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루이 비통의 새로운 해석.
루이 비통 컬렉션을 보기 전엔 언제나 ‘Where?’라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과 아프리카 사바나, 히말라야의 비밀스러운 부탄 왕국까지, 세계 곳곳을 무대로 여행이라는 브랜드의 DNA를 각인시켰기 때문에. 하지만 홍콩에서 열린 2018 F/W 프레젠테이션 장소에 들어섰을 땐 길을 잃은 사람처럼 잠시 어리둥절했다. 글로시한 재킷과 은색 셔츠, 달 표면 같은 프린트와 형광색 니트. 컬렉션을 직접 마주하고도 여행의 종착지를 짐작할 수 없었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루이 비통은 이번 컬렉션을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끊임없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는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신념과 방향성을 갖고 브랜드가 변화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여행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자 컬렉션의 주요 지점들이 아주 분명하게 보였다. 케냐 사막의 항공 사진을 그대로 프린트해 넣은 톱, 아메리칸 로데오를 연상시키는 쇼츠와 레깅스, 시베리아에서 볼 법한 양털 안감과 인타르시아 밍크는 루이 비통의 시야를 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또 형광색 캐시미어 니트, 메탈 처리한 뱀피 트레킹 부츠, 최고급 가죽에 아웃도어 디테일을 더한 가방은 스포츠와 캐주얼, 모던과 클래식, 실용과 럭셔리의 이분법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미러 코팅으로 금속성을 더한 모노그램 티타늄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키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진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아이템이 루이 비통의 새로운 여행을 예고하는 진보적인 선언문이었으니까.
- 에디터
- 윤웅희