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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일본을 거쳐 빛의 공간과 우주까지 여행한 루이 비통 2024 하이 워치 컬렉션

2024.04.03박나나

시간 여행자의 초대.

가스통-루이 비통의 여정,
‘에스칼 캐비닛 오브 원더스’

다마스크 상감 기법, 파요네 에나멜 기법, 샹플레브 에나멜 기법 등 최상의 기술을 구현하는 현대 장인들은 루이 비통의 전문적인 보호를 받는다.
40밀리미터 로즈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스트랩을 가진 ‘드래곤즈 클라우드’. 일본 칼자루 가죽 장식을 닮은 가죽 스트랩.
40밀리미터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그린 스트랩을 가진 ‘스네이크즈 정글’.
40밀리미터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블루 스트랩을 가진 ‘코이즈 가든’.

예술가, 역사학자, 사진가 그리고 여행가. 1970년까지 루이 비통을 이끈 가스통-루이 비통의 수식어는 많지만, 그는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찾은 물건을 수집하고 전시했던 미학자이자 감정가였다. 그래서 그의 트렁크엔 크고 작은 수집품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이야기, 설렘,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2024 루이 비통 ‘에스칼 캐비닛 오브 원더스 컬렉션’은 여기서 시작한다. 평온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코이즈 가든’은 잉어가 유영하는 연못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이트 골드로 된 잉어의 비늘, 지느러미, 수염은 조각과 산화를 통해 비늘에 윤기를 더하고 푸른 광택체를 입혀 마치 실제처럼 정교하다. 석영, 크리스털, 다이아몬드는 연못 안 반짝이는 조약돌을 연상시킨다. 새롭게 만든 GLV 로고는 골드와 오닉스 소재.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은 ‘스네이크즈 정글’은 367개의 나무와 지푸라기, 양가죽으로 만든 종이를 쪽매붙임이 라는 기술로 조립한 다이얼을 사용했다. 뱀의 화이트 골드 몸체와 알파벳 V와 모노그램 플라워로 장식한 비늘은 샹플레브 에나멜 작업을 거쳐 입체감을 더했고, 골드와 연옥 소재 GLV 로고로 신비감을 얹었다. ‘드래곤즈 클라우드’는 로즈와 옐로 골드 소재로 화려함에 집중했다. 유광과 무광을 동시에 사용한 황금 용과 구름, 파요네 에나멜 기법을 통한 용의 몸통과 비늘, 카보숑 컷 루비로 정점을 찍은 용의 눈은 다마스크 상감 기법으로 질감을 더한 다이얼 위에서 형형하게 빛난다. 홍옥수 소재 로고는 이 시계의 하이라이트.

기술과 예술의 경계,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옹 플리크아주르’

지름 41밀리미터, 두께 11.68밀리미터의 화이트 골드케이스를 가진 ‘보야제 플라잉 투르비옹 플리크아주르’. 9시 방향에 제네바 인증이 각인되어 있다.
무브먼트를 이루는 가장 작은 톱니바퀴까지도 수작업으로 마무리했다.
극도로 섬세한 플리크아주르 기법으로 완성한 다이얼은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게 한다.

제네바 인증은 시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의 제조와 마감이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는, 기술력이 보장됨을 알리는 표식이다. ‘보야제 플라잉 투르 비옹 플리크아주르’는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시계로, 루이 비통의 시계 공방인 라 파브리크 뒤 텅에서 개발한 스켈레톤 무브먼트 칼리버 LV104와 플라잉 투르비옹 무브먼트로 이 인증을 획득했다. 168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칼리버는 8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구현하며 조립 시간만도 120시간이 걸린다. 아주 정교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무브먼트는 12시 방향 블루 다이얼과 6시 방향의 대문자 V로 디자인한 조속기의 케이스를 통해 드러난다. 여기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떠올리게 하는 플리크아주르 기법은 이 시계가 기술뿐 아니라 예술성까지 갖췄음을 방증한다. 정해진 틀에 맞춰 촘촘히 에나멜을 더하는 작업은 가장 도전적이고 난해한 기법이다. 창문의 한 칸을 완성하기 위해선 미세한 붓으로 다이얼 뒷면에 닿지 않게 에나멜링 해야 하는데, 빠르고 가벼운 손길로 공기주머니 없이 균일하게 퍼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5~6번의 반투명 에나멜링과 열 작업을 거치려면 다이얼 한 개당 약 100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은 투명한 다이얼은 시곗바늘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신비로운 효과를 준다. 또한 다채로운 블루 컬러로 빛의 그러데이션과 반짝임도 얻는다. 라 파브리크 뒤 텅의 기술과 라 파브리크 데 아트의 예술이 만나면 이처럼 명민한 아름다움이 생긴다.

파리에서 서울까지,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프랭크 게리’

지름 43.8밀리미터, 두께 11.27밀리미터 사파이어 케이스의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프랭크 게리’. 중앙에 프랭크 게리의 시그니처인 바람이 불어 부풀어 오른 듯한 유리 닻이 자리한다.
사파이어 케이스 뒷면에 프랭크 게리의 서명을 넣었다.
로즈 골드 플레이트 위에 로듐으로 도금 처리한 부품을 얹어 대비되는 톤의 칼리버를 완성했다.

