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영국 신발, 프랑스 남자

2013.02.14GQ

신발 가게 유니페어에서 에드워드 그린의 자비에르 칸닷을 만났다. 세일즈 메니저이기 전에, 열두 살부터 구두를 신은 신발 중독자였다.

처음부터 구두를 좋아했나?
열두 살 때 처음 처치스 구두를 샀다. 그 뒤부터 돈을 모으고 모아 한 켤레씩 사는 재미에 빠지게 됐다.

요즘은, 랑방 운동화와 에드워드 그린 구두가 동등하게 각광받는 시대다.
지금 시장엔 에드워드 그린 같은 정통 영국식 구두와 알든 같은 미국식 구두도 있고, 이걸 사는 사람들이 마틴 마르지엘라 운동화도 산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그 역할이란 게 뭘까?
우리는 거의 마지막 남은 독립 구두 회사고 여전히 굉장히 ‘영국스러운’ 브랜드다. 그걸 제대로 유지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그 전통이 명백히 드러난 모델은 뭔가?
도버. 이 신발의 정교한 바늘땀을 만드는 데 한 켤레당 3시간씩 걸리는데, 이 작업만 최소 3년 이상 연습한 장인만 실제 공정에 투입된다. 모든 신발을 최고급 소재, 절대적인 기준을 통해 만든다. 예를 들면 나무 라스트를 끼운 가죽이 완벽한 모양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2주로 보고 반드시 지킨다. 플라스틱 라스트를 쓰거나 도중에 빼버리는 브랜드도 많다.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에드워드 그린을 신었겠지?
영국 왕실에서 가장 많이 주문했고, 최근엔 윌 스미스가 웨스트우드 모델을 맞췄다. 애플의 임원들이나 HBO의 사장, 그 밖에도 유명한 고객이 많다. 하지만 돈이 많아 그냥 살 수 있는 사람 말고, 에드워드 그린을 잘 이해하고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 큰맘 먹고 살 때 진짜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껏 온갖 주문을 다 받아봤을 터다. 그중에서 가장 멋진 건 뭐였나?
영국의 한 테일러 숍에서 주문한 모델이다. 남색과 회색을 섞어 쓴 포커크 모델이었다. 처음엔 색깔 조합이 파격적이라 이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영국식 전통에 새로운 색깔을 더한 기막힌 성공작이었다.

반대로 정말 이상했던 건?
없다. 우리의 방향과 너무 엇나간 주문은 협의하고 조율하는 것도 내 일이다.

지금 당신의 신발을 주문한다면?
역시 포커크 모델에 구름색 가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미 신발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갖고 있나? 260켤레 정도.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 아내는 언제나 불평하지만.

에디터도 항상 같은 불평을 듣는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신발을 같이 사주는 걸로 무마하곤 한다.
나도 세르지오 로시나 크리스찬 루부탱을 선물해야 겠는데?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