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시간을 달리는 남자

2010.11.29GQ

크로노스위스 창립자 게르트 랑의 시계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시계도 시간도 그냥 즐기는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크로노스위스의 창립자는 머리를 돌돌 만 18세기 남자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다.
예상보다 크로노스위스의 역사가 짧다는 얘기겠지? 하지만 괜찮다. 사람들은 설립 연도만보고 그걸 역사로 믿지만 어떤 브랜드는 중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크로노스위스를 만든 건 27년 전이지만, 그 전부가 우리의 ‘스토리’다.

왜 시계를 만드나?
어렸을 때부터 공부엔 재능이 없었다. 그걸 안 아버지가 친한 시계 공방에 날 데려갔다. 그때부터 시계를 고치기 시작했는데 그게 참 재미있었다. 시계가 내 장난감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차지 않는다. 시간은 휴대 전화로도 확인할 수 있고, 어디든 시계가 걸려 있다. 시계는 그걸 찬 사람을 표현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독창적인 기능과 형태를 원한다. 그걸 충족시켜주는게 내 일이다.

처음 만든 시계는 어땠나?
시계 마스터 스쿨 숙제로 만든, 별 기능이 없는 오토매틱 시계였다. 그 후 내가 만든 크로노스위스의 이름을 단 첫 시계는 크로노그래프와 문페이즈 기능의 시계였으니까, 점점 나아진 셈이다.

크로노스위스의 가장 큰 혁신은뭔가?
혁신이 ‘기술’인 건 아니다. 내 경우엔 ‘디자인’이다. 누가 봐도 크로노스위스임을 알아채는 양파 모양 용두가 우리의 가장 큰 혁신이었다.

시계가 뭐기에, 다들 그렇게 사고싶어 할까?
장난감.

장난감치곤 너무 비싸다.
어렸을 때 열망하던 장난감은 모형 자동차였는데, 그 중에서도 재규어에 집착했다. 모든 남자는 항상 더 비싼 장난감을 원한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파텍 필립 광고엔 부자가 함께 나온다. 기계식 시계는 몇대가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이다.

시계 다음으로 좋아하는 건 뭔가?
빈티지 자동차. 다음은 그릇. 직접 손으로 만든 건 뭐든 좋다. 사랑과 노력이 보이니까.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대부분 차를 좋아하는 것 같다.
차를 좋아하는 건 엔진 때문이다. 엔진을 한번 보면 이건 이렇게 만들었고, 저건 저렇게 작동한다는 걸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게 엔진은 시계의 무브먼트다. 무브먼트엔 엔진보다 많은 감성이 들어간다. 내가 자동차를 살때처럼 내 시계를 사는 사람에게도 그 감성을 전해주고 싶다.

크로노스위스 시계 중 단 한개를 산다면 뭘 추천하겠나?
레귤레이터. 젊은 수집가에게도, 진주 목걸이를 한 아내에게도 잘 어울리는 시계다. 평생 하나만 차야 한다면 이걸 고르라고 할 거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인가?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약속에 따라 다르다. 지금 차고 있는시계는 시간이 안 맞는다. 아, 그러고 보니 독일 시간이다. 시계가 정확한지는 중요하지않다. 그 시간을 가진다는 게 중요하다.

시간을 가진다고?
시간을 즐기고 소유하는 것.시간을 가지면 날 위해서 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