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어버린 5월 한복판이지만, 빅 코트 시즌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요즘 공항 패션에는 확실히 두 가지 극단만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완전한 할리우드 판타지다. 거대한 선글라스, 캐시미어 셋업, 월세보다 비싼 리모와 캐리어 같은 것들. 다른 하나는 회색 트레이닝 팬츠에 잔뜩 낡은 에어 포스 1을 신은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톰 히들스턴이 있다. 공항 패션을 지나치게 꾸민 느낌 없이 딱 적절하게 해내는 사람 말이다. 마치 출장 가는 컨설팅 회사 직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영국 배우 톰 히들스턴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클래식한 노치 라펠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롱 울 코트를 입고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이미 코트 시즌이 끝났다. 서울은 물론 뉴욕도 점점 더워지고 있다. 하지만 공항과 비행기 안은 사실상 별개의 기후 시스템이다. 지나치게 차갑고 건조한 에어컨, 얼어붙을 듯한 기내 온도, 그리고 비행 내내 창문 가리개를 열어두는 옆자리 승객까지. 그러니 제대로 된 오버코트의 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 걸치는 순간 모든 게 더 멋져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히들스턴의 공항 룩을 훌륭하게 만드는 이유다.
무엇 하나 과하게 계산한 느낌이 없다. 인스타그램에 공항 패션이 올라가길 바라는 사람처럼 입지 않는다. 그냥 원래부터 잘 갖춰 입는 사람이 비행기를 탄 것처럼 보인다. 너무 회사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그는 블랙 셔츠 위에 코트를 걸쳤고 셔츠 단추 두 개를 자연스럽게 풀어놨다. 또 너무 예상 가능한 블랙 가죽 구두 대신 회색 스웨이드 첼시 부츠를 선택해 전체 분위기를 조금 부드럽게 만들었다.
만약 블랙 가죽 구두를 신었다면 룩이 너무 “프랑크푸르트행 오전 6시 30분 비행기를 타는 금융업 종사자” 느낌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스웨이드는 전체 스타일을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유지해준다.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야간 비행 후 내리면 기름지고 퉁퉁 붓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 얼굴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벤져스> 스타의 머리는 여전히 완벽하게 뒤로 넘겨져 있었다. 어쩌면 그게 진짜 공항 패션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8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도 아직 삶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톰 히들스턴은 그걸 완벽하게 해냈다. 그것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은 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