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지올팍, 카더가든, 신우석, 수민, 신소율의 스포츠 연애담

2024.04.26하예진

에스, 피, 오, 알, 티. 우린 이걸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신소율, 우승까지 29년을 기다린 엘지 트윈스 팬

저지, 엘지 트윈스 × 위글위글은 모두 신소율의 것. 스커트, 초포바 로위나. 이어링 , 콜드프레임. 네크리스, 골든구스. 브레이슬릿, 니로 세렌디피티.

연애사 야구가 몇 명이서 하는 운동인지도 모르던 초등학생 때,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팀을 물었어요. 지고 싶지 않은 허세에 당시 1등 팀인 엘지를 좋아한다고 한 걸 시작으로 늘 제일 좋아하는 야구팀은 엘지였어요. 본격적으로 좋아한 건 20대 초반에 야구장에 놀러 갔다가 심장을 뛰게 하는 현장의 함성에 반한 뒤로.
오늘 가져온 소장품 유니폼 컬렉션. 브랜드 스폰서나 팀 로고 디자인이 바뀔 때 하나씩 소장하다 보니 이만큼 쌓였어요. 늘 그때그때 응원하는 선수를 마킹했는데 요즘은 응원하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는 상황이 빈번해서 마킹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마블 협업 제품도 가져왔는데, 평소 굿즈를 수집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블과 트윈스가 협업한 제품은 좋아하는 두 가지가 합쳐지니 인내하지 못했습니다.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야구장에 걸어서 다니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사도 해봤어요. 처음엔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그다음엔 야구장까지 3킬로미터 이내 직진만 하면 되는 곳까지.
스포츠와 연애는 닮았을까? 두근두근 설레고 치열하고 위로를 주고, 가끔은 상처받고 짜증 나서 ‘다신 안 봐’라고 마음먹었다가도 보고 싶다, 나는 결국 너야. 뭐야 이게….
연애 근황 작년 우승 이후 엘지에 대한 짝사랑이 이루어진 기분이에요. 마음을 돌려받는 기분이랄까. 근데 사랑은 이루어져도 유지가 중요하잖아요. “잘하자?”
이 맛에 사랑하지 요즘 엘지 팬들의 안색이 환해지고 어깨가 산만큼 커졌습니다.
이건 빼고 작년 엘지의 우승 이후 이제 드디어 저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진 품위 있는 팬이 될 줄 알았어요. 근데 올해도 여전히 떨고, 일희일비를 시작할랑말랑 합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29년 만에 우승했던 지난해,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암 판정을 받았어요. 집에서 늘 함께 야구를 보면서 옆에서 열심히 공을 따라 눈을 굴리기도 하고, 엘지 응원 도구를 목에 감아줘도 얌전히 있던 녀석이었죠. 엘지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투병 중인 고양이를 안고 울었습니다. “넌 엘지의 우승을 본 대단한 고양이야!”
패배한 다음 날의 나 초반엔 승패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야구장의 분위기가 좋아 무한 애정을 쏟았으나, 마음이 더해갈수록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가 심해지고 집착하게 됐어요. 경기가 잘 안 풀린 다음 날 등산과 요가를 하는 등, 선수들이 할 법한 마음 수련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래도 야구 안 좋아할 거라고? 천천히 좋아하는 팀을 정해보세요. 연고지의 팀, 제일 잘하는 팀, 유니폼이 마음에 드는 팀, 멋진 선수가 있는 팀이 될 수도 있겠지요. 혹여나, 유니폼 디자인이 미묘하게 바뀌어 탐탁지 않아지고, 잘하던 팀 성적이 부진해지고, 좋아하던 선수가 휑 이적을 할 수도 있으나 그땐 이미 늦었습니다. 야구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긴 힘들거든요. 그래도 열정을 쏟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분명 어떤 에너지가 생기는 일일 거예요.
나의 야구 그깟 (어메이징하고 판타스틱한) 공놀이.

