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모델 박성진의 브랜드, 실렌시온

2016.01.27오충환

박성진과 김바다가 만든 브랜드, 실렌시온.

모델 박성진과 디자이너 김바다가 새로운 브랜드 실렌시온을 만들었다. 브랜드 로고는 댕강 잘린 데다 이름조차 어렵지만 스타일만은 친근한 듯 세련됐다. 두 달 전 우연히 라스베이거스 출장에서 만난 박성진은 패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몇 단어로 치장한 그의 설명은 조약돌처럼 단단했다. 어떤 브랜드냐고 묻자 박성진은 준비하고 있는 옷의 어떤 지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스냅백. 모자는 이야기만으로도 교묘하게 반짝여서 당장이라도 사고 싶었다. 그는 머리에 딱 맞는 보통 스냅백이 아니라 몸체는 낮고 뒤는 여유 있는 모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머리를 조이는 끈을 길에 만들었는데, 실제로 이 모자를 쓰면 머리가 굉장히 작아서 모자의 끈을 바짝 졸라맨 모양이 되고 만다. 이 점이 새로운 스냅백의 비책. 계산된 엉성함이야말로 남자가 부릴 수 있는 멋의 절정이니까. 실렌시온은 침착하게 시작했다. 웅성거리면서 북과 징을 치는 식의 대단한 행사가 없어서 더 좋았다. 많은 이가 실렌시온의 옷을 주문했다는 걸 안다. 브랜드의 시작을 기념하며 박성진은 직접 옷을 입고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목, 사막에서 사진을 찍었다. 지난 라스베이거스 여행을 무척 좋아했으니 당연한 듯 아름다웠다. 박성진의 이런 점이 좋다. 진짜 같아서. 계산된 선택과 시장의 상황을 고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직접 경험한 것 중 좋았던 걸 공유하려 하니까. 박성진은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낸다. 그게 모델이든 패션이든 상관없다는 식. 이를테면 몽상가가 아니라 행동하는 청년이랄까.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던 옷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다 펼치기도 전에 박성진이 보였다. 마치 지독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들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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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