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넣어봤니? 누군가는 더럽게 아프고, 누군가는 더럽게 좋아하는 곳.
손가락에 끼는 콘돔이 있다. 결벽증 환자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애널 섹스 시 권장하는 도구다. 항문은 인간의 배설물이 나오는 통로이자 신경 말단이 몰려 있는 극히 예민한 곳이다. 역치의 쾌감이 자리한 곳이 인간의 가장 더러운 부위라는 것이 얄궂다. 하지만 인간은 더러운 것에 손을 대지 않는 선택 대신 장갑을 발명했다.
장갑은 자신의 손을 보호하지만 손가락 콘돔은 상대방의 항문을 보호한다. 여리고 예민한 항문 주변의 살은 보통 길이의 손톱으로도 생채기가 날 수 있다. 주로 항문을 애무하고 윤활제를 바를 때 사용한다. 항문은 질처럼 쉽게 늘어나지도 않고 액체도 없기 때문에 천천히, 그리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충분히 흥분해서 근육이 풀어지는 그때까지. 상대적으로 까다롭기는 해도 대단히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비데 유경험자는 알고 있듯이 항문의 자극은 특별하고, 그 참기 어려울 정도로 간지러운 감각과 쾌락 사이에 깨끗한 선을 그을 수는 없다.
‘더럽게 아프다’는 아픔을 강조하는 관용어지만, 애널 섹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요약하기에도 좋은 말이다. 일단 애널 섹스는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깨끗이 씻은 상태에서 한다는 건 알지만, 하여튼 거기선 매일 똥이 나오고, 똥이 안 닿을 수가 있나?’ 더럽게 길어지지 않도록 결론만 말하면 그건 성기 크기에 달렸다. < Teen Vogue US >의 기사 ‘A Guide To Anal Sex’에서는 “똥과 접촉이 좀 있을 것이다”라고 쓰는데, 부르르닷컴 블로그의 애널 섹스 가이드는 “항문의 길이 3센티미터와 직장의 길이 15센티미터를 합친 18센티미터를 간 후에야 본격적인 배설물을 만난다. 당신이 그곳에 집어넣으려는 것이 18센티미터 미만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쓴다. 실로 세상에 안 좋기만 한 건 없지 않나?
여자 A는 애널 섹스를 효과적으로 정의했다. “거꾸로 똥 싸는 느낌?” 항상 나오기만 하는 곳으로 뭔가가 들어온다는 게 불편했다. 특히 항문 입구를 통과할 땐 많이 아팠다. 많이 경험하면 나아진다는 얘길 듣고 대여섯 번 해봤지만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여자 B는 남자친구가 애널 섹스를 하자고 조르는 걸 번번이 밀어내고 있었다. “변의가 느껴질까 봐 불안해서 못하겠어.” 왜 그렇게 애널 섹스를 하고 싶은지 물어봤더니 남자친구는 ‘정복욕’이라고 답했다. 그녀의 모든 구멍을 제패하는 것? 그에겐 애널 섹스뿐만 아니라 섹스도 그런 것 아닐까? 여럿의 여자에게 물은 결과, 애널 섹스를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찾아내지 못한 것이겠지만 생물학적 근거는 있었다.
방광과 맞닿는 곳에 전립샘이 있고, 전립샘 자극이 오르가슴과 연결된다는 건 상식이다. 즉, 애널 섹스에서는 항문도 항문이지만 전립샘의 자극까지 더하면서 굉장해지는 것이다. 항문뿐만 아니라 전립샘도 갖고 있는 건 남자다. 애널 섹스의 쾌락이 남자와 남자 사이에서 극대화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적 지향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근거 아닐까?
애널 섹스를 좋아하는 남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남자 A로부터, 남자가 애널 섹스를 좋아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여자가 애널 섹스를 꺼리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만났던 여자친구들하고 전부 몇 번씩 해봤어. 기구 쓰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맨날 같은 사람이랑 자다 보면 지겨워지는 순간이 오잖아. 그때 기구도 쓰면서 새로운 자극도 받고 그러는 거지. 거기에 넣으면 정말 ‘꽉’ 조이는 게 있거든. 처음 만나는 여자처럼 느껴진달까.”
애널 섹스의 기본은 지키고 있었다. 깨끗이 씻고,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고. 그가 좀 더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술 마셨을 때만 애널 섹스를 했던 것 같네.” 어딘가 의심스러웠다. 여자에게 의사는 묻고 했는지 물었다. “아니, 물어본 적은 없어. 전부 질에 넣고 하다가 항문에 넣었거든. 항상 술 마셨을 때 했다니까. 얘기하고 보니 상당히 폭력적이었네….” 양쪽이 완전히 균형 잡혀 있으면서 쾌락적인 섹스는 희귀하다. 하지만 한쪽은 공격, 한쪽은 방어의 역할만 맡는다면 아예 일어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항문조차 하나의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 에디터
- 정우영
- 일러스트레이터
- KIMIAND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