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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맥스를 빛낸 12개의 신발

2018.02.28GQ

나이키는 1972년 창립 당시, 지금에 비하면 무척 작은 회사였다. 나이키는 코르테즈, 와플레이서, 테일윈드, 에어 포스 1 등의 성공에 힘입어 1980년대부터 급성장했다. 그 정점에는 에어 맥스가 있었다. 건축가 출신의 신발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는 프랑스 파리의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서 영감을 받아 미드솔 내부에 숨어 있던 에어를 밖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것이 에어 맥스의 시작이다. 지난 30년 동안 에어 맥스를 빛냈던 12개의 신발을 짚어봤다.

1987년부터 이어진 에어 맥스 시리즈는 에어 조던 시리즈와 더불어 지금의 나이키를 존재하게 한 심장과 같다. 그러나 두 개의 시리즈는 차이가 있다. 에어 조던 시리즈는 신발의 디자인과 마이클 조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에 에어 맥스는 나이키의 기술력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였다.

물리적인 혁신을 이뤄야 하는 운동화의 경우, 특정 기술이 정점에 있을 때 그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에어 맥스는 발매로부터 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아마 타 브랜드였다면 진작에 시리즈의 맥이 끊겼을 것이다. 나이키는 그간 에어 맥스의 ‘에어 솔’ 외에도 줌 에어, 루나론, 리액트 등 여러 쿠션을 연구 개발해왔다. 하지만 에어 맥스 시리즈의 영역을 침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에어 솔이야말로 나이키의 상징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에어 맥스 1 (1987년) 1987년 3월 26일은 에어 맥스 1의 생일인 ‘맥스 데이’다. 그리고 ‘에어 버블’이라 불리는 비저블 에어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나이키의 에어 솔 기술은 1979년 나이키 테일윈드와 1982년 에어 포스 1에 이미 쓰였지만 미드솔을 관통하는 비저블 에어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원래 나이키는 에어를 더 작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려고 했는데 팅커 햇필드의 디자인은 정반대였다. 나이키 내부에서 에어 버블은 신발을 약하고 불안정하게 보이도록 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몇몇 임원은 팅커를 나이키에서 내쫓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팅커의 에어 맥스 1은 스포츠 웨어 시장에서 나이키의 입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에어 맥스 90 (1990년) 에어 맥스 1의 성공에 힘입어 에어는 나이키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에어 맥스는 정식 시리즈로 출시되기 시작한다. 전작보다 더 커진 에어는 더 풍부한 쿠셔닝을 제공했다. 뒤에서 앞으로 약간의 경사를 이룬 디자인은 러너들을 위한 것이다.

 

에어 맥스 180 (1991년) 나이키는 에어 맥스 시리즈뿐만 아니라 농구화, 트레이닝화에도 비저블 에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에어 맥스는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다. 결국 더 큰 에어 솔을 탑재하기 위해 에어와 아웃솔 사이의 폼 쿠션을 없앴다. 바로 나이키의 새로운 기술인 180도 비저블 에어 솔이다. 기존의 에어 맥스는 위아래의 폼 쿠션 사이에 에어 솔이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180도 비저블 에어는 아래쪽 폼 쿠션을 제거해 에어의 바닥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는 형태다. 나이키의 쿠셔닝 이노베이션 디렉터인 데이빗 폴랜드는 모든 에어 맥스 모델들 중, 에어 맥스 180이 가장 만들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에어 맥스 93 (1993년) 에어 맥스가 탄생한지 6년 만에, 그 이름처럼 에어가 가득찬 모습의 에어 맥스 93이 출시됐다. 기존의 에어 맥스는 에어가 미드솔을 관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에어 맥스 93은 블로우 몰딩 기법으로 에어가 미드솔의 절반을 가득 채운 더욱 거대한 형태다. 에어 맥스 93의 등장 이후, 기존의 비저블 에어는 일반 에어 솔로 분류되고 이 거대한 에어 솔을 ‘맥스 에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에어 맥스 95 (1995년)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에어 맥스는 뒤쪽과 앞쪽 모두 에어가 삽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술력의 한계로 앞뒤의 에어 모두 폼 쿠션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에어 맥스 93의 블로우 몰딩 기법은 더 많은 시도를 가능케 했다. 이 기술로 신발의 뒤쪽에 이어 앞쪽에도 에어 버블을 넣을 수 있게 됐다. 에어 맥스 95는 시리즈 최초로 2개의 맥스 에어를 가진 모델이다. 에어 맥스 95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굉장한 인기를 누렸는데, 해외는 물론 1990년대 국내 스니커 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에어 맥스 97 (1997년) 폼 쿠션 속에 숨어 있던 에어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건 시작에 불과했다. 나이키의 최종 목표는 신발의 바닥을 폼 쿠션 없이 에어 솔만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신발의 맨 앞부터 뒤까지 이어지는 ‘전장 에어 솔’을 개발해야 했다. 에어 맥스가 탄생한 지 10년 만에 나이키는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1997년에 등장한 은색 에어 맥스 97의 인기는 당시 ‘킹’ 그 자체였다. 미드솔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맥스 에어만으로도 신기한데 은색 신발이라니. 덕분에 국내에서는 ‘은갈치’, ‘우주선’ 같은 귀여운 애칭도 붙었다. 또 ‘실버 블릿(Silver Bulle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이름은 에어 맥스 97이 일본의 고속 열차인 신칸센(Bullet Train)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air max 98 01

