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부수고 깨는 망치 같은 역할을 해왔지만, 크리스 헴스워스가 생각하는 남자다움은 어떤 고정관념에도 기대지 않는다.
할리우드는 주연 배우를 나쁜 남자 캐릭터로 만드는 걸 좋아한다. 당연히 남자다운 연기를 하는 것과 실제로 남자다운 것은 별개다. 조니 뎁이 마피아 역을 맡아 기관단총을 휘둘렀지만, 과연 그는 자동차 점프스타트를 할 수 있을까? 크리스 헴스워스는 <러시: 더 라이벌>에서 술을 퍼마시고 모델과 섹스를 하는 ‘포뮬러 원’ 레이서를 연기했다. 2015년에도 그는 <블랙코드>에서 세계 정상급 해커를,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머릿결이 끝내주는 망치의 신을 연기하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현실의 헴스워스는 어떨까?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일까? 하루동안 인터뷰를 하며 지켜본 바, 영화 속보다 훨씬 더 거칠다. 크리스 헴스워스는 다른 두 형제(형 루크, 동생 리암. 둘 다 배우다)와 투닥거리며 자랐고, 그의 아버지는 한때 모터바이크 레이스를 했고 버팔로들을 다뤘다. 그는 서핑과 복싱을 하고 무에타이도 할 줄 안다. 게다가 그는 배우 폴 호간과 무수한 맹수들의 고향인 호주 출신이다. 호주식 축구에 비하면 다른 나라 축구는 남자 여럿이 대중목욕탕에 들어가 앉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졌다. 헴스워스는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자기가 연기하는 캐릭터보다 현실에서 더욱 힘이 넘치고 더욱 남자다운 사람인 걸까? 그래서 ‘크리스 헴스워스, 당신은 대체 얼마나 남자다운 겁니까?’ 질문지를 준비했다. 헴스워스는 이런 질문들과 체력 검증을 받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 시작해보자.
01 그가 생각하는 가장 남자다운 취미는 무엇일까? 헴스워스는 야외와 야생에 어울리는 남자다. 평소라면 그는 인터뷰를 핑계로 서핑을 하러 갔겠지만 이번 주 말리부 해안은 파도 없이 잠잠했다. 대신 그는 다른 제안을 했다. “마운틴 바이크는 어때요?”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사실 엄청나게 겁이 났다. 토르와 함께 마운틴 바이크를 탄다는 건 좋은 기삿거리인데, “…그리고 크리스 헴스워스는 박살 난 내 종아리 뼈를 맞춰주었다”라고 끝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래도 바이크를 포기할 수 없었고, 우리는 오전 8시 반에 헴스워스의 친구 ‘맷 데이먼’의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퍼시픽 팰리세이드에 있는, 나무와 돌로 지은 멋진 집. 헴스워스는 문 앞에서 내가 자기 친구인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그가 6개월 동안 체육관에서 열심히 몸을 키우고, 촬영이 끝나면 보통 인간 사이즈로 줄어드는, 그저 마블 코믹스가 만들어낸 환상 속의 남자들 중 하나이길 바랐다. 하지만 188센티미터의 헴스워스를 만나고 나는 그가 토르 역을 맡게 된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스니커즈, 반바지, 흰 V넥 차림이었지만…. 헴스워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거실을 지나 곧장 주방으로 갔다. 맷 데이먼은 자기 주방의 카운터톱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오늘 그가 바이크를 빌려주기로 했다. 열세 살이나 차이 나지만, 헴스워스와 데이먼은 절친이다. 매년 가족들을 데리고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갈 정도다. “맷이 행동하는 걸 지켜보며 많은 걸 배웠어요. 맷은 영화배우가 직업인 그저 평범한 남자거든요.” 데이먼이 우리를 차고로 데리고 가서 장비를 챙겨줬다. 브레이크를 체크하고, 타이어를 쥐어보고, 헬멧이 튼튼한지 확인했다. “내가 추천한 바이크 루트 봤죠? 엄청 위험한 루트는 아니에요. 그래도 산에서 조심해요. 몇 달 전에 거기서 쇄골이 부러졌거든요.” 안심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맷 데이먼. 02 그의 몸에 있는 가장 근사한 흉터는 뭘까? 그는 서핑, 더트 바이크, 형제들과 싸움을 하며 생긴 흉터 몇 개를 보여줬다. “다 별거 아니에요.” 그러다 왼손바닥을 보여준다. “여기 작은 흉터 보여요?” 그는 씩 웃으며 묻는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 노던 테리토리에 살 때 생긴 거예요.” 헴스워스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멜버른에서 보냈다. 