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짝쿵짝, 북적북적한 홍대 앞 복판에 우아하고 경이로운 식당이 문을 열었다.
홍대 앞, 그중에서도 가장 시끄럽고 정신없는 놀이터 골목에 ‘르 파사주’라는 조용한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 입술을 동그랗게 말면서 발음하면, 우아한 프랑스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름. ‘르 파사주’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최동녘 대표가 세심하게 매만진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신경 좀 썼죠. 20~30년대 아르데코 양식이에요. 오래된 파리의 브라세리 같은 곳입니다. 브라세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려고 윤이 나는 무늬목, 반사가 많은 크롬 재질을 써서 들어서면 반짝이는 느낌이 들 거예요.” 브라세리는 비스트로보다 더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카페 같고 술집 같은 레스토랑이다. ‘클래식’한 이 식당에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자니 뉴욕의 제일 잘나가는 식당에 있는 기분과, 프랑스 시골의 가장 맛있는 식당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예쁜 식당이니까 음식쯤은 평이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될 즈음, 어디서도 맛본 적 없는 프렌치 요리가 나왔다. 라타투이 소스를 곁들인 튀긴 닭고기와 버섯 필라프는 프렌치 요리라는 이질감도 없이 집밥처럼 입 안으로 쑥쑥 들어왔다. 트뤼플 오일 파스타의 차진 맛에 빠졌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최 대표가 독일에서 가지고 온 우아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맛있기까지 한 이 식당이라면 혼자 와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라타투이 소스의 요리는 1만6천원, 등심 스테이크는 2만8천원. 02-336-0228.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한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