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망가지고 싶어요

2010.02.02손기은

이준혁은 <수상한 삼형제>에서 아주 ‘신나게’ 연기한다. 반듯한 역할인데, 오히려 이준혁은 좀 풀어지고 싶다고 했다.

바르고 깐깐해 보인다. 잘 모르겠다.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신경 안 쓰니까. 그런데 내가 그런 이미지였나?

〈수상한 삼형제〉때문이다. 아주 신나서 연기하는 것 같다. 재밌다. 평소 못해본 대사를 이렇게 많이 친 적은 처음이다. 어영에게 하는 “너무 소중한 인연이고, 고맙고….” 하는 대사 말이다. 요즘 정말 원 없이 하고 있다.

공감하는 건가? 백프로 공감하는 거 같진 않다. 그렇게 사는 게, 사실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사람들이 공감을 느끼고 싶은 인물이라고 해야 되나?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 드라마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상만 정상적인 캐릭터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더 정상인 것 같다.

정상? 보통 사람들은 짜증도 낼 수 있고, 부모랑 싸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나. 대다수가 이상처럼 착하게만 살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이 제일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인물이라는 것이지, 실질적인 캐릭터는 아닌 거 같다.

막장 드라마라는 소리도 들린다. 글쎄,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거 같다. 명품 드라마라고 불리는 작품도 해봤고, 막장 드라마라는 것도 해봤는데, 시청자들마다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이나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 우리 할머니도 우리 드라마를 재밌게 보시는데, 옛날에 내가 했던 〈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드라마는 안 좋아한다. 아무런 환상을 느낄 수도 없으실 거다. 사람마다 드라마에서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하나를 딱 무시해 버리는 건 아닌 거 같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를 두 편 했다. 혹시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배우로 남을까 두렵진 않나? 그런 계보가 좀 있는 편이다. 그런 걱정은 이미 〈조강지처클럽〉의 ‘선수’ 일 때 했는데, 바로 〈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작품을 하니까 내가 ‘선수’ 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다른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다. 별로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현장에선 거의 막내 아닌가? 스텝들까지 쳐서도 . 당신이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다. 맞다.이제 스물 일곱이다.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원래 굉장히 내성적이었는데 많이 나아진 거다. 드라마를 할 때마다 성격이 많이 바뀐다.

〈스타의 연인〉에서 ‘민장수’ 일 땐 정말 까불었다. 진짜 재밌게 찍었다. 내가 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대사를 틀려도 되는 작품이었다. 대사도 마음껏 해보고, 그래서 편안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준기’ 는 짧았지만, 당신이 썩 잘 보였다. 대본이 갖고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사세〉에서는 정말 기억 남는 것들이 많다. 얼마 안 찍었지만 대사도 아직도 기억난다. 사람들이 나쁜 남자라고 기억을 많이 하는데 난 아직도 준기 편이다. 준기 걔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생일날, 수술을 집도했는데 환자가 죽고, 마음 아픈데 여자친구는 생일 파티 해준다고 하다가 또 일하러 가고…. 난 준기의 대사들이 다 마음이 아팠다.

본인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멀었다. 요즘 제일 좋은 건 부족한 점이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정확히 내가 뭘 해야 되는지 알 것 같다. 〈시티홀〉 때부터 조금씩 그랬는데, 〈수삼〉을 하면서 확고해졌다.

뭐가 부족한가? 어떤 역할을 준비할 시간을 1년 준다면 모두가 다 잘할 수 있다. 대사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멋있는 역할이면 배우 자체가 진짜 멋있어야 되고, 멋이 체화 되야 하는데 난 아직 그 점을 덜 갖고 있는 것 같다.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좀 더 완벽히 보여주는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시티홀〉의 승원이 형은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멋이 깃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역할을 할 때 그게 다 보이는 거 같다. 일단 나한테 가장 맞는 역할을 하면 당연히 잘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딱 맞는 듯한 역할은 온 거 같지 않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캐릭터라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한 방을 고대하나? 그렇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내용이고 확 이해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그 정도까지의 욕심은 없고, 지금은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리고 DVD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의 목표는 내 작품을 DVD로 사는 거다. 지금까진 〈그사세〉밖에 살 수가 없었다. 다른 건 DVD가 다 안 나왔다.

스타가 되고 싶나? 당연히. 배우는 다 스타인 것 같다. 노력하는 배우, 몸 좋은 배우, 잘 생긴배우, 이렇게 어느 하나만 잘해도 다 스타다. 스타가 되는 빠른 길이 외모로 인기를 얻는 거니까, 스타를 그저 잘 생기고 인기 많은 배우로 오해하는 것 같은데, 사실 유해진씨도 스타지 않나?