프랭크 게리는 지금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루이 비통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건축을 설계한 데 이어, 협업한 핸드백 컬렉션이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 전시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루이 비통 하이 워치 메이킹 타임피스와 다시 만났다. ‘땅부르 문 플라잉 투르비옹 사파이어 프랭크 게리’는 그와 루이 비통이 오랜 기간 동안 의견을 나누며 완성한 시계로,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과 많이 닮아 있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의 건물 위로 유리 조각들이 유영하는 듯한 지붕, 루이 비통 파리 미술관의 유리 배를 떠올리며 바람에 날리는 듯한 모양과 깊이를 시계에 담으려 했다. 평소 바다, 물고기, 배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는 그에게 시계라는 오브제는 축소된 또 다른 세계였다. 신중히 선택한 소재는 사파이어. 투명하고 단단하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작업하기 까다로운 소재다. 사파이어 위로 그가 그린 디자인을 음각하기 위해 장인들은 의료 도구와 다이아몬드 가루 등의 낯선 장비를 이용했고, 다이얼 제작에만 250시간이 소요됐다. 이렇게 완성된 사파이어는 곡선의 절묘한 배치로 프랭크 게리가 원하는 질감과 빛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낮에는 빛의 반사와 투영으로, 어둠 속에서는 하이세람 루미넥스 시곗바늘의 발광으로 이 시계는 늘 빛과 닿아 있다. 투명한 케이스 사이로 모노그램 플라워를 담은 투르비옹 캐리지를 볼 수 있는 건 또 다른 기쁨. 프랭크 게리의 유려한 세계를 담은 시계는 5개 한정 제작한다.

하우스의 스토리텔러,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사쿠라 & 우주 비행사’

지름 38밀리미터, 두께 12.21밀리미터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우주 비행사’. 케이스와 러그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파란색 자개와 사금석으로 만든 은하수 하늘 다이얼 위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별과 행성을 얹었다.
지름 38밀리미터, 두께 12.21밀리미터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땅부르 슬림 비비엔 점핑 아워 사쿠라’. LV 180 무브먼트를 장착해 42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라 파브리크 뒤 텅 시계 공방 장인들이 직접 그린 미니어처 벚꽃과 나뭇가지. 그 아래쪽에 스위스에서 만들었다는 뜻의 “Fab. En Suisse”를 각인했다.

루이 비통의 마스코트 비비엔은 2017년 탄생했다. 모노그램 플라워에서 영감 받은 실루엣으로 단번에 하우스의 아이콘이 됐으며, 주얼리, 워치, 남녀 컬렉션 등에서 두루 활약했다. 특히 2020년 ‘비주 시크릿 땅부르 쿼츠’를 시작으로, 2021년엔 12개의 ‘땅부르 스핀 타임’, 그다음 해엔 ‘땅부르 슬림 점핑 아워 포춘텔러, 딜러, 저글러’ 등의 모습까지, 유난히 시계 다이얼 위에 자주 등장했다. 올해 비비엔은 일본과 우주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하다. 만개한 벚꽃에 반한 비비엔은 기모노를 입고 양산과 부채를 든 활기찬 모습으로 나타났다. 플라워 형태의 헤어는 다이아몬드로 채우고, 핑크빛 자개 위 은은한 모노그램 플라워는 모래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진주를 닦는 홀로모노그램 기술을 통해 완성됐다. 그 위에 루이 비통 공방의 장인들은 벚꽃과 나뭇가지를 그렸다. 2시와 8시 방향 2개의 구멍을 통해 꽃과 시간을 번갈아가며 시를 표시하고, 벚꽃이 달린 투명한 핸즈로 분을 표시한다. 다음으로 우주여행까지 섭렵한 비비엔은 깊고 반짝이는 우주의 하늘을 유영하며 그 위에 별처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얹었다. 미니어처 일러스트로 표현한 로켓과 행성, 모노그램 플라워를 더해 비비엔이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듯한 입체감과 신비로움을 준다. 우주 비행사의 시간 역시 2시와 8시 방향의 구멍으로 행성과 시간을 점프하며 시를 보여주고, 옐로 골드로 만든 혜성이 달린 투명 핸즈로 분을 알린다. 이쯤되니 비비엔의 다음 목적지가 궁금해진다.

장인과 로봇의 공존,
‘라 파브리크 뒤 텅’

라 파브리크 뒤 텅 입구.
캄파나 형제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가구와 루이 비통 액세서리로 이루어진 개인 고객 살롱.
최고의 실력을 갖춘 장인들이 완성하는 루이 비통 하이 워치 컬렉션.

2002년 첫 땅부르 워치를 발표하며 기계식 워치 메이커의 출발을 알렸던 루이 비통은 2014년 제네바에 지금의 공방을 열었다. 타 시계 브랜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최첨단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2016년엔 제네바 인증을 획득했고, 2021년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를 석권했으며, 다이버 워치상까지 수상한다. 디자인과 기술력 모두를 만족하는 시계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시계 산업에서 이슈를 만든 루이 비통 워치 아틀리에인 ‘라 파브리크 뒤 텅’은 현대적이고 정갈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가구와 핸드 페인팅 액자와 서적 등 취향 좋은 아티스트의 공간 같다. 밸런스 휠 내 헤어 스프링을 떠올리게 하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수많은 부품이 정확히 움직이는 루이 비통 시계처럼 각 파트별 작업실이 촘촘하게 나뉘어 있고, 이곳의 워치 메이커들은 전체 시계 조립 공정을 하나하나 책임지고 있다. 소금 한 알 보다 작은 나사와 머리카락 한 올보다 얇은 붓을 능란하게 다루는 마스터들에 의해 하이엔드 워치 메이킹 기술이 담긴 시계가 탄생한다. 최근에는 무브먼트와 케이스 제작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루이 비통 워치의 시간에 대한 투자를 더 자세히 경험할 수 있다. 축적된 노하우와 수작업 제작 방식을 통해 ‘라 파브리크 뒤 텅’은 의미 있는 20년을 보냈다. 루이 비통의 여행이 시간의 영역까지 확장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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