지올팍, 게임 그래픽의 눈뽕 맛을 알아버린 오버워치 팬

티셔츠, 초포바 로위나. 팬츠, 하우스네버다이. 슈즈, 캠퍼. 모자, 써네이. 이어링, 콜드프레임. 네크리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연애사 3년 좀 넘었어요. 원래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게임할 시간이 있냐고 잔소리하는 사람이었고요. 어느 날 텅 빈 작업실에 옵치가 켜져 있길래 해봤더니 하루가 지나 있는 거예요. ‘못하는데 왜 맨날 게임해?’라는 시선을 깨보려다, 콘셉트에 잡아먹혀 중독됐어요.
오늘 가져온 소장품 솔저 피규어. 옵치 튜토리얼 기본 캐릭터라 누구나의 시작캐죠. 솔저 기본 캐로 2년을 플레이했는데 제일 오래한 캐릭터라서 애착이 있어요.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위도우 메이커의 1인자였던 파인에게 게임을 배우러 갔어요. 게임을 할 줄 알았는데 에임 교정부터 시키더라고요? 모니터에 점이 뜨면 찍어 동체 시력을 올리는 훈련만 1시간 했어요.
스포츠와 연애는 닮았나? 오히려 담배 같은 느낌이에요. 스트레스 받을 때 멍하니 머리 비우는 일상의 도피 같은 거죠. 제 삶에서 생각할 게 너무 많을 때 뭔가 툭툭 끊어주는 기분이에요.
연애 근황 매일 아침을 함께 시작합니다. 심지어 오늘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고 왔어요.
이 맛에 좋아하지 최근 제주도 시골에서 2주 동안 있다가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옵치를 켰는데 눈뽕이 장난 아닌 거예요. 이 게임이 이렇게 예뻤나 싶었어요.
이건 빼고 최근 고고학자 콘셉트의 벤처 캐릭터가 나와서 체험해봤는데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근데 디자인이 진짜, 하루 이틀 만에 완성하신 건지 성의 없고 엉망이에요. 혼자 그림체도 뜨고 이빨도 왔다 갔다 하고 이상하게 그래픽이 안 나가는데 하필 얘랑 잘 맞아.
마음속 명장면 옵치 황금기인 에이펙스시절에, 옵치계에서 페이커급으로 신격화돼 있는 류제홍이랑 학살이 뜨는 영상을 봤어요. 아나의 신급과 겐지의 신급이 만난 거죠. 학살의 겐지가 궁을 쓰면서 다가오는데 그걸 류제홍이 재우는 장면이 진짜 멋지거든요. 저도 직관 현장에 있었다면 잊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최애는 캐서디가 제일 낭만 캐릭터예요. 오버워치가 해체되고 재창립되었을 때도 캐서디는 안 돌아가요. 대신 정의로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옵치엔 너가 필요해 이러고 다니는 낭만캐예요. 그래도 나는 솔저.
최애를 만난 첫마디는? 요즘 비중이 없으시네요.
최애가 자서전 제목을 지어달라고 한다면 <도라도의 한 소녀>. 덕후들만 알 수 있는 말인데. 솔저 컴백 장면에서, 도라도라는 마을의 한 소녀가 갱단에게 당하고 있는 와중에 솔저가 등장해서 그 소녀를 구해줍니다. “영웅이 돌아왔어” 하며 옵치 시리즈가 시작되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풀 3D 애니메이션 영화 투자 좀…. 언젠가는 오버워치 세계관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옵치가 AI 시대에 걸맞은 그런 세계관 속에 정치도 있고 액션도 있고 캐릭터별 사연도 탄탄해서 영화로 만들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래도 오버워치 안 좋아할 거라고? 롤도 스토리가 되게 방대하고 더 크다고 들었는데, 롤은 판타지에 가깝고 옵치는 SF에 가까워요.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옵치 세계관도 잘 맞을 거예요. 롤보다 나은 점을 하나 대라고 하면 스토리를 영화처럼 만든 3D 애니메이션인 시네마틱 영상. 꼭 보셔야 해요.
나의 오버워치 눈뽕.

신우석, 아스널이랑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사이가 된 구너

트레이닝 키트는 신우석의 것. 셔츠, 준태킴.