어머니는 교사였고 아버지는 아동보호서비스 일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방목장 목초지에서 버팔로를 내쫓는 일도 했다. 그 일로 가 족들을 전부 데리고 노던 테리토리로 간 적이 몇 번 있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 가려면 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대여섯 시간 가야 하는 곳이요.” 그곳에서 어린 헴스워스는 칼을 사겠다고 결심했다. 큰 칼 말이다. 불필요하게, 어처구니없이 큰 칼. “가게 직원이 물어봤던 게 기억나요. ‘이 칼로 뭘 할 건데?’ 난 ‘낚시?’라고 대답했죠. 깊이 스노클링을 해서 들어갔어요. 난 물고기를 칼로 찔렀다고 생각했는데, 내 손을 찔렀지 뭐예요. 그때 느낌이 어땠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해요.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 사고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03 혼이 쏙 빠지게 무서웠던 적은 언제였을까? 가족을 이룬 것. 그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나왔던 스페인 여배우 엘사 파타키와 4년 전에 결혼했다. “유명세, 파티, 여자들…. 그런 건 고향에서 드라마 할 때 이미 다 해봤어요.” 헴스워스는 3년 동안 호주에서 드라마 <홈 앤드 어웨이>를 찍던 때를 이야기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인기가 엄청난 드라마다. 27년째 방영 중이고, 히스 레저와 나오미 와츠가 이 드라마로 데뷔했다. “호주에선 별짓을 다 해봤죠.” 그리고 그는 2010년에 영화 <캐쉬>를 찍으러 미국에 왔다. “여기 와서 새 출발을 한 셈이죠.” 헴스워스와 파타키는 같은 사람에게 미국 억양을 배웠다. 그가 둘을 소개시켜주었고, 9개월 후 그가 청혼했다. “우린 모든 걸 다 거꾸로 했어요. 청혼하기 전에 결혼하기로 합의했죠.” 그러니 청혼도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것은(두 돌 반이 된 딸과 돌이 채 안 된 쌍둥이를 두고 있다) 무서웠다. “요즘엔 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건 그가 좋은 아버지라는 첫 번째 신호다. 자신이 좋은 아버지인가 아닌가 걱정한다는 것 말이다. 04 그가 아기 기저귀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난 제법 잘해요, 진짜로요.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가끔 물로 씻어줘야 할 때도 있어요.” 05 어느 날 캥거루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헴스워스는 자신이 시골에서 살았고, 서핑을 하고, 아버지가 버팔로 사냥을 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 배경이 <크로커다일 던디>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더 마초 같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답은 “당연히 캥거루가 이기죠. 캥거루는 얼굴을 걷어차요.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요. 걔들은 꼬리를 깔고 앉아서 두 발로 걷어차요. 야생에서 캥거루끼리 싸울 땐 그렇게 해요.” 06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한 가장 황당한 일은? 그는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다. <토르> 시리즈 촬영장에서 안소니 홉킨스에게 배운 건 “집에 가서도 그 캐릭터인 것처럼 살지 마라. 메이크업 트레일러에서조차도 그러지 마라”다. 하지만 혹독한 육체적 준비는 해야 했다. 최근에 론 하워드 감독의 포경 영화 <인 더 하트 오브 더 씨>를 찍으며 수척한 조난자를 연기하기 위해 하루에 500칼로리만 섭취한 게 그 예다. 그래도 그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한 가장 황당한 일은 마이클 만 감독의 사무실에 앉아서 타자 치는 법을 배운 것이다. 그것도 10주 동안이나. 만 감독의 사이버 범죄 스릴러 <블랙코드>를 찍기 위해서였다. 헴스워스는 FBI가 사이버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는 걸 돕기 위해 감옥에서 풀려난 사상 최고의 해커를 연기했다. 만은 헴스워스에게 코딩을 가르쳐줄 UCLA 출신 해킹 전문가를 섭외했다. 그러나 헴스워스는 수렵채집형 사나이라서 그 전문가는 일단 타자 치는 법부터 가르쳐야 했다.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데요.” 그는 학교를 싫어했다. “하지만 만이 시키는 일이니, 안 할 수는 없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