건 영화를 만들 때나 볼 때나 같은 거예요. 모바일 기기로 보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때는 그런 연결과 전이를 느낄 수 없잖아요. 영화적인 경험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에디터님이 느낀 바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GQ 저는 성공한 여행보다는 실패한 여행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감독님 역시 “영화를 찍을 때마다 실패를 경험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죠.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한 가장 위대한 실패에 대해 듣고 싶어요.
DV <듄: 파트2>에서의 실패를 말하려니 마치 일생일대의 사랑과 헤어지고 나서 곧장 그 관계를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GQ 시련을 드려 죄송합니다.
DV 그래도 <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 이 영화를 만들 땐 최대한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다 찍고 난 직후에 깨달았죠. ‘듄친자’라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고 편하게 볼 수 있겠지만, 원작 소설 <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를테면 제 어머니 같은 사람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지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면 감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거든요. 이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설명하기 위해 프롤로그를 덧붙여야만 했어요. 그래서 <듄>의 도입부를 아주 열심히 작업했죠. 제가 쓴 각본이 영 엉망이라서 말이죠.(웃음) 그리고 이것만은 꼭 말해두고 싶어요. <듄: 파트2>는 <듄>에서 겪은 실패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SS 저는 <듄> 각본에 설명이 많지 않아서 좋았어요. <듄: 파트2>도 마찬가지였고요.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도 알고 있지만, 설명이 너무 많은 영화는 그다지.
DV 설명을 계속하는 영화는 전혀 영화적이지 않죠. 그래서 <듄: 파트2>를 서둘러서 만들고 싶었어요. <듄>이 몸풀기였다면, 본 게임은 <듄: 파트2>였으니까요. 재미있는 부분만 남아 있었달까요. <듄: 파트2>에서 더 영화적인 재미를 누릴 수 있었어요.

GQ 2019년, 빌 스카스가드는 <지큐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미숙했다는 자책이 들 때 아버지가 해준 말을 떠올립니다. 제일 망한 경험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다.”
SS 중요한 건 실패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자신이 한낱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실패라는 녀석을 용서해주는 것도 필요해요. 그러지 않으면 좌절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죠. 사실 저는 카메라를 정말 두려워해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 생각이 없는 돌덩이처럼 변하기도 해요. 하지만 촬영할 때마다 이 두려움을 넘어서 현장을 즐기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껴요. 한번은 카메라 앞에서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어요.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이었죠.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죽어서 없어지고 싶은 느낌이랄까? 저는 그런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제는 알아요. 그리고 그런 경험은 실패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타고난 결함 같은 거죠.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는 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DV 저는 감독으로서 촬영장에 있을 때, 정답을 곧장 알 수 없더라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법을 익히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스스로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고요. 연기 지도를 하거나 할 때 저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느껴지는 기쁨 같은 게 있어요.
GQ 그런 것마저 기쁨이라니, 감독님이 늘 ‘웃상’인 비결이 있었군요.
DV (은은한 미소) 실수하는 게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실수를 저질렀다고 패닉하지는 않을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가는 거죠. 영화 만들 때 저지르는 실수를 전부 모으면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질 정도예요. 그러니까 영화 한 편이 나올 때마다 기적이 일어나는 셈이에요. 결국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건, 기적이에요.
GQ 감독과 배우가 모두 “어쨌든 실패란 존재한다”고 합의할 때, 어떤 믿음과 힘이 생기는 것 같나요?
DV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다 그런 셈이죠.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고, 그렇다면 모든 게 불가능한 일이 돼요. 창조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품는 일이에요. 그런 용기가 없다면, 기회조차 잡을 수 없죠.

GQ 영화는 철저한 계획의 매체지만, 우연이 빚는 기적 또한 분명 존재할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특히 여러 자연을 로케이션으로 삼았잖아요. 인상적인 우연과 기적이 있었나요?
DV “Something Crazy Happened.” (침묵)
GQ “Go Ahead.”
DV 영화 도입부에 개기일식 장면이 나오는데,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그림자가 점점 짙어져요. 프레멘 종족이 이를 이용해서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들이 길을 잃게 하고 정찰대를 기습하는 장면이죠. 스포일러이긴 한데, 이 정도는 괜찮겠죠?(웃음) 이 장면을 찍을 때 놀랍게도 실제로 개기일식이 일어났어요. 사막에서 일주일 넘게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개기일식이 일어나서 촬영을 멈추고 카메라를 모두 태양 쪽으로 돌려 개기일식을 찍었어요. 영화 속에 실제로 일어난 개기일식의 장면이 들어갔죠. 마치 영화의 신이 우리와 함께 한 것처럼! 운이 아주 좋았어요. 사막에서는 바람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워요. 언제 비가 내릴지도 알 수 없고요. 비가 내리면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요?
GQ 스텔란, 삶에서 달성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무엇을 달성하고 싶나요?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알렉산더에게 한 질문입니다.
SS 글쎄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삶, 인생 그 자체예요. 제 아이가 여덟명인데, 그 아이들을 모두 사랑해요.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가진 것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GQ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큰 부분에는 ‘음식’ 또한 존재하죠? 한국 일정 중에 먹어야 할 리스트를 적어왔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SS 산낙지를 먹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매콤한 오징어 요리도요.
DV 산낙지는 먹기 아주 힘들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저는 비빔밥 중독자입니다.
SS 산낙지는 움직이기는 해도 이미 죽은 상태예요.(꽤나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GQ 산낙지와 비빔밥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듄친자’들이 열광하지 않을까요?
두 분 다 SNS를 하지 않지만, 이참에 시작해보면 어떨지.
DV, SS (고개를 저으며) Oh, S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