연애사 해외 축구 중계가 없던 시절, 스포츠 뉴스 막바지 하이라이트를 통해 짧막하게 보았던 ‘벵거볼’에 매료됐습니다. 그것은 이제껏 본 적 없던 축구였습니다.
오늘 가져온 소장품 무패우승을 했던 03-04 시즌의 트레이닝 키트. 하지만 아스널은 그 시즌 이후로 20년 동안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애는 아스널의 전설적인 감독 아르센 벵거.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최애를 만난다면 첫마디 “당신은 틀리지 않았다”라고 해주고 싶어요. 한 다큐멘터리에서 벵거가 과거를 돌아보며 “하이버리는 내 영혼이었고 에미레이츠는 내 상처였다”라고 술회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최애가 자서전 제목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면 <내가 옳았다, 너네 다 죽어라>.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작년에 스페인에서 뉴진스 MV를 연출하면서 주인공 이름을 지어야 했어요. <Cool With You>는 아스널의 전 감독인 ‘아르센’, <ETA>는 현 감독인 ‘미켈’의 이름을 가져왔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스페인에 ETA라는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가 존재하고 그 수장의 이름이 ‘미켈’이라는 거예요. 유럽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어요. 아스널은 제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 도움이 될 때는? <Ditto>라는 뮤직비디오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이돌에 무지한 제가 그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아스널의 팬이라는 경험이 기반이 된 것 같아요.
팀에 대한 마음과 선수에 대한 마음 스포츠라는 게 웃긴 게 한번 그 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처참하게 추락해도 그 지지를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욕을 하고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는 내 팀이에요. 근데 응원하는 선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발견하면 돌아서기 마련이죠. 예를 들면 반 페르시, 세스크 파브레가스.
스포츠와 연애는 닮았을까? 다르죠. 연애는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헤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스포츠팀은 한번 응원하기 시작하면 평생 가기 마련입니다. 연인보다는 가족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멍청하고 한심한 짓을 20년 동안 반복하는 실패자라 해도 가족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마음속의 명장면 자신의 커리어를 팔아 쌓아 올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Wenger Out’ 챈트를 듣고 서 있던 아르센 벵거. 정말 비극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별명이 조울증 구너, 훌리건인데 그것도 스포츠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20년 동안 고통받다 보면, 애정과 같은 크기의 분노가 생깁니다.
행복했던 순간 없어요.
사랑하길 잘했다 없음.
이래도 아스널 안 좋아할 거라고? 솔직히 추천할 만한 팀이 아니에요. 한번 팀을 결정하면 평생 가는데 굳이 가시밭길을 추천하는 사이코패스는 아닙니다.
To. 아스널 아스널! 난 단 한 번도 너흴 의심한 적 없다.
나의 아스널 북런던 조기축구회.

카더가든, NBA 직관 전패 달성한 루카 돈치치 팬

NBA 저지는 모두 카더가든의 것.

연애사 본격적으로 빠진 건 6년 전. 한국에서 제일 큰 NBA 커뮤니티에 양질의 분석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도 당신들이 보는 시야로 농구를 보고 싶다며 다짜고짜 이메일을 보냈죠. 이후 1년에 한두 번씩은 만나 함께 농구 보고, 단톡방에서 시선을 공유해요.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코트 사이드석에 앉아봤어요. 기왕 갈 거면 애매한 자리 말고 제일 비싼 자리에서 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7백만원 정도 하는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고 그 돈은 안 아까워요.
이겼나요 졌어요. 저는 직관 전패입니다. 댈러스 경기는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스포츠와 연애는 닮았을까? 한 방에 크러쉬 되는 게 있죠. 이유 없이 꽂혀서 확 좋아하게 되는 것.
연애 근황 올 초 스포티비 NBA 올스타전 중계에 참여했어요. 그때도 단톡방 분들이 역대 덩크 콘테스트 에피소드를 정리해주셨죠. 제가 준비한 출전 선수 데이터에 더해 킥으로 써먹었는데, 칭찬도 받았습니다.
최애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 눈에 띄게 움직이지 않고 딱 할 거 하는 실용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처음에 루카 돈치치가 딱 그랬어요. 생긴 것도 약간 못하게 생겼는데, 돈돼지라 불리는 2미터 거구의 포인트 가드가 어슬렁어슬렁 제 할 일을 다 해내죠.
이 맛에 사랑하지 돈치치가 등장하면서 포인트 가드의 기존 틀이 깨졌어요. 작고 빠른 패스 위주의 플레이에서 이제는 포인트 가드의 역할이 커졌죠. 사람들은 스테픈 커리가 농구를 바꿨다고 평가하는데, 실제로 농구를 바꾸고 있는 건 돈치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건 빼고 심판한테 너무 많이 따져요. 별스럽지 않은 일에 얼굴이 시뻘개져서 열내면 ‘아, 왜 저래’ 싶어요.
최애를 만난다면 첫마디 “나는 너 드래프트 때부터 될 줄 알았어.” 당시 열아홉 살인 스페인에서 온 돈치치에게 다들 의구심이 있었지만, 저는 분명 잘할 거라고 믿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최애가 자서전을 제목을 지어달라고 한다면 <루카 매직>. 원래 스포츠 스타들은 자서전 제목 뻔하게 짓거든요. 옷 입는 거부터 운동화까지 매사에 센스가 없는 친구예요. 뻔한 포즈와 심플한 제목으로 할 것 같아요.
사랑해서 슬플 때 돈치치가 소년 가장처럼 홀로 헤쳐나가는 게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런 돈돼지를 따라나가는 여정이 제게는 NBA를 볼 때 가장 큰 스토리라인이기도 하죠. 그래서 승패보다는 돈치치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를 영입 안 하는 게 열 받아요. 화면에 마크 큐반 구단주 아저씨 얼굴 나오면 가끔 스트레스가….
마음속의 명장면 코로나 버블 코트 시즌에 마이애미라는 완전 언더독 팀이랑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그 유명한 LA 레이커스가 결승에서 붙었어요. 마이애미는 지미 버틀러라는 선수 하나만 잘하고 나머지 4명은 후보 선수급도 안 되는 실력으로 올라갔는데, 많이 밀어붙였어요. 3라운드 3차전쯤에 지미가 할 때까지 하다가 체력이 고갈되어 벤치에 고개 숙이고 있는 장면이 있거든요. 농구는 한두 명이 이렇게 하드 캐리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스포츠에서는 찾기 힘든 매력이죠.
나의 NBA 도파민의 끝. 배신과 우정의 경계.

