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패션 트렌드의 최전선 ‘구찌의 2019 봄여름 컬렉션’

2019.02.02GQ

한 편의 연극보다 드라마틱했던 구찌의 2019 봄여름 컬렉션.

황푸강에 반사되어 일렁이는 요란한 불빛과 뒤죽박죽 솟아오른 건물들이 혼재한 도시 상하이. 복잡 미묘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세계관과 닮은 이곳에서 구찌의 2019 봄여름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아시아 프레스들을 위한 이번 행사는 지난 파리 컬렉션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구찌의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자유 연극 중 하나인 ‘모순 극장’ Theatre of Contradiction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영감의 시작은 이탈리아 실험극 분야의 거장 레오 드 베라르디니스와 펠라 페라갈로. 이들의 단편영화가 쇼의 서막을 열 만큼 ‘극장’은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1970년대 사회의 규제를 벗어나 화려한 디스코와 불빛 아래 자유를 만끽했던 은밀한 도피처 테아트르 르 팔라스 Théâtre Le Palace. 당시 실험적인 형태의 공연과 음악, 예술의 집결지였던 이곳과 구찌의 봄여름 컬렉션은 맞춘 듯 잘 어울렸다.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들어서자, 르 팔라스 내부를 연상시키는 붉은 커튼과 새빨간 벨벳 병풍들이 한눈에 들어왔다.(병풍은 실제 구찌 데코 라인 제품.) 목조 바닥엔 빈티지한 카펫을 깔아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화려하게 치장한 마네킹들이 컬렉션의 피날레 장면처럼 도열해 있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백, 슈즈, 주얼리, 아이웨어를 비롯해 하이주얼리와 워치를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되었다. 세심한 인테리어와 공간 구성이 어우러지자 룩의 면면이 더 명확하게 보였다. 이번 시즌, 미켈레는 디스코와 스트리트웨어 그리고 테일러링을 조명했다. 1970년대 연극 무대 의상처럼 반짝이는 디스코풍 룩은 화려한 장식을 더했고, 과장된 어깨 라인, 잎사귀 모양 깃털과 프린지 장식, 크리스털이 주렁주렁 달린 초커, 돌리 파튼을 그려 넣은 데님 재킷과 재니스 조플린이 썼을 법한 모자도 있었다. 여기에 스트리트웨어와 테일러링의 조합도 두드러졌다. 단정한 재킷에 조거 팬츠를 섞거나 1970년대 스타일 팬츠에 하이톱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식. 특히 미켈레는 재킷의 부활을 선언하며 소재부터 재단, 세부에 온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구찌식 섹슈얼리티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팬츠 위에 레이어드해 입는 브리프는 단단한 가죽부터 크리스털을 촘촘히 새긴 버전까지 과감한 형태였고, 가슴을 배꼽까지 깊게 판 보디 수트, 허벅지를 다 드러낸 짧은 쇼츠도 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컬렉션 전반적으로는 키치한 아이템들이 돋보였다. 미키 마우스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미키 백, 딸기 프린트로 도배한 드레스와 팬츠, 앙증맞은 체리와 돼지 모티브 액세서리까지. 온갖 화려한 아이템을 지나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구찌 DIY 니트웨어 존이다. 풀오버와 카디건, 집업 등 니트웨어에 원하는 컬러와 이니셜을 새겨 넣을 수 있는데 ‘ABCDEFGucci’ 로고를 라벨에 적용한 데서 미켈레의 세심한 성격이 보였다. 그는 이번에도 뛰어난 연출력과 대범한 상상력,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링을 총 동원해 한 편의 극을 완성했다. 구찌가 만든 쇼는 어떤 연극보다 드라마틱했다. 1초도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진부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에디터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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