요즘은 기회와 이슈가 중요하다. 〈씨티홀> 끝나고 영화 〈용서는 없다〉에 캐스팅 됐다는 기사를 봤는데 개봉 때 막상 당신이 없었다. 〈시티홀〉하고 〈청담보살〉하고 〈용서는 없다〉 세 작품을 동시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다른 작품 스케줄 상 〈용서는 없다〉는 도저히 시간이 안됐다. 고사까지 다 지내고 리딩까지 했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영화로는 첫 작품이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배울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

광고학과 출신이다.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다. 현실을 모른채….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뭐든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아무튼 회사원은 안 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광고홍보학과 들어가보니, 광고 쪽 일이 굉장히 회사원의 일이었다. 모든 일에 열린 사고를 갖는 사람들이 많은 건 좋았지만.

연기를 하게 된 건, 외모 때문이었나? 외모엔 자신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고, 자신감이 너무 넘치던 때도 있긴 했다. 그런데 그냥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그냥 좋아해서 연기에 관심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잠깐 연극부도 했었다. 호러 영화광인 이모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세븐〉, 〈새〉, 〈사이코〉를 많이 봤다.

그러다 오디션도 보고 학원도 다니고? 처음엔 아카데미 오디션을 봤다. 영화 〈실미도〉 대사를 외워서 했다. 거기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뭔 말도 안 되는 그런데서 연기를 시작했다.

왜 말이 안되나? 연기 학원 다니는 게 어때서? 그런 데서 배우는 건 안 좋은 것 같다. 다니는학생들도 다 겉멋만 들어있다는 생각? 특히 연기가 왜 재밌는지도 모르고 그냥 다니는 게 정말 아닌 것 같았다. 학원에선 연기에 재미를 못 붙이다가 기획사에 들어가면서 연기 선생님을 만났고,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연기가 재밌다는 건 뭘까? 다들 자기 이야기 할 때는 하나도 안 지루해한다. 지금 당신도 내 이야기를 녹음하고 있는데, 만약 내 얘기가 재미있으면 나중에 기사를 쓸 때 다 기억날 거다. 무서운 이야기 한 번 들으면 다 기억하지 않나? 그런 거다. 재밌게 이야기에 몰입하면 연기가 좋다. 항상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잘 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맛은 한 두 번 느껴본 것 같다. 오전에도 극중 어영과 이상이 오랜만에 만나 키스하는 신을 촬영했는데 감정에 몰입이 잘 되서 대사들이 쏙쏙 들어오고 그랬다.

카메라 울렁증 단계는 벗어났나? 이제야 카메라 앞에서 여유가 조금 생겼다. 어쨌든 연기할땐 자기 관심분야가 되게 중요한 거 같다. 폭 넓게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옛날엔 〈개그콘서트〉를 안 봤었다. 보면서도 안 웃었다. 근데 요즘 좀 자주 봤는데 웃기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공감대가 생긴 거다. 이렇게 평소 다양한 분야의 공감대를 많이 만들어 놔야 대본에 어떤 게 딱 나와도 내가 즐길 거리가 많아질 거 아닌가? 사실 지금 같은 경우는 어떤 부분의 대사들은 못 즐기는 것들이 더 많다.

경험이 필요한 걸까? 좀 야생적인 거?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나를 좀 확 깨야 할 거 같다. 좀 풀어져서 돌아다니고도 싶다. 여행도 가고 싶다. 아! 또 남들 좀 웃겨보고 싶다. 진짜로 유머 센스가 있어봤으면 좋겠다.

쇼핑 같은 건? 쇼핑을 잘 안한다. 그런 것도 많이 하고 싶다. 항상 드라마 끝나면 옷 좀 맘껏사야지 생각은 하는데, 시간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 한번 나갔는데 죽는 줄 알았다. 중간에 말도 못하고 계속 난 TV보는 줄 알았다.

그럼 요즘 최대 고민도 역시 ‘거친 경험’ 인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시간을 좀 잘 조절해서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다른 재능이나 끼를 더 키우고 싶다.

출연한 DVD도 많이 모아야 하지 않나? 맞다. 그것도 해야 한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종민
    스탭
    스타일리스트 / 오선희, 헤어&메이크업/염선형
    기타
    의상 협찬 / 가죽 재킷은 프렌치 커텍션, 티셔츠와 바지는 버버리 프로섬, 부츠는 김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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