수민, 입문 1년 만에 금메달까지 따버린 공기소총 팬

돌체 앤 가바나. 이어링, 콜드프레임.

연애사 평소 요리 외에는 딱히 취미가 없었어요. 1년 전, 멀티가 안 되는 성격을 매력으로 승화시킬 스포츠를 찾아보다가 사격에 관심이 생겼어요. ‘와, 경험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서울 소재 사격장에 바로 전화했고, 통화를 끝내자 마자 바로 달려갔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오늘 가져온 소장품 사격용 눈가리개. 사격은 의외로 안경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 기분에 따라 다른 안경에 골라 꽂는 재미가 있어요. 오늘은 선글라스와 매칭해봤는데 패션템으로도 손색없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팬으로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 국가가 허락한 무기고에 개인 총기를 보관 중이라는 점, 그 자체가 아닐까요. 시합 외에는 반출 불가라, 평소엔 주로 경찰서나 사격장에 3만원 정도 보관료 내고 맡겨요.
사랑하는 스포츠가 있다는 건 집중하고 싶은 애인이 생긴 느낌이에요.
스포츠와 연애는 닮았을까? 다른 점도 있긴 해요. 사격이 찰나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고려해 정확하게 쏴야 하는 느낌이라면, 연애는 때로는 우발적으로 행동해보고 실수도 하면서 상호 성장하며 때때론 계획적이라는 모순된 부분이 있죠. 근데 연인 사이에도 상대를 배려하고 믿음을 주고받는 마음이 서로 유사해지잖아요. 사격도 하는 만큼 돌아와요.
연애 근황 저는 선수가 된 지 정말 얼마 안 된 아기 단계인데, 지난해 서울특별시장기 사격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출전 경험이 많은 팀원들과 함께 출전해서 영광이었고 감사했죠. 제가 저희 팀 스코어에 민폐를 끼치진 않을지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 첫 시합이라는 떨림과 맞물려 오묘한 떨림을 맛봤습니다.
이 맛에 사랑하지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내린 저의 결정이 담긴 격발 행위에 엄청난 희열을 느껴요.
이건 빼고 공기권총, 꽤 무겁습니다….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하는 종목이다 보니 전완근 힘을 기르기 위해 아령을 사용하는 오른팔 정지 훈련을 자주 해요. 그런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치와와마냥 오른팔을 발발 떠는 제 모습이 정말 웃기거든요. 그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악 이건 아닌 것 같다, 모든 게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사격 팬으로서 죽기 전에 내년까지 출전하게 될 시합의 공기권총 10미터 부문에서 입상해보고 싶어요.
최애는? 진종오 선수.
최애가 자서전 제목을 지어달라고 한다면 <내 결정의 순간>. 생각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스포츠거든요.
최애의 자서전 표지를 함께 촬영하게 된다면 무표정한 얼굴로 물구나무를 서고 싶습니다. 사격이 너무 정적인 스포츠라서 이 부분과 대비되는 위트라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최애를 만난 나의 첫마디 “공기총 신의 부흥을 위한 클럽 파티를 기획하겠습니다.”
이래도 안 좋아할 거라고? 인내와 끈기를 기를 수 있는 매력. 남 탓보다 내 탓에서 시작하는 인정의 힘. 그로 인해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나의 공기소총 해치지 않아요.

포토그래퍼
신기준
헤어
니오(지올팍), 안민아
메이크업
루비 (지올팍), 최민석
세트 스타일리스트
장세희
스타일리스트
안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