에어 맥스 98 (1998년) 지금까지 소개한 신발들처럼 모든 에어 맥스가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에어 워커, 에어 레이서 맥스 등의 이름을 들어본 이가 얼마나 될까? 수많은 에어 맥스가 발매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모델보다 잊힌 모델이 더 많다. 에어 맥스 98이 그렇다. 실제로 슈프림×나이키 에어 맥스 98 협업이 있기 전까지 에어 맥스 98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에어 맥스 98은 ‘어글리 슈즈’라는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인기가 없었을까?’하고 1998년을 회상해봤다. 나이키는 에어 맥스 97을 1997년 가을에, 에어 맥스 98을 1998년 봄에 출시하면서 생각보다 빠른 세대 교체를 시도했다. 그러나 에어 맥스 97의 인기가 엄청났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에어 맥스 97은 1999년에 골드 에디션까지 발매되면서 에어 맥스 98이 설 자리가 없었다. 또한 에어 맥스 98은 에어 맥스 97의 미드솔과 에어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특별한 차이가 없어 보였다.

 

에어 맥스 플러스 (1998년) 에어 맥스 98을 잊히게 만든 또 하나의 존재가 있다. 1998년 발매 이후 그 다음 해까지 큰 인기를 끈 에어 맥스 플러스다. 에어의 구조는 얼핏 보면 에어 맥스 95와 비슷하다. 그러나 에어 맥스 플러스의 에어는 안정성을 강화한 ‘튠드 에어’가 쓰였다. 뉴 밀레니엄을 앞둔 시기여서일까? 이때의 나이키 디자인은 유독 과감했다. 나쁜 의미로 난해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에어 맥스 플러스를 디자인한 션 맥도웰은 이 신발을 스케치할 때 미래나 우주가 아닌 플로리다 해변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파란색, 오렌지색 그라데이션 컬러를 가진 에어 맥스 플러스 모델은 플로리다의 하늘과 노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튠드 에어의 초기 명칭 또한 ‘스카이 에어’였다.

 

에어 맥스 360 (2006년) 에어 맥스 360은 에어를 감싸는 폼 쿠션을 최소화하려는 나이키의 의도가 돋보인다. 전장 에어 솔을 가진 에어 맥스 97의 등장 이후 9년 만에 나이키는 이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그 동안의 운동화는 폴리우레탄이나 파일론으로 만들어진 폼 쿠션에 의존했다. 이는 안정적으로 에어 솔을 감싸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폼 쿠션 자체가 탄성을 잃는 문제가 발생했다. 에어 맥스 360 또한 에어 솔의 외부를 플라스틱 케이지가 감싸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이키는 더 이상 폼 쿠션의 수명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에어 맥스 2015

에어 맥스 2009 ~ 2017 (2009 ~ 2017) 나이키는 에어 맥스 360을 통해 에어 맥스 시리즈의 오랜 염원을 풀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360 에어를 가두고 있는 플라스틱 케이지 또한 버려야 했다. 그래서 맨발의 움직임에 더 가까운 에어 솔을 개발하게 된다. 에어 맥스 2009부터 쓰이기 시작한 에어 솔은 아주 작은 변화를 거쳐 에어 맥스 2017까지 쓰인다.

 

에어 맥스 제로 (2015년) 팅커 햇필드는 2015년 3월 26일, 맥스 데이를 맞아 30년 전에 스케치로만 존재했던 에어 맥스 제로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 신발은 에어 맥스 1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가볍다. 1985년 당시 이 신발이 왜 발매까지 이어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팅커는 30년 전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했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기술력으로는, 초경량 신소재와 미드솔 바깥으로 드러나는 에어 중 하나는 버려야 했다.

 

에어 베이퍼맥스 (2017년) 거의 매년, 새로운 에어 맥스가 출시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10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에어 맥스가 탄생한다. 다만, 에어 맥스 1, 90, 95, 97 같은 초기 모델만큼 인기를 끈 신발은 없었다. 그러나 2013년에 아디다스가 내놓은 ‘부스트’ 쿠션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나이키는 새로운 에어 맥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30년도 넘은 에어 맥스 시리즈가 더 새로워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에어 베이퍼맥스가 세상에 공개됐다. 미드솔은 물론 에어를 지지하는 기둥조차 없이 발 아래에 바로 에어가 존재하는 구조다. 전장 에어 솔을 뛰어넘어, 앞쪽과 뒤쪽의 에어가 각각의 용도에 맞게 서로 다른 탄성을 가진 신발을 구현해냈다. 운동 선수를 위한 운동화를 만들어 온 나이키가 뮤지션과 아티스트를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현 시장에 대한 나이키의 답변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국내뿐 아니라 나이키 아시아 전체에 지드래곤을 모델로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에디터
    글 / 오렌지킹(스니커 커뮤니티 ‘풋셀’ 운영진)
